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하트하트재단, 어울누리뜰 행사

알록달록 꽃 심고 벽화 그리고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세상

“아까 건 빨간색 꽃이었고, 이번 것은 노란색이야. 자, 만져봐.”

신설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정보시스템부 상무가 하선(12·서울맹학교)양의 손을 이끌자, 하선양이 팬지 꽃잎과 줄기를 더듬는다. 손끝의 감각에만 의지한 조심스러운 손놀림. “이제 흙을 덮어보자”라는 말에는 한 움큼 흙을 집어 뿌리를 감싼다. 팬지 꽃 세 송이가 담긴 파란색 초화박스(꽃나무를 심는 직사각형 모양의 긴 화분) 하나가 이내 완성됐다. 신 상무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지난 5월 19일 서울 맹학교에서 열린‘어울누리뜰’행사에서 모종을 심고 있는 저시력 아동 모습. /하트하트재단 제공
지난 5월 19일 서울 맹학교에서 열린‘어울누리뜰’행사에서 모종을 심고 있는 저시력 아동 모습. /하트하트재단 제공

지난 19일 오전 10시, 서울맹학교에서 저시력(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어울누리뜰’ 행사가 열렸다. 하트하트재단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 임직원 가족 1000여명이 함께한 이날 행사에서, 앞을 볼 수 없는 맹학교 아이들은 화분에 모종을 옮겨 심는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김희진(46) 서울맹학교 교사는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흙을 만져보고, 꽃을 심어보는 활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이러한 체험은 구체적인 지식이 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안에서는 ‘벽화 그리기’가 진행됐다. 임직원과 맹학교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그만 타일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교내 회색 벽에 붙였다. 벽화 그리기에 참여한 오수빈(11·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임직원 가족)양은 “오늘 하늘이라는 좋은 친구를 사귀었다”면서 “하늘이가 자기 이름과 같은 하늘을 그리고 싶다고 해서 옆에서 자세히 설명해주며 도왔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전국 4개 맹학교(서울·대전·전북·부산)에서 아동 총 200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하트하트재단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의 만남은 아이들의 실명을 예방한다는 비전에서 시작됐다. 하트하트재단은 지난 2006년부터 저시력 아동의 실명 예방과 시각장애인의 복지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시력회복지원 사업을 실시해왔다.

안경 등의 보조기기를 사용해도 10㎝ 이내의 글자를 식별하기 어려운 저시력 아동들에게 독서확대기를 총 260대 지원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보는 것이 힘(Seeing is believing)’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가 힘을 보탠 것.

특히 이번 행사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촉감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오는 10월에는 전국 저시력·시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꿈을 그려요’라는 주제의 사생대회도 실시할 예정이다.

임미라 하트하트재단 아동개발사업팀 팀장은 “그동안 독서확대기 보급으로 아이들의 꿈을 지원했다면, 올해부터는 미술·음악·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활동을 더해 예술적 재능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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