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글로벌 사회공헌단체 잇따라 한국 진출… “전문성 갖추는 계기 돼야”

아쇼카·국경없는 의사회 등···22일, 국경 없는 의사회 韓 사무소 설립 공식 발표
시민사회·모금 환경 등 글로벌 선진국 수준
“국내 비영리단체들 글로벌 NGO와 동등한실력 갖추는 계기돼야”

“한국의 높은 의료수준, 기부참여율, 뛰어난 인재 등이 한국지부를 개설한 계기가 됐다.”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MSF)’가 22일 한국 사무소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1971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민간의료 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는 60여개국에서 3000여명의 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연간 기부금만 9억4300유로(1조4400억원)에 달하는 곳이다. 한국사무소 개설은 전 세계에서 27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홍콩에 이어 세 번째다.

글로벌 NPO가 한국에 상륙했다. 콩코와 리비아, 케냐 등 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벌이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모습. /국경없는 의사회 제공
글로벌 NPO가 한국에 상륙했다. 콩코와 리비아, 케냐 등 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벌이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모습. /국경없는 의사회 제공

◇글로벌 NPO와 NGO, 한국 진출 잇따라

세계적인 NPO(Non Profit Organization)와 NGO들의 한국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 세계적인 사회혁신 지원 조직인 ‘아쇼카’가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쇼카의 스튜어트 야스구어 이사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혁신 컨설팅기업인 미스크(MYSC) 오프닝 포럼에 참석해 “한국 진출 준비를 위해 미스크에 연구원 1명을 파견했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아쇼카는 1981년 설립 이래 70여개국에서 ‘국가적 수준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혁신가’인 아쇼카 펠로를 3000여명 선정했다. 빈곤층에 대한 마이크로 크레딧(소액대출)으로 유명한 무하마드 유누스도 아쇼카 펠로 중 하나다.

이보다 앞서 작년 9월에는 국제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한국사무소를 열었다. 1971년 설립된 그린피스는 회원 수만 350만명에 이른다. 그린피스는 해상시위와 퍼포먼스 등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와 ‘해양보호’를 주요 이슈로 삼아 국내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모금환경 좋아져

이미 국내에는 월드비전과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등 해외에 본부를 둔 원조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영역이 의료와 환경, 사회적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시민사회 영역이 커지고, 모금 환경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비영리민간단체 220곳을 분석한 ‘한국 NPO공동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NPO의 예산총액(2010년)은 1조4100억원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의 대표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총액 3340억원의 4.2배에 달했다. 전년도 예산총액(7542억원)에 비해 88%나 늘어난 수치다.

또 이들 단체의 직원 수는 1만6000여명, 자원봉사자들은 그 200배가 넘는 360여 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만명에 달했던 전년도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개인의 기부와 자원봉사의 수준이 글로벌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자료다.

최근 2~3년 동안 기업의 사회공헌 또한 활발해진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경련의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2009)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비용은 2조6517억원에 달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사회공헌 분야의 예산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약이냐 독이냐” 국내 NGO의 속내

글로벌 NPO와 NGO의 한국 진출을 지켜보는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글로벌 수준의 모금과 지원시스템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긴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모금을 해야 하는 국내 NGO들에는 버거운 경쟁 상대다. 국내의 한 NGO 관계자는 “규모가 작고 재정이 열악한 소규모 NGO의 경우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이를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도 있다. 보건의료전문 NGO인 메디피스(Medipeace)는 지난 4개월 동안 국경없는 의사회의 컨설턴트 1명을 상주시키며 한국 사무실을 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메디피스 신상문 사무총장은 “사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우리 단체이지만, 인도주의에 국경이 없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며 “우리도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서 글로벌 NGO와 겨룰 수 있도록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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