2024년 5월 7일(화)

장애인 특성 맞는 업무 분담으로 사회 자립성 키워

‘SPC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
“이렇게 포장지를 먼저 벌리고, 6개씩 넣는 거예요.”

김정희(30) 직업훈련교사의 시범에, 포장 구역에 위치한 아이들 4명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냉동보관 상태의 쑥쿠키를 포장 용기에 익숙히 담아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순한 동작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도 있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백성현(가명·17)군이 멈칫하자, 김정희 교사가 손 모양을 다시 가르쳐주며 독려한다. 김정희 교사는 “성현이는 숫자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직은 옆에서 체크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입구 쪽에서는 레몬쿠키 만들기가 한창이다. 오민환(44) 제과제빵사가 반죽된 쿠키를 넘겨주면 3명의 교육생이 각각 판에 배열하고, 계란 노른자를 바르고, 포크로 간단한 무늬를 새긴 후 오븐으로 전달한다. ‘철저한 분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오븐을 맡고 있는 이지원(가명·17)군이 “얘들아~!” 하고 외친다. 쿠키가 거의 다 구워졌다는 신호다. 김정희 교사는 “자폐 아이들 같은 경우, 의미 없는 말들을 던지거나, 혼잣말을 많이 하는데, 지원이도 그렇다”고 했다.

5월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에서는 레몬쿠키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10명의 장애인 교육생은 제과제빵사와 직업재활교사 등 전문 인력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과 수준별 눈높이 교육을 함께 받는다. 김혜정 애덕의 집 보호작업장 원장은 “교육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인지 수준이 낮아 제빵의 전체 공정을 다 소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장애특성에 맞는 적절한 업무를 주고 있다다”고 설명했다.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이 생기면서 장애가 심해도 의지와 성실함이 있으면 교육에 참여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이 생기면서 장애가 심해도 의지와 성실함이 있으면 교육에 참여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지난 4월 19일 오픈한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은 지적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건강한 빵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소울베이커리’와 올해 초 재단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사회공헌에 나선 SPC그룹의 만남을 통해 이뤄졌다. 더 많은 아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교육장이 절실했던 ‘소울베이커리’를, 제과·제빵 및 프랜차이즈 분야로 성장해 온 SPC그룹이 지원하고 나선 것. 김혜정 원장은 “참여하는 아이들 장애 정도가 중증이다 보니, 생산과 교육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주로 생산현장 한쪽에서 선배들이 일하는 것을 우두커니 보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효과는 한달 만에 나타났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참여할 수 없었던 증상의 장애아들이 함께할 수 있게 된 점. 김혜정 원장은 “지원이는 처음에 건물을 제멋대로 활보하며, 과잉행동을 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던 아이였는데, ‘오븐 지키기’라는 업무를 맡으면서 한 달 사이 책임감과 집중도가 높아진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SPC그룹은 교육장 건립 외에도, 설비 지원, 제품 개발, 원자재 원가 공급 등 다각적으로 ‘소울베이커리’를 돕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종로장애인종합복지관 내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 아이들의 외부 가게 진출도 유도할 계획이다.

SPC행복한재단의 유승권 사무국장은 “향후 소울베이커리와 파트너십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아가 일반인을 만날 기회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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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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