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나눔 교육 시리즈] ③ 찾아가는 나눔 교육, 학교에서 배워요

내가 돕는 친구 역할극 하며 “이웃 사랑 깨쳐요”
신용산 초등학교가 모은 사랑의 저금통 1723개로
캄보디아 11살 채소장수… 이제는 어엿한 학생 돼
“나보다 우리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갖게 됐어요”

미상_그래픽_나눔교육_ONEHEART_2011작은 나눔이 일궈낸 또 하나의 기적이 캄보디아 어린 채소 장수, 스레이뻐우(11)에게 일어났다. 매일 아침, 자기 몸보다 더 큰 채소꾸러미를 안고 시장으로 향하던 스레이뻐우도 이제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 3월, 신용산 초등학교 학생들이 모은 ‘사랑의 저금통’ 1723개 덕분이었다. 지구촌 반대편에서 보낸 친구들의 따뜻한 응원으로 스레이뻐우는 잃어버린 꿈을 되찾았다.

신용산 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더 따뜻한 세상을’이란 비전을 실천하고자 전문 나눔 강사를 초빙해 나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빈곤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의 모습을 보여주고, 학생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박찬숙 교감은 “나만 생각하던 아이들이 나 외의 친구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됐다”면서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나눔 교육에서 쓰이는 피드백 영상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깊은 뜻 없이 저금통을 채웠던 아이들도 내 도움을 통해 달라진 친구의 모습을 접하고 나면 나눔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나눔 교육을 통해 지구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 신용산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
나눔 교육을 통해 지구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 신용산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

학교에서 출발한 나눔 교육은 가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나눔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서리경(12) 학생은 “희망편지쓰기 이후 부모님이 많이 달라지셨다”며 눈을 반짝였다.

“캄보디아 친구 락스미(10)의 사연이 담긴 영상을 가족이 함께 보고 있었어요. 락스미는 저보다 어린 나이인데도 아픈 엄마를 위해 일하고 있었어요. 영상을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셨던 아빠가 저보다 더 열심히 락스미에게 편지를 쓰시더라고요.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친구들을 많이 돕자’면서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주셨어요.”

고건혁(12)군도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그동안 불우이웃돕기에 부정적이었던 아빠가 영상을 보고 난 뒤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봉사활동에 참여하세요. 지금은 가족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계시답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나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생님의 관심과 열정이다. 나눔 강사 황화영(27)씨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며 교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나눔 교육 ‘ONE HEART(원하트)’ 대사로 임명받은 신용산초등학교 아이들은 지구촌 친구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생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굿네이버스 나눔 교육 ‘ONE HEART(원하트)’ 대사로 임명받은 신용산초등학교 아이들은 지구촌 친구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생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선생님들 각자가 나눔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나눔 교육에 관심을 갖고 수업을 진행하는 반과 그렇지 않은 반의 태도가 확연히 다릅니다. 저학년 때부터 나눔, 봉사에 대한 교육을 받아 온 아이들은 영상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다른 친구에 대한 배려심도 깊습니다.”

관심 다음으로 필요한 건 공부다. 지구촌 이웃의 목소리를 아이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눔강사 이윤미(24)씨는 “교과서에 UN, NGO 등 관련 개념이 소개되면 지구촌 현실과 생활 속 나눔을 연결 지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공부해둬야 합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만한 요소를 수업 중에 꺼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우사인 볼트 이야기를 꺼내면서 볼트가 살고 있는 자메이카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하는 거죠.”

전문 나눔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은 한 학기에 한 번, 40분간 진행된다. 따라서 그 외의 시간엔 각 반 담임 선생님의 재량하에 나눔 교육이 이뤄진다. 5학년 2반 김선명(35) 선생님은 과목마다 나눔 교육의 팁을 가지고 있었다.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소개를 부탁했다.

스레이뻐우와 나의 일상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레이뻐우와 나의 일상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국어 수업을 예로 들어 볼까요. 오늘 본 스레이뻐우 영상을 수업 중에 활용할 수 있어요. 스레이뻐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본을 쓰고 서로 역할극을 해보거나 동시(童詩) 쓰기 시간을 갖는 거예요. 컴퓨터정보 시간에는 인터넷을 활용해 아프리카 기아 현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아프리카 친구를 떠올리는 동시에 컴퓨터 공부까지 할 수 있죠. 미술 시간에는 스레이뻐우가 사는 마을을 꾸미거나 아프리카 친구 인형 만들기를 할 수도 있죠. 비슷한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나눔 강사 화영씨는 수업 중에 ‘화이트 밴드’를 항상 손목에 착용한다. 팔찌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아이들에게 ‘화이트 밴드’에 담긴 의미(3초에 한 명씩 사람들이 빈곤으로 죽어가는 현실)를 설명하고, 지구촌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필요성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나눔 강사 윤미씨는 평소 어린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눔’ 하면 모금을 떠올립니다. 각 학교, 학급 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다른 친구를 도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모금 외에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몸이 불편한 친구의 활동을 돕거나 지구촌 이웃에게 응원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겠죠.”

나눔 교육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 어린이들. 이들이 뿌린 나눔의 씨앗이 지구촌 곳곳에 깊이 뿌리내려 희망으로 싹트길 기대해본다.

학교에서 나눔 교육, 이렇게 진행해 보세요

1. 굿네이버스 나눔 교육을 신청해서 전문 강사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 온라인 나눔 교육 사이트(www.f5.or.kr)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를 접합니다.

3. 학급회의 시간에 지구촌 빈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합니다.

4. 한 아이가 한 달에 1000원씩 모아, 한 한급이 저개발국 한 아동과 결연 후원을 맺습니다.

5. 우리 학교의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학급 바자회를 열어 봅니다.

6. 현장 학습으로 코이카 지구촌 체험관(gv.koica.go.kr), 나눔 박물관 등을 방문해 봅니다.

※아이들과 단체 현장 학습이 가능한 학급은 10월 8~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나눔 대축제(www.nanumworld.kr)’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번 축제에는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국내 다양한 나눔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해 총 150여개의 나눔 테마 부스를 운영합니다. 특히 굿네이버스는 그동안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소개해 온 세계 시민교육 ‘원하트(ONE-HEART)’ 부스를 운영, 저개발국가 빈곤아동들의 실상을 알리고 가정 및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나눔 가이드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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