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화)

세계는 ‘그린워싱’ 규제 강화… 韓은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분

세계 주요국이 그린워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한국은 대부분 행정지도 처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탁을 뜻하는 ‘워싱(washing)’이 합쳐진 말로, 기업의 제품이나 이미지를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3년간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4940건이다. 이 가운데 4931건(99.8%)은 법적 강제력이나 불이익이 없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는 9건(0.2%)에 불과했다. 시정명령을 받으면 즉시 표시·광고를 중지하고, 명령을 받을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이행 결과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2020년 110건, 2021년 272건, 2022년 4558건으로 특히 지난해 폭증했다.

현행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서는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기만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법에 근거해 제조업자 등의 표시·광고 부당성을 조사할 수 있다. 조사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과징금이나 벌금을 부과한 사례는 없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 그린워싱 규제 현황

해외에서는 그린워싱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은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경우 90만 유로(약 12억원) 이하 또는 연매출의 1%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 의류브랜드 H&M과 데카트론은 기업의 제품과 웹사이트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표기를 지우고 각각 50만유로(약 7억원), 40만파운드(약 6억4000만원)을 냈다. 소비자시장국의 조사 과정에서 제품의 친환경성을 입증하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는 지난해 10월 에너지 기업 ‘틀루(Tlou)에너지’에 그린워싱을 이유로 벌금 5만3280호주달러(약 4743만원)를 부과했다. 틀루에너지는 아프리카 보츠와나 등에서 에너지 개발과 전력 공급 사업을 하면서 탄소중립적인 전기를 생산한다고 홍보한 점이 문제됐다.

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프랑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그린워싱 벌금을 법제화했다. 기업의 제품·광고 등이 그린워싱으로 적발되면 허위 홍보 비용의 80%까지 벌금으로 부과한다. 적발 기업은 회사 홈페이지에 30일간 해명 자료도 게시해야 한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그린워싱으로 소비자법을 위반한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높였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한국도 단계적으로 그린워싱 관련 시정명령을 늘려가는 식으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면서 “광고 중단이라든지, 광고를 이미 중단한 경우에는 정정광고를 송출하거나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공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환경부가 새로 도입하기로 한 그린워싱 과태료 규정도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지난 1월 31일 환경성 표시·광고 위반 경중에 따라 적절한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과태료 규정을 신설해 처분기준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올해 상반기 중으로 환경기술산업법을 개정해 환경성 표시·광고 규정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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