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사회주택이 ‘부실주택’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강화·수익성 개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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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방식 사회주택, 임차인 보호 취약
서울시, 모니터링 제도 11월부터 운영

2015년부터 사회주택 총 205호를 공급한 ‘드로우협동조합’이 경영난에 빠졌다. 더나은미래가 확보한 드로우협동조합의 기업분석 자료를 보면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부채 총액이 약 29억2000만원에 달한다. 기업 신용도를 평가하는 ‘와치(Watch) 등급’에서도 지난 8월 기준 ‘경보’ 판정을 받았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 채권·신용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더나은미래와의 전화 통화에서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며 “다른 사업자가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의 사회주택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주택 57호를 공급한 ‘두꺼비하우징’도 2017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꺼비하우징이 지난해 완공하기로 했던 서울 성북구 사회주택의 경우 자금난으로 공사를 중단했다가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추가 융자를 받아 다시 공사를 시작했다.
서울시의 사회주택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일부 사회주택 사업자의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취약 계층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사회주택 사업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부실 사업자를 걸러내고 우량 사업자를 지원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주택 신뢰도 높이려면 부실 사업자부터 걸러내야

현재 사회주택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부실 사업자가 발생해도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실 사업자에 대한) 법인회생 신청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임차인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사업자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거나 파산하면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을 빌린 뒤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전대(재임대) 방식의 사회주택은 임대보증금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 임차인 보호가 취약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 적정성을 평가하는 ‘사회주택 모니터링’을 오는 11월 시행하기로 했다. 시가 사회주택 사업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사회주택위원회가 평가를 맡아 사회주택 사업이 부실화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의도다. 사회주택위원회는 지난 2016년 구성됐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다 지난달 19일에야 처음 회의를 가졌다. 서울시 측은 “1년에 5~6회 정도 위원회를 개최하고, 사회주택 발전 방안도 논의하는 등 내실 있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주택 업계는 뒤늦게나마 시행되는 모니터링을 반기는 분위기다. ‘옥석 가리기’에 나서 사회주택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부실 사업자를 걸러낼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임차인 보호의 측면에서도 사회주택 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모니터링은 사회주택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라면서도 “무조건적인 규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택 사업자의 성과를 잘 측정해서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주택 사업자 지원, ‘세금 낭비’ 아닌 공공성 확보 위한 ‘투자'”

전문가들은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익성’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호 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회임대주택금융지원센터에서 열린 사회주택 사업자·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사업성과 공공성이 충돌한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임차인에게 비용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공공이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330㎡(약 100평) 부지에 5층 건물을 지어 16호실을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표준모델’로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면 30년간 사업을 수행해 사업자가 거둘 수 있는 내부수익률(IRR)은 4.75%에 불과하다.

서울시도 사회주택 사업자의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가 사들여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토지의 연간 임대료를 토지감정가의 2%에서 1%로 낮출 계획이다. 50억원짜리 토지를 빌린 사업자라면 매년 1억원을 납부해야 했지만, 이제는 5000만원만 내면 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토지임대부 표준모델 기준 내부수익률이 12.95%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HUG와 협의해서 토지 임대료의 최초 납부 시점을 늦추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는 토지임대계약을 맺은 시점부터 임대료를 내야 하지만, 이를 6개월 늦추는 방식이다. 계약 이후 착공이 이뤄지기까지 평균 6개월이 걸린다는 분석에 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주택 사업자는 “모든 주택 사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사회주택의 경우 초기 자본금이 모자라서 자금난에 빠질 때가 많다”며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숨통이 트였다는 느낌은 받는다”고 했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공공이 사회주택 사업자를 감시와 규제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육성할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며 “사회주택 사업자 지원은 ‘세금 낭비’가 아니라 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자’이므로 사회투자기금이나 HUG 보증대출 외에 주택기금을 활용한 금융 지원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처럼 토지를 30~40년 정도 빌렸다가 이후 지자체에 되돌려주는 방식은 사업자 부담이 크다”며 “유럽 일부 국가처럼 70~99년씩 임대해주는 정도까지는 어렵더라도 임대 기간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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