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벤처스가 ‘2021 임팩트어스 인베스터스데이(데모데이)’를 20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소풍벤처스가 운영하는 농업·식품 분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임팩트어스’에 선발된 스타트업이 참석해 농식품 분야에서 시도 중인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참가팀은 ▲랑데뷰 ▲밭 ▲우성소프트 ▲루츠랩 ▲뉴로팩 ▲도시곳간 ▲엔티 ▲캐비지 ▲카멜로테크 ▲위미트 등 총 10곳이다. 이들은 농업과 IT를 접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유통 구조 개선으로 소농(小農)의 소득을 높이기도 했다. 미세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소재를 생산하거나 해조류로 친환경 포장재 생산 기업도 주목받았다.
농업에 IT 접목, 미래농업 이끈다
이날 데모데이 무대에 오른 농식품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했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랑데뷰’는 농촌인구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수확에 필요한 노동력 비중은 약 39%로 가지치기, 김매기, 적과 등 작물재배 작업 가운데 가장 컸다. 박주홍 랑데뷰 대표는 “스마트팜이 확산하면서 작물 수확량이 증가하는 만큼 수확에 드는 노동력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랑데뷰가 개발한 수확 로봇 ‘파밀리’는 컴퓨터 비전을 통해 파프리카, 토마토 등의 작물을 인식하고 로봇팔을 활용해 시간당 약 10kg을 수확할 수 있다.
‘우성소프트’는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약사의 업무를 개선해주는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농약사는 농민들에게 농약을 판매할 수 있는 전문가다. 농약, 농자재, 종자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약사가 약을 제공하듯이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농약 등을 처방해준다. 우성소프트는 농약 판매기록 전송, 재고 관리, 데이터 추출·가공·분석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농약사의 업무 효율 증대로 농민들의 작물 관리 방법에 집중할 수 있고 육묘장 사업 등 부가 사업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현재 전국 3000여 농약사 가운데 800곳에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2만2000명의 농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태권 우성소프트 대표는 “제조사, 농약판매자, 공공기관, 농민 등의 정보를 클라우드에 모아 농약사들에게 제공해 농업 활성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방식품을 생산하는 ‘카멜로테크’는 200분 동안 달여야 하는 한약을 5분이면 달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국내에서 한약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오랜 제조과정 때문에 며칠 후에 받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캡슐 커피 기계에 넣어서 바로 한약을 추출할 수 있는 캡슐도 개발했다. 스텔라메디는 5분 안에 한약을 제조할 수 있고 약재 잔량 등도 한의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약효 성분도 200분을 달이는 한약과 비슷하다는 검사 결과도 확보했다.
유통구조 개선, 농부도 소비자도 만족
농업회사법인 ‘밭’은 감자의 유통구조를 개선해 농가 소득과 국내 감자 품종 확대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밭은 감자 농가들과 직접 계약하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감자를 구매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감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감자 가공식품인 ‘감자빵’도 개발했다. 감자빵은 강원 춘천의 관광상품으로도 선정돼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소 밭 대표는 “감자에서 옥수수, 콩, 사과 등 다른 작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종자 사업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곳간’은 농부들의 농산물을 직접 공수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반찬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소규모 농부들과 직접 계약해 농산물을 공수해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반찬을 만들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 농산물을 팔 수 없는 소농의 소득을 올려주고 소비자에게도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지난 2019년 처음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은 현재 서울 등 전국 지역에 17개까지 확장했다. 셰프 경력이 있는 민요한 도시곳간 대표는 “소규모 농가의 판로를 개척하고 소비자들에게는 프리미엄 반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250여개의 반찬과 요리를 만들고, 도시곳간 소속 셰프들은 밀키트도 개발하고 있다.
‘엔티’는 당일 나물을 조리해 배달해주는 나물투데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나물투데이는 번거로운 나물 조리 과정을 공장에서 대신해주고 소비자들에게 나물 가공품을 제공하는 나물 주문 서비스다. 소비자가 주문한 당일 산지에서 채소를 공급받아 데치고, 양념해서 나물을 제공한다. 큐레이션을 통해 처음 보는 나물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현재 100가지의 나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서재호 엔티 대표는 “지자체, 기업들이 조성하는 숲에 농부들이 나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공유 농장 서비스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못난이 농산물의 변신…환경문제도 동시에 해결
‘루츠랩’은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는 배에 함유된 ‘석세포’를 추출해 미세플라스틱 대체 소재로 만든다. 석세포는 배를 먹을 때 오독오독한 식감을 주는 것으로 국내 배 종자에서만 발견된다. 석세포는 모공축소 효과, 각질제거 효과, 치약연마 효과 등이 뛰어나 화장품이나 치석제거를 위한 껌에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루츠랩은 석세포 추출 기술을 기반으로 LG생활건강, 한국 콜마, 롯데제과 등과 함께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명원 루츠랩 대표는 “원물 확보를 위해 배 농가와의 협약도 진행하고 향후 반려동물 식품 시장, 반도체 공업 시장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비지’는 외관상의 문제로 상품가치가 없어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정기 배송해주는 ‘어글리어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재 약 30%에 달하는 못난이 농산물들이 버려지고 있다. 캐비지는 판로가 없어 헐값에 팔리거나 폐기처분되는 못난이 농산물들을 직접 가져다 포장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소비자에게는 농산물과 함께 해당 못난이 농산물에 흠집이 생긴 이유 등을 알려준다. 최현주 캐비지 대표는 “현재는 채소, 과일, 곡물 등 원물을 그대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지만, 원물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로팩’은 환경·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자연물을 활용해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한다. 기존 PLA 시장은 해외에서 옥수수 등 원료를 구매해서 제작했지만, 뉴로팩은 은행잎, 괭생이모자반, 구멍갈파래 등 국산 원료를 활용한다. 뉴로팩의 대표적인 원료인 괭생이모자반, 구멍갈파래 등은 바다 생태계도 파괴하면서 처리 과정에서도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해조류다. 양식장에 피해를 주는 불가사리도 탄산칼슘의 원료로 사용해 포장재를 제작해 신선식품의 보관 수명을 늘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 뉴로팩은 신선식품, 밀키트 기업과 연계해 친환경 포장재를 제공할 계획이다.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위미트’는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육류에 있는 근섬유, 근조직 등을 구현해냈다. 다른 기업들이 활용하는 분쇄가공과 달리 식감 등에서 실제 육류와 유사한 기술이다. 덕분에 지난 8월부터 판매 중인 ‘위미트프라이드’는 70%에 달하는 소비자가 재구매 의사를 밝혔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는 “치킨 기업들과 실제로 협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