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 월드비전 동아프리카지역 아동영양사업 자문관

“군사·건설비 지원 느는 데 아동 영양 급식은 뒷전”

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 월드비전 동아프리카지역 아동영양사업 자문관
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 월드비전 동아프리카지역 아동영양사업 자문관

지난 2000년, 전 세계 지도자들은 2015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8가지의 ‘새천년개발목표(MDGs·Millennium Devlopment Goals)’를 세웠다. 월드비전은 이 중 가장 진척도가 낮은 4번(유아사망률 감소)와 5번(모성건강증진) 달성을 위해 2010년부터 100여개 국가에서 공동으로 글로벌 아동보건캠페인 ‘Child Health Now’를 진행하고 있다. 정책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씨로부터 아프리카 현장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영국에서 공중보건학 석사를 받은 그는 23개 아프리카 국가의 영양조사를 지휘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상황은 어떤가. 국제사회에서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비율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2억3900만명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양실조에 허덕인다. 전 세계 저체중아동 1억4800만명 중 4분의 1이 아프리카 아동이다. 영유아 영양실조를 조사하기 위해선 팔 위쪽 둘레를 잰다. 내 손가락만 한 굵기의 팔을 가진 아이가 10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매년 반복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하면서도 올바른 리더십을 갖고 있으면 국제사회의 지원과 더불어 변화가 잘 이뤄진다.”

―정책포럼에서도 제기되었듯이, 아프리카를 지원해온 공여국들이 장기적인 자립지원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 급급해 왔다는 비판도 있다. 공여국들의 지원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나.

“원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데,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영양실조 문제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사업에 지원할 때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물론 아프리카의 국가들도 원조받는 데만 몰두해 정확한 분석을 하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조를 하는 나라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케냐로 흐르는 투르카나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오모(Omo)강에 댐을 건설해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 댐은 결국 케냐로 흐르는 수맥을 감소시켜, 그 물에 의존해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농업을 망쳤다. 결국 정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취약한 집단에 강제이주를 시키는 건 분쟁의 불씨를 지피는 것이다. 좋은 의도로 한 원조였지만, 그 이면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생긴 결과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문제가 왜 이렇게 외면받아 왔는가.

“군사비에 대한 원조가 많고, 그 밖의 원조들이 보건과 교육, 인프라 재건에 투입된다. 최근에는 중국이 인프라에 집중투자한다. 보건 분야에서도 영양에 대한 장기지원보다는 비타민A 캡슐을 보급하는 등 단기지원에 그쳐왔다. 음식이나 식량 자체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영양문제는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월드비전이 아프리카지역에서 수십년 동안 보건, 농업, 식수위생 등의 사업을 해왔지만 NGO에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효과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공여국과 아프리카 정부, NGO, 유엔, 기업, 학계 등이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지금은 제각각 움직일 뿐 조율이 제대로 안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영양실조가 에이즈보다 훨씬 심각한데, 왜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뀐 유일한 국가다. 이런 경험 때문에 많은 개도국에서 우리의 경험을 나눠주기를 바라는데, 어떤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나.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전쟁과 재건, 개발을 모두 경험한 나라다. 전쟁과 재건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아프리카도 비슷하다. 한국처럼 재건 이후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정말 궁금하다. 한국이 개발 경험의 성공과 실패 요인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성공 요인들을 국가 대 국가가 파트너십을 갖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