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_아이디어 제공자·IT 개발자 함께 36시간… 봉사 어플·홈페이지 탄생

제안된 아이디어 145개 중 6개 선별
‘스스로 봉사활동 찾는 시스템’, ‘길거리 공연 실시간 알리미’ 등 개발

고생을 사서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토요일 자정부터 일요일 정오까지, 36시간에 걸쳐 여섯 개 팀으로 나뉜 60명의 젊은이들이 체육관에 책상과 컴퓨터를 죽 늘어놓고 앉아 문자 그대로 쉼 없이 프로그래밍 작업을 했다. 이들의 머리 위에서는 카운트다운 시계가 초단위로 움직이고 있었고, 주말을 전부 반납하는 일정임에도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18일 0시부터 19일 12시까지 이어졌던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의 모습이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에 참여한 개발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36’에 참여한 개발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전 세계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국제 행사로,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2010년에 이어 유일하게 개최하고 있는 사회혁신 캠프다. 개인이나 비영리기구(NPO)가 사회를 혁신할 수 있는 공익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9명이 모여 이 아이디어를 웹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실현시킨다.

올해 소셜이노베이션캠프에 제안된 아이디어는 145개이고 그중 6개가 선정됐다. 캠프엔 6명의 아이디어 제안자와 자발적으로 모인 54명의 IT업계 종사자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금전적인 보상은 없다. 36시간을 하얗게 태울 수 있는 열정이 이들의 에너지다.

제안자 이주희씨는 “청소년들이 의미 있는 자원봉사를 찾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최근 봉사시간을 학교에서 강압적으로 채우게 하면서 엄마들이 봉사활동을 대신하거나 아이들이 시간 때우기로 수동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원봉사는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성숙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원봉사를 같이 기획하고, 모이고, 소개하고,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어요.”

추상적으로 아이디어만 제시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자원봉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웹사이트인 ‘Do Something(www.dosomething.org)’을 찾아 벤치마킹을 했고 관련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와 청소년들로부터 다양한 얘기도 들었다. 소셜이노베이션캠프의 아이디어로 선정된 후엔 캠프에 참가하기로 한 IT업계 종사자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것으로 다듬었다.

“저는 막연하게 청소년들이 서로 소통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면 기획자가 그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거나 게시판을 활용하자고 방법을 제시해주죠.”

주희씨는 이번 캠프를 거치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저는 비영리단체(NPO)에 있고 여기 오신 분들은 IT업계에 계신 분들이잖아요. 서로 전혀 모르는 세계에 있었던 건데 이번 캠프를 준비하며 이분들과 계속 회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하는 활동이 상당히 많은 분들에게 지지를 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자극도 받았고요. 소중한 경험이죠.” 캠프를 시작한 지 14시간이 지난 상태에서의 인터뷰였지만 주희씨의 눈엔 생기가 돌았다.

이런 경험은 아이디어 제안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개발자로 참여한 이철혁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소셜이노베이션캠프에 찾아와 밤을 새우고 있었다. 철혁씨의 팀은 전국의 길거리 문화예술공연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모바일웹페이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길거리 공연을 하는 예술가나 일상생활에서 공연을 즐기고 싶은 시민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고대권기자_사진_소셜이노베이션캠프36_참여자들_2011금요일 아침 일곱시에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한 후 퇴근하자마자 캠프장에 도착해 토요일 오후가 되도록 쉬지를 못했지만 철혁씨는 “어떻게든 완성을 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작년에도 캠프에 참여했었는데 그땐 처음이다 보니 너무 크게 그림을 그려서 현장에서 다 완성을 하지 못했거든요. 소스를 모두 공개하긴 했지만 아쉽죠. 올해는 꼭 완성하고 싶어요.”

철혁씨는 2년 연속 캠프를 찾은 이유를 “단기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 일에 참여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됐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대가가 없는데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뭔가를 해보자고 모인 거잖아요. 배우는 것도 많아요.” 실제로 철혁씨와 함께 작년에 캠프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은 사내에 봉사모임을 만들어 생활 속의 작은 변화를 낳기도 했다. 철혁씨의 마음이 통했는지 철혁씨 팀은 이번 캠프에서 1등을 수상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청소년 봉사활동 커뮤니티 ‘고래고래(www.gorae.kr)’, 길거리 공연정보를 제공하는 ‘길스타(www.gilstar.com)’와 함께 사회적 기업에 온라인 투자를 하는 플랫폼인 ‘소셜스탁(socialstock.or.kr)’, 전국의 도서관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라이프러리(www.liferary.kr)’, 윤리적 소비를 촉진하는 ‘바른쇼핑(www.barunshop.co.kr)’, 장애인을 대할 때의 에티켓을 상황별로 제공하는 ‘스마일핸즈(www.smilehands.co.kr)’ 등이 태어났다. 이 결과물들은 아이디어 제안자와 단체 등에 의해 실제로 운영되며 향후 1년간 포괄적인 운영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 캠프는 희망제작소와 해피빈재단, 다음세대재단이 주최 및 주관을 담당했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 Korea)가 협력을 맡았다. 그리고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네오위즈 마법나무재단이 후원했다. IT업계 기업들의 경쟁을 넘어선 연대가 사회의 변화를 위한 기적 같은 36시간을 낳았다. 기술의 혁신이 사회의 혁신을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 더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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