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온난화 식목일’을 아십니까

식목일 평균 기온 제정 당시보다 4℃ 올라
기후위기 심각성 알리며 앞당겨 기념하는 ‘온난화 식목일’
산림청, 날짜 변경 논의에 “장기적 검토 필요”

“오늘은 온난화 식목일입니다.”

지난 3월 23일, 환경단체 서울환경연합은 15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제15회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노을공원 덕은지구 경사면에서 이뤄졌다. 참여자들은 나무 심는 법을 배운 뒤, 굴참나무⋅갈참나무⋅상수리나무 등 약 1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에 더해 피켓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23일 서울환경연합이 개최한 15회 온난화 식목일 행사 ‘우리의 상상은 숲이된다’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식목일을 약 2주 정도 앞둔 날을 기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환경연합은 2010년부터 3월 중순부터 말 사이의 토요일에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식목일 제정 당시 온도와 비슷한 3월 중순 경을 ‘온난화 식목일’로 칭한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나무가 필요한 장소를 관할 기관 및 단체와 논의해 결정한 뒤,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토요일에 나무 심기를 진행한다.

식목일이 제정됐던 1940년대에는 4월 초 평균온도가 7.9℃ 였으나 작년 식목일 서울의 평균 온도는 약 11.9℃다. 80년 새 평균 기온이 4℃ 가량 상승한 것이다. 사실 이미 봄이 온 4월에 나무를 심으면 양분 공급이 되지 않아 3월에 심어야 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다.

조윤환 서울환경연합 모금팀장은 “앞으로도 기후위기 시대 시민들과 함께 나무를 식재함으로써 숲의 중요성을 알려나갈 것”이라며 “온난화 식목일 행사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법과 제도와 관련된 부분까지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3일 서울환경연합이 개최한 15회 온난화 식목일 행사 ‘우리의 상상은 숲이된다’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그렇다면 실제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하는 논의가 이뤄졌을까. 2021년 산림청이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56%의 응답자가 ‘3월 중으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이에 2022년 10월 산림청 대상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목일 날짜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남성현 산림청장은 “식목일 변경 문제는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지지율이 달라지는 등 찬반양론이 팽팽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목일 날짜 변경’ 관련 계류 법안 목록.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캡처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 ‘식목일 날짜 변경 법안’만 네 개다. 모두 식목일을 20일 또는 21일로 변경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산림청은 지난해 3월 보도자료를 통해 “나무를 심는 시기는 수목 생리적 요인과 토양과 습도, 강수량, 유기물 등 나무 생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영향인자와 연관되며, 단순히 기온상승 하나만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며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실제로 산에 나무를 심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4월5일까지 나무를 심은 비율은 연간 심어야 하는 면적의 약 30% 정도에 불과하며, 식목일이 지난 후에 나무를 심는 비율이 70%”라고 밝혔다.

산림청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이전에 국민인식조사 등을 통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오랜 기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역사성 있는 날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하며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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