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화)

“기후테크 투자는 아직 틈새시장… 아시아 시장 성장잠재력 무한”

[인터뷰]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

“기후테크 분야는 워낙 펀더멘털이 강하고 친환경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팬데믹도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어요. 지난 3~4년 동안 기후테크 분야 자체가 엄청나게 성장했거든요. 특히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성장세가 굉장히 빠릅니다. 다만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외한다면 투자 비율이 전체의 4%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은 아시아 지역이 더 크다고 보고 있어요.”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기후테크 투자를 ‘틈새시장’이라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후테크 투자금은 지난 2016년 66억 달러(약 8조원)에서 2021년 537억 달러(약 70조원)로 8배 가량 성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투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아직 주류가 아니라고도 했다.

지난달 24일 ‘2022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참석차 한국을 찾은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동남아 시장에 공급망을 갖춘 한국의 대기업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도 하고 싶어한다”라며 “특히 동남아에서 에너지나 운송 부문은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달 24일 ‘2022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참석차 한국을 찾은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동남아 시장에 공급망을 갖춘 한국의 대기업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도 하고 싶어한다”라며 “특히 동남아에서 에너지나 운송 부문은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2020년 1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ADB벤처스를 설립했다. ADB벤처스 공동창립자인 그를 지난 10월24일 ‘2022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현장에서 만났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IPO 앞둔 기업까지 맞춤 투자

-ADB벤처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금융기관인 ADB에서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기후테크를 다루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 그리고 기후변화 역량이 특히 취약한 계층들이 도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0년 1월 출범 이후 3년째다. 현재까지 총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지금까지 약 40개 기업에 투자했다. 평균 투자 규모는 100만~200만 달러 정도 된다. 한 기업에 많게는 400만 달러까지 투자한 경우가 있다. 시드 투자의 경우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10만~20만 달러 수준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들을 조금 더 지켜본 다음에 추가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기후테크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시아 기업에만 투자하는 건가?

“대부분의 기후테크 기업은 특정 로컬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ADB벤처스는 로컬보다 넓은 지역(regional)에 걸쳐 활동하는 벤처캐피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아시아 기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북미나 유럽 기업이지만 아시아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면 투자한다.”

-ADB벤처스와 일반적인 VC의 차이점은 뭔가.

“기업 성장 단계별 다양한 금융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ADB벤처스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ADB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부나 금융회사, 다국적 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사에 연결시켜주고 추가 펀딩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ADB는 ESG투자 측면에서 50여 년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문가들도 많기 때문에 시장에 처음 진출한 기업부터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까지 규모별로 맞춤 지원이 가능하다.”

-한국에 소개할 만한 기후테크 기업이 있나?

“한국 기업이지만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이그린글로벌(EGG)’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EGG는 세계 최초로 무병씨감자를 무균 환경에서 대규모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감자는 물과 토지를 아주 많이 사용하는 탄소 발자국이 긴 작물이지만 식량 안보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 EGG는 감자 재배 시간을 단축하고 물과 토지 사용도 혁명적으로 줄이는 친환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DB벤처스는 지난해 EGG에 250만 달러를 투자했다. EGG는 아시아 개발도상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감자 외에도 고구마, 양파, 마늘 등을 재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고 들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누벤츄라(Nuventura)’라는 독일 기업이다. 에너지를 소비할 때 전송 그리드를 통해 전달하는데, 이 그리드에 ‘스위치 기어’라는 기술이 들어가 있다. 스위치 기어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로 꼽히는 육불화황(SF6) 가스가 필요한데, 이산화탄소보다 2만4000배 온난화 효과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누벤츄라는 SF6 대신 압축 공기를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을 아시아 시장에 맞게 스펙을 조정해 중국과 인도에서는 이미 채택됐고 지금 아시아 여러 시장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기후테크 투자의 측정 방식을 표준화하고 투자 기업의 임팩트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기후테크 투자의 측정 방식을 표준화하고 투자 기업의 임팩트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투자 기준에 임팩트 측정·ESG 평가 적용

-기후변화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내는 게 난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에서 처음 진출한 기후테크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초기 투자금을 넣고 기술을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시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뭔가.

“크게 비즈니스 모델과 임팩트 잠재성, 두 가지를 놓고 평가한다. 먼저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야 한다.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경쟁사는 어느 수준인지 등을 확인한다. 임팩트 잠재성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가능성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인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등을 측정한다. 이와 별개로 ESG 평가를 하고 있는데, 환경이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지를 살펴보고, 기업 정책으로 청렴성이나 성 평등을 지향하는지도 평가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약해도 임팩트가 강하면 투자할 수 있지 않나.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않고 임팩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기업이 임팩트를 내고 업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빨리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큰 임팩트는 수익도 크다. 물론 개별 기업 혼자 힘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각 국가별로 환경 규제도 다르고 네트워크 형성도 쉽지 않다. ADB벤처스가 자금 투자뿐 아니라 기업들의 네트워킹을 비롯한 단계별 성장을 지원하는 전략적 투자자 역할을 하는 이유다.”

-임팩트워싱 기업에 대한 우려도 크다.

“투자 기준은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 투자 기업과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또 투자할 때 어떤 추정을 통해 수익을 전망했는지 등을 감사받게 돼 있다. 사실 스타트업의 미래를 점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나름 측정법을 개발한 게 ‘유닛 임팩트’(unit impact)다. 예를 들어 전기차 한 대가 1년간 도로를 주행했을 때 저감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하면 전기차 보급량에 따라 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꿀까.

“일반 VC와 마찬가지로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실패할 수 있다. 현재 40여 투자 기업 중에 5~10개 기업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은 숫자 같지만 이들이 5년, 혹은 10년 정도 지나서 시장에 안착하고 업계를 바꾸기 시작하면 그 임팩트는 세상을 바꿀만큼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제주=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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