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화)

‘전기차 택시회사’에서 ‘수제맥주’까지… 네덜란드 사회적기업이 궁금하신가요?

전체 인구 1600만명, 1인당 GDP 세계 13위. ‘작지만 강한’ 네덜란드의 사회적기업들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하이브아레나’에서 열린 ‘네덜란드 사회적기업 알아보기’ 행사에서 만난 스테판(Stefan Panhuijsen·사진)에게 네덜란드 사회적기업의 현주소를 물었다. 스테판은 네덜란드 사회적기업 협의체 조직인 ‘소셜 엔터프라이즈 네덜란드(Social Enterprise NL)‘의 정책 및 리서치 담당자다. (하이브아레나는 ‘기술을 통해 사회 내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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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하이브아레나’에서 스테판이 네덜란드 사회적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nnick Mantoua제공

 -네덜란드의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어떤가.

“걸음마 단계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 사회적기업 논의의 ‘블랙홀’이라 불렸다. 사회적기업 관련한 제도나 정책이 전무했다. EU에서 수년간 사회적기업에 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진 것과는 달랐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때 법·제도적 장벽도 높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2년 ‘소셜엔터프라이즈 네덜란드(Social Enterprise NL)’가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회적기업에게는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한다. 동시에 정부를 대상으로 법이나 정책 개정을 요구하고, 사회적기업가와 임팩트 투자자를 연결하고, 생태계 전반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한다. 언론 홍보도 한다. 현재 네덜란드 내 300여곳의 사회적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가입한 사회적기업으로부터 받는 회비나 재단 후원금, 행사 참가비 등으로 운영한다. 정부 지원금은 전혀 받지 않는다.”

-‘소셜 엔터프라이즈 네덜란드’가 설립된 지 올해로 4년째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난해 중순, 네덜란드의 사회고용부 산하 사회경제위원회(Social and Economic Council)에서는 지역정부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EU내  ‘블랙홀’이라 불렸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수도 암스테르담을 비롯, 여러 지역정부에서 조례를 바꾸거나, 사회적기업을 촉진할 방안을 찾고 있다. 법이 제·개정되기도 했다. 현재 ‘소셜엔터프라이즈 네덜란드’에서는 정부의 조달 시스템이 사회적기업을 우선구매 해야한다는 법이 통과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5월, 네덜란드 중부 도시 위트레흐트(Utrecht)에서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소셜 임팩트 팩토리(Social Impact Factory)‘를 만들고, 사회적기업, 지역 정부, 기업, 교수, 학생 등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었다.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는 사회적기업의 크라우드펀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1인당 GDP는 세계 13위다. 사회적기업이 매달리고 있는, 네덜란드가 당면한 문제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

“정신장애, 신체장애 등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나, 유기농 농업으로 생산한 농산물과 도시를 잇는 곳들도 늘어났다. 친환경 에너지에 종사하는 기업들도 많다. 네덜란드에서 친환경에너지는 전체의 4% 수준인데, 독일과 같은 주변 환경 선진국에 비하면 굉장히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밖에 노인 소외 문제, 장년 일자리 문제 등 사회적기업이 풀어가는 문제는 다양하다.

사실, 네덜란드를 비롯해 유럽 전반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시리아 난민 문제다. 유럽 내 이 문제를 다루려는 사회적기업도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최근 문제인데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들이 많아, 이를 다루는 사회적기업은 아직 수적으로 많지는 않다. 

-네덜란드 내 흥미로운 사회적기업 사례를 소개해달라.

택시 일렉트릭(Taxi Electric)이란 사회적기업은 네덜란드 내에서 굉장히 유명하다. 2011년 설립됐는데, 유럽 내 최초로 100% 전기자동차만 이뤄진 택시 회사다. 50세 이상 일자리를 잃은 장년층을 운전자로 고용한다. 도시 내 호텔이나 기업, 의료기관 등과 같이 택시가 필요한 B2B시장을 공략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더 흥미로운 건, 2014년부터 네덜란드 스키폴공항과 시내를 주행하는 모든 택시는 전기차만 허용되는 규정이 도입됐다. 사회적기업으로 기존 판 자체를 바꾸면서,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낸 거다. ‘유러피안 투자 펀드(European Investment Fund)’ 등으로부터 임팩트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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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일렉트릭(Taxi Electric)의 창립자 Ruud Zandvliet와 Edvard Hendriksen의 모습. /택시일렉트릭 제공

페어폰(Fairphone)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회적기업이다. 창업자인 바스 반 아벨(Bas Van Abel)이 처음부터 핸드폰 제작에 뛰어든 건 아니다. ‘생산 과정을 알아야 한다’며 핸드폰 제조공정에 콩고 내전과 연관된 분쟁광물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캠페인에서 시작했다. 캠페인에 그칠 게 아니라 ‘실제 대안’까지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페어폰’ 제작으로 이어졌다. 

페어폰은 분쟁광물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든 부품이 추적 가능하고 따로 조립이 가능해, 고장날 경우 부품만 교체 가능하도록 했다. 쉽게 쓰고 버려지는 전자기기 폐기물의 양도 줄이겠다는 거였다. 중국의 생산공장, 비영리단체 등과 협력해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힘쓴다. 페어폰의 판매 금액 중 일부는 ‘노동자 복지 기금’으로도 모인다. ‘저임금과 낮은 가격’ 악순환을 깨기 위해, 소량으로만 생산된다. 페어폰에서는 지난해 말 페어폰2를 새롭게 내놨다.”

그는 이 밖에도 암스테르담 도심에서 정신장애인을 고용해 맥주, 음식, 커피 등을 판매하는 수제맥주집 ‘드 피라에(de Prael)‘, 도심 카페나 가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정무역 초콜릿 토니스 쇼콜로니(Tony’s Chocolonely)’등을 흥미로운 사회적기업 사례로 꼽았다. ‘드 피라에’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페르 코크(Fer Kok)는 정신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로, 수제 맥조를 양조하던 취미를 살려 정신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수제맥주집 ‘드 피라에’를 설립했다. 2002년 설립된 ‘드 피라에’는 현재 암스테르담 수도에 2개의 지점이 있으며 100명 이상의 정신장애인을 다양한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한국과 사회적기업 관련 배경이 다르다. 한국과 네덜란드가 서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은 사회적기업 정책들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고 들었다. 국가 주도 드라이브로만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 정부는 오히려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를 뒷받침 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만 임팩트를 극대화하려면 적절한 정책과 법제가 뒷받침 돼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네덜란드에서 적절한 정책들이 도입되고, 민간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생태계가 커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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