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간절함이 있는가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얼마 전 어느 단체가 주관하는 ESG 포럼의 발제자로 참여해달라고 요청 받았다. 공공기관에 재직하다 보니 일정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고, 행정감사와 내년 예산심의도 앞두고 있어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거절했다. 연말이면 조직마다 한 해 사업을 정리하고, 성과를 대중에게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와 포럼, 컨퍼런스가 줄을 잇는다. 이러한 행사의 단골 주제 중 하나로 여전히 ESG가 주목받는다. 환경과 에너지, 다양성과 포용성 등도 인기가 있다. 수년 전 우리 사회에 광풍을 일으킨 ESG 이슈만 보더라도 이 정도의 관심과 지지, 교육과 지원이 있었으면 지금쯤 가시적인 성과가 몇 개씩은 나올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친숙한 단어인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스탠포드사회혁신리뷰(SSIR)에 소개된 건 2011년이다.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와 존 카니아(John Kania)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조직이 참여해야 사회적가치의 파급력이 강해진다며 콜렉티브 임팩트를 제안했다. 이를 위한 다섯 가지 협력 방법은 ▲공통의 주제 ▲측정체계 공유 ▲상호강화 활동 ▲지속적인 의사소통 ▲핵심운영조직 등이다. 그러면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나 기업의 ESG 이슈 또한 콜렉티브 임팩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과 시민단체까지도 구호처럼 외치는 ESG 이슈도 콜렉티브 임팩트 방식을 적용한다면 더 큰 사회적가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콜렉티브 임팩트의 다섯 가지 방식을 이야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선행조건(Pre-conditions)이다. 진정한 협력을 통해 사회적가치를 확대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영향력 있는 챔피언(Influential Champion)이 있어야 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주체를 촉진하고 유지하며, 여러 분야의 리더들을 하나로 모으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존중을 받으며 독려하려면 역동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챔피언은 문제 해결에 열정적으로 집중해야 하지만 동시에 참가자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꺼이 기회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둘째는 적절한 재정 자원(Adequate Financial Resources)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년 동안 문제해결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 처음부터 참여하여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앵커 자금 제공자는 필수다. 마지막 조건은 ‘간절함’이다. 원문에는 변화에 대한 절박함(Sense of Urgency for Change)으로 표현돼 있다. 여기서 간절함이란 ESG 이슈나 환경위기, 사회불평등 문제에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확신시키는 한계점을 만들었는지, 우리가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여 기꺼이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는지, 지속가능성 측면의 근본적인 위험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등을 포함한다. 문제해결에 대한 간절함이 없다면 많은 조직이 하고 있는 활동은 말뿐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많은 조직이 ESG 경영을 외치고 환경적, 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조직에서 이야기하는 문제제기와 ESG 활동, 소셜 임팩트 활동에 대한 간절함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다른 조직이 하니까, 외부의 평가와 시선이 있으니까 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챔피언’과 ‘재원’, 무엇보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없으면 제대로 된 임팩트는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절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정성이나 마음 씀씀이가 더없이 정성스럽고 지극하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는 뜻이다. 최근 많은 포럼과 세미나, 컨퍼런스에서 울려 퍼지는 ESG 이슈와 환경문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간절함을 담고 이야기하고 듣고 있는가? 각종 행사의 발표자나 청중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인증샷에는 얼마나 많은 간절함이 담겨 있는가? 빌려 쓰는 지구에, 우리의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현재의 우리가 되기 위해, 다시 한번 간절함을 가져보자. 그리고 진심을 보여주자.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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