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신발 하나 팔고 나무 한 그루 심고… 우리의 비즈니스 방법입니다

해외 임팩트 비즈니스 기업들

해외에서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업이 많다. 영리기업에서 비영리의 공익적인 가치를 차용한 마케팅을 벌이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샌들 한 켤레를 살 때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심어집니다.” 2016년 6월, 한국에서 론칭한 신발 브랜드 ‘구루스(guruskorea.com)’의 핵심 메시지다. 신발을 파는 회사인지, 나무를 심는 회사인지 헷갈린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개발도상국에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탐스(TOMS)’와 비슷하다. 고무를 활용한 라텍스 재질의 샌들을 파는 대신, 그 수익금으로 개발도상국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 합성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천연 고무나무에서 추출된 샌들은 인체에도 해롭지 않고, 자연에서 생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에도 이롭다.

구루스의 창업자는 인도계 미국인인 프렘(Prem). 뉴욕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투자 애널리스트였던 그는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 ‘키바(KIVA)’의 필리핀 지부로 이직하면서, 작은 지원이 빈곤층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목격한다.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만난 은행 동료이자 인도계 미국인이었던 조(Joe)와 함께 ‘구루스’를 창업했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이 기업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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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스’의 샌들 한 켤레를 살 때마다 아프리카에 한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다. / 인지상점 제공

한국에서 구루스의 독점 유통을 맡고 있는 ‘인지상점’의 송화진 매니저는 “나무에서 신발을 만들어 팔고, 수익으로 다시 나무를 심고, 나무의 열매를 통해 빈곤이 해결되는 비즈니스 구조”라고 설명했다. 구루스는 아프리카에 나무를 심는 비영리단체 ‘트리스 포 더 퓨처(trees for the future)’와 함께 매년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카메룬, 케냐, 세네갈, 우간다, 탄자니아 등지에 심고 있다. 2015년부터는 아프리카 지역민들이 나무를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바나나, 커피나무를 집중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전 세계 아이들의 굶주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인 기업도 있다. 2007년,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패션모델인 로렌 부시(Lauren Bush)는 UN 홍보 담당자(Communication Officer)였던 엘런 구스타프슨(Ellen Gustafson)과 함께 ‘피드 프로젝트(www.feedprojects.com )’를 설립했다. 피드 프로젝트는 로렌 부시가 직접 디자인한 가방, 곰 인형, 티셔츠, 파우치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판매 금액만큼 아이들의 급식비로 기부된다. 소비가 바로 기부가 되는 셈. ‘피드10(Feed 10)’ 글자가 프린팅된 25달러짜리 가방을 구매하면 10명의 아이들의 급식비를 지원한다는 뜻이고, ‘피드 25(Feed 25)’ 프린팅의 35달러 가방을 구매하면 25명 아이들의 급식비를 지원한다. 지금까지 피드 프로젝트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제공한 급식은 총 9181만 2216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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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가격 밑에 명시된 문구가 인상적이다.

미국 뉴욕의 디자인 브랜드 ‘홀스티(www.holstee.com)’는 제품 홍보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당신의 인생입니다(This is your LIFE)’로 시작되는 홀스티 선언문 유튜브 동영상만이 광고를 대체한다. 이 동영상은 입소문을 타면서 100만건의 조회 수를 넘겼다. 홀스티 선언문이 적힌 25달러짜리 포스터는 12개 언어로 번역되며, 4주 만에 품절 현상을 빚기도 했다. 사실, 홀스티는 버려진 비닐과 폐지 등을 모아 카드 지갑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더구나 미국이 아닌 인도에서 쓰레기를 수입해온다. 인도에는 ‘래그 피커즈(Rag pickers)’라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파는 최하층의 사람들이 있다. 홀스티는 이들에게 쓰레기를 구매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이들은 판매 금액의 10% 또한 마이크로크레디트 비영리단체인 ‘키바’에 기부하고 있다. 홀스티의 공동 창업자인 파비안(Fabian)은 “홀스티 브랜드를 통해 모두가 각자의 마음을 챙기고 존중받는 삶(mindful living)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업의 미션”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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