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일)

[쓰레기공장 이야기]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김정빈 수퍼빈 대표
김정빈 수퍼빈 대표

날씨는 따뜻해지고, 바야흐로 봄입니다. 식욕과 소비 욕구가 덩달아 충만해지는 계절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꼭 갖고 싶은 옷이나 신발, 가방도 많고, 매력적인 전자제품도 눈에 밟히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음식들도 넘쳐납니다. 이러한 풍요와 편리함은 인류가 만들어 온 위대한 문명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문명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쓰레기와 폐기의 현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쓰레기 현장의 규모는 너무나 크고 위협적이며 심지어는 어둡고 침침해서 누구도 그 실체와 모습을 직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서 함께 한번 상상해 볼까요? 우리 사회는 수많은 산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화장품 산업, 장난감 산업, 음식이나 음료 산업, 전자제품 산업 그리고 생필품 산업 등. 이렇게 많은 산업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결국 어디로 갈까요? 제품마다 약간의 시차는 있겠지만 결국은 모두 쓰레기장으로 모입니다. 그러면 그 모든 걸 받아내야 하는 쓰레기장의 규모는 얼마나 커야 할까요? 상상이 가시나요? 아마도 우리 문명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순차적으로 다 담을 수 있는 규모여야 할 겁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요즘 그 유명한 ‘챗GPT 4.0’에 물어봐도 좋습니다. 그 정도 크기의 쓰레기장을 가진 나라나 도시를 찾아 줄 수 있을까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많은 쓰레기가 쓰레기장 안에 다 담지 못하면 나머지 쓰레기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주로 가거나 공기 중에 분해됐을까요? 아마도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바다로, 강으로 또는 땅속으로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너무 좌절하지 않고 고통스럽지만 좀 더 자세히 쓰레기장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괜찮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재활용입니다. 물론 생산과 소비를 줄이면 더 좋지만 일단 발생한 쓰레기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재활용입니다. 쓰레기양과 재활용은 더하기 빼기 관계입니다. 전체 쓰레기양에서 재활용되지 못한 쓰레기는 결국 소각과 매립으로 처리되겠지요. 이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사회로 가야 하는 우리 여정에 소각과 매립에서 나올 수 있는 어마어마한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역시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답은 분명해졌습니다. “재활용을 잘해서 쓰레기의 양을 줄인다.” 지금처럼 정성을 다해 분리배출을 계속하면 될까요? 그러면 왜 지금까지 열심히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도 했는데 쓰레기는 자꾸만 쌓여가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활용 방식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재활용 방식은 정부 보조금과 재활용의 가치를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는 시장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설계하고 또 발전시켜야 하는 효과적인 재활용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개념 속에서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재활용과 소각매립 방식을 선형경제라고 한다면 이제는 순환경제로 전환돼야 하는 우리의 현실과 상황을 자각하고, 이 속에서 순환경제가 요구하는 재활용에 대한 정의와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문화적 자산일 수 있습니다. 이미 국제사회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어서 서둘러야 합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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