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착한 일하면서 한 달 수입 3만엔이면 충분”… 일본에서 불어온 행복한 비즈니스

‘3만엔 비즈니스’ 저자日 후지무라 야스유키

착한 일을 하면서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 후지무라 야스유키씨가 제안하는 ‘3만엔 비즈니스’안에 그 해답이 담겨 있다. /하자센터 제공
착한 일을 하면서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 후지무라 야스유키씨가 제안하는 ‘3만엔 비즈니스’안에 그 해답이 담겨 있다. /하자센터 제공

‘착한 일만 하면서 돈을 번다. 적게 벌지만 걱정이 없다. 나로 인해 내 이웃과 공동체 전체가 행복해진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3만엔 비즈니스’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발간한 이 책은 반년 만에 6쇄를 찍었고,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책을 읽은 후 지역 자립의 가능성을 읽고 도시에서 농촌으로 돌아오는 청년도 늘고 있다. 책의 저자는 ‘일본 최고의 발명가’로 불리는 후지무라 야스유키(68)씨. 최근 방한한 그는 “경제위기와 3·11 대지진이 일본 청년들의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2000년 일본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서 청년들의 의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좋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3월 11일 발생한 대지진 이후 더욱 굳어졌고, 현재 일본 청년들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들에게 ‘3만엔 비즈니스’는 반가운 지침서로 여겨졌던 것이죠.”

‘3만엔 비즈니스’는 뭘까(3만엔은 우리 돈으로 42만원 정도다). ‘착한 일’을 하면서 한 달에 3만엔을 버는 사업을 말한다. 도시에서 독신으로 사는 일본인이 ‘풍족하다’고 느끼는 수입의 기준은 한 달 평균 30만엔. 시골에서 독신으로 사는 경우에는 15만엔 정도다. 후지무라 야스유키씨는 “청년들이 시골에 모여 함께 자급자족할 경우, 한 달에 10만엔을 벌면 만족스러운 생활이 가능하다. 자급률이 높아지면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만엔 비즈니스를 활용하면 이런 생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3만엔 비즈니스’ 사례는 쉽고 간단하다. 시골에서 남아도는 작물을 가까운 도시민들에게 도시 시가보다 싸게 공급하는 ‘야채 배달 비즈니스’가 있다. 한 명이 판매를 맡고, 다른 한 명이 배송을 담당한다. 1상자에 1500엔을 25가구에 월 2회 배송하면, 경비를 제외하고 6만엔이 남는다. 한 사람이 3만엔을 벌 수 있다.

그는 ‘3만엔 비즈니스’를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일으킨 일본 도치기현 동남부, 마시코마치 마을을 소개했다. 이곳은 100년 전 일본의 유명한 도예가 하마다 쇼지가 살던 마을이다. 3년 전, 도시 속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마시코마치 마을로 돌아왔다. 쉽고 즐겁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이들은 후지무라 야스유키씨의 자문으로 도자기를 제작, 판매하는 ‘3만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죽어 있던 마을 자원을 활용한 것. 처음에는 한 달에 3만엔도 벌기 어려웠지만, 함께 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사업은 훨씬 수월해졌다. 청년 여러 명이 제작·판매·홍보를 각각 맡아 시간을 절약하고, 남는 시간에는 함께 농사를 짓고 채소를 키우며 자급활동을 했다. 3년쯤 지나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사업은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갔다. 도시로 떠났던 청년들이 마을로 돌아왔고, 주민 전체가 모여 도자기 축제를 기획했다. 지금은 1만70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가을 축제에 이틀 동안 5만명이 다녀간다. 후지무라 야스유키씨는 “청년, 지역 주민 모두에게 커뮤니티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일을 하는 것에 가치를 두었습니다. 3만엔 비즈니스의 힘은 협력에서 비롯됩니다. 돈을 벌기 위한 노력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 이웃과 함께 자급활동을 하거나 더 이로운 일을 모색할 수 있죠. 실제로 마시코마치 마을은 에너지를 자급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조금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다. ‘3만엔 비즈니스’는 일본 내에 존재하는 총 4만3000여개의 NPO(비정부기구)들의 참고서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일본 정부의 부채가 많아지면서 NPO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대부분 끊겼다. 재정적인 독립이 필요한 시기, 경쟁을 견제하고 착한 일을 선호하는 NPO에게 ‘3만엔 비즈니스’는 효과적인 자립 모델이 된 셈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도시에서 경쟁하며 살기보다는 지역에서 스스로 자급하고, 이웃과 나누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길 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후지무라 야스유키씨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한 달에 3만엔밖에 벌 수 없는 사업 아이템엔 성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경쟁이 없는 만큼 소재가 무궁무진하죠.’3만엔 비즈니스’에 공감하는 이웃을 계속 늘려가세요. 아이디어를 가진 ‘착한’ 청년들이 ‘착한’일을 위해 서로 협력할 때, ‘3만엔 비즈니스’는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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