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일)

[Cover Story] 선한 의지로 행동하는 新인류, ‘호모 악티부스’의 하루

미리 보는 ‘2019년 제3섹터’

2019년 ‘제3섹터’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더나은미래 취재팀은 비영리단체, NPO(NGO), 사회복지법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제3섹터 현장에 있는 활동가 100여 명의 의견을 참고해 내년 공익 분야를 이끌어갈 10개의 키워드를 뽑았다. 전화·서면·대면 등 다양한 형태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모든 키워드의 중심에 ‘시민’이 있었다.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시민들. 더나은미래는 이들을 행동하는 인류, ‘호모 악티부스(Homo Activus)’라 부르기로 한다. 다음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2019년 어느 호모 악티부스의 하루’다.

일러스트=나소연

08:00
성수동 소셜벤처에서 일하는 30대 초반 여성 미래씨가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탄력근무제 도입으로 출근 시간이 10시로 늦춰진 덕에 전보다 아침 시간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휴대폰 케이스가 망가졌지.’ 미래씨는 스마트폰으로 텀블벅 사이트에 접속한다. 유기동물 보호소를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클릭해 유기묘 캐릭터가 그려진 귀여운 폰 케이스를 1만6000원에 구입한다. 굿 굿즈를 샀다는 뿌듯함 덕분일까. 오늘 하루도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다.

10:30
미래씨를 비롯한 전 직원 다섯 명이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마케팅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시작한 회의가 자연스럽게 소비밸 이야기로 흘러간다. 워라밸이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뜻하는 말이라면, 소비밸은 ‘소셜 미션’과 ‘비즈니스’의 밸런스(균형)를 뜻하는 말이다.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수익을 잘 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토론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미래씨네 회사뿐 아니라 요즘 성수동에서는 소셜벤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소비밸 문제가 가장 큰 화두다.

12:00
회사 근처로 찾아온 친구와 점심을 먹는다. 미래씨는 환경을 생각해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시작했다. 전 세계 인구가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을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다. 샐러드를 주문해 놓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미래씨의 친구는 사이드 허슬러다. 원래는 직장에 다니며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진행해 왔는데, 최근에는 아예 직장을 관두고 프로젝트만 여러 개 진행한다고 했다.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같이 해볼래?” 미래씨의 눈이 반짝인다.

19:00
특별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미래씨는 올 초부터 지자체가 조직한 청년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뜻을 품은 20~30대 청년들이 환경이나 젠더, 남북,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모임이다. 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은 미래씨는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 제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청년들의 생각이 정책에 실제로 반영된다면 큰 사회적 임팩트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23:00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켠다. 며칠 전 블록체인 기부를 통해 해외 후원 아동에게 보낸 기부금이 잘 전달됐는지 확인한다.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서 미래씨는 예전보다 더 자주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텀블벅 홈페이지에 한 번 더 접속해 아침에 참여했던 유기견 보호소 후원 프로젝트의 펀딩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목표 금액 100만원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선을 위해 행동하는 인류, 호모 악티부스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더나은미래가 뽑은 2019년 제3섹터 키워드 보기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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