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김범수·김정주가 선택한 ‘벤처 기부’란?

벤처 1세대 5人의 ‘C프로그램’

C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 '헬로뮤지엄'의 모습. /C프로그램 제공
C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 ‘헬로뮤지엄’의 모습. /C프로그램 제공

국내 대표 벤처 1세대 기업인 5명이 선택한 투자는 ‘벤처기부(Venture Philanthropy)’다. 

김범수(48) 카카오 이사회 의장·김정주(48) NXC 대표·김택진(49) 엔씨소프트 대표·이재웅(47)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이해진(48) 네이버 의장 등 5명은 2014년 5월 유한회사 ‘C프로그램’을 설립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하고 창의적인 환경을 만드는 기업·인재·비영리단체를 찾아 투자하기 위해서다.

벤처기부는 벤처기업의 경영 기법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지원 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기관의 자체 역량을 키우며 금전적 지원 외에 다양한 비(非)재정적 지원까지 하는 전략적 기부를 말한다. 투자 수익을 요구하지 않고, 소셜벤처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에도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일반 벤처투자(VC)나 임팩트투자와 구별된다. 거액의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공익재단과도 다르다. 필요할 때마다 균등하게 기금을 출연하는 프로젝트 방식이다. 

C프로그램의 투자 키워드는 놀이, 교육, 기회 등 3가지. 공동 창립자 5명과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가 분기별로 모여, 투자 기관 및 프로젝트를 면멸히 논의한다. 투자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해당 기관과 전략적 방향성 및 목표치를 함께 정한다. 타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원 기관에 직접 모셔서 조언을 듣기도 하고, 멤버십·후원회 등 지속가능한 확산 모델을 위해 다양한 전략도 검토한다. 엄윤미 C프로그램 대표는 “투자할 때 프로젝트의 확장 가능성과 해당 기관의 리더와 직원들의 비전, 실행능력을 주로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C프로그램이 투자한 프로젝트는 총 15개다. 6개월간 서울 중랑구 주택가의 폐쇄된 어린이 공원 2곳을 놀이터로 변신시켰고,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선 20년 전 문 닫은 병원 건물을 국내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헬로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다. 아이들이 자연재료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예술 캠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의 1박 2일 캠프,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로서 놀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는 ‘거꾸로 교실’ 등 다양하다. 지난해 7월엔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시아재단의 초기 설립 자금 50억원을 이사 5명이 분담했고, 재단 사무국이 기존에 검토되던 홍콩·싱가포르 대신 서울로 최종 확정되기도 했다. 엄 대표는 “아직 시작 단계라 긴 호흡으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내에도 벤처기부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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