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화)

캄보디아 발전 위해 뿌린 ‘교육’의 씨앗 …이화여대 교육 ODA 6년 임팩트

캄보디아는 과거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200만명이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학살된 ‘킬링필드(Killing field, 1975~1979)’의 역사를 겪었다. 킬링필드로 교육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졌고, 현재까지도 캄보디아의 교육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평균 교육기간은 5.8년. 6년제인 초등학교 졸업자 중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동은 14.2%에 불과하다. 고등학교를 입학한 학생이 학교를 끝까지 다니는 비율도 27%에 그친다.

대학들도 규모와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가장 유명한 왕립프놈펜대학(RUPP) 역시 교육과정이나 교수진의 수준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화여대는 국제개발협력(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6년간 왕립프놈펜대학의 교육과정 설계 등을 도왔다. 사회복지학과를 주축으로 총 4개 학과(사회복지학과, 국제학과, 한국학과, 환경공학과)가 협력했다.

지난 6년간 캄보디아 ODA를 이끌어온 이대 교수들이 최근 ‘교육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이화여대와 왕립프놈펜대학의 아름다운동행(도서출판 공동체)’을 펴냈다. 이화여대 국제협력선도대학사업단의 단장을 맡아 교육 ODA 사업을 이끈 김은미 이화여대 대학원장(국제대학원 소속)을 비롯한 5명의 교수진을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이화여대 교수진 5명. (왼쪽부터)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미혜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진환 국제학과 부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대학원장(국제대학원 소속), 최용상 환경공학과 부교수 ⓒ백이현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사회복지학 석사과정 만들고, 캄보디아 최초의 개발연구원 설치…6년 ODA 임팩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는 2009년 국고 지원사업(BK21)으로 왕립프놈펜대와 인연을 맺고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의 설계를 도왔다. 왕립프놈펜대에 ‘이화-RUPP’ 사회복지대학원을 설립했고 교과과정 개편, 연구교수 파견, 기자재 지원 등을 물심양면 지원해왔다.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업 도중에 지원이 끊겨 중단 위기를 맞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캄보디아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회복지학과 교수진들이 두 팔 걷고 후속 자금을 유치했고,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서 1억여원을 보태 사업을 꾸려왔다”고 회고했다.

4개 학과가 힘을 합치기로 한 건 2012년부터다. 교육부가 교육 ODA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문·사회·자연·공학 등 여러 학과가 융합해 교육 ODA를 시행할 학교를 공모했고, 이화여대에서는 왕립프놈펜대와 인연이 있는 사회복지학과를 비롯해 국제학과, 한국학과, 환경공학과 등이 함께 사업에 지원했다.

“사업에 선정됐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교육 ODA 개념이 낯설었던 시절, 정부 부처와 재단, 동료 교수들까지 설득해야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왕립프놈펜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요 조사부터 한 이후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로 현지에서 개최하는 학회나 프로그램 등도 현지 교수진이 중심이 돼 운영하고 기획하도록 현지화를 많이 했어요. 학과 하나가 한다기보다 다 함께 달라붙어 굉장히 열심히 했죠. ”(김미혜 사회복지학과 교수)

캄보디아 현지에서 개최한 ‘RUPP-이화 도전 골든벨’ 대회 참가 학생들. ⓒ이화여대

사업단은 왕립프놈펜대의 과목 컨설팅, 교수진 연수 등 교육과정의 리모델링을 도왔다. 우선, 사회복지학과는 교수 2명을 캄보디아로 파견해 현지 강사의 역량을 키우고, 교과과정을 두 차례 개편해가며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이후 국내 교수진 29명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캄보디아로 건너가 총 1530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 사회복지학 박사 1호가 탄생하기도 했다.  

환경공학과와 한국학과도 국내 교과과정을 기반으로 캄보디아 맞춤형 과목을 신설해 커리큘럼을 정비했다. 비전공자나 기관 파견 강사들이 가르쳤던 한국어학과는 강사들을 초청해 이화여대의 한국어 학위과정을 듣도록 지원해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6년간 현지 교수와 학생들의 역량이 상승하면서, 학과 학생 수와 졸업 후 취업률이 100% 이상 상승했다.  

연구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을 썼다. 국제학과는 캄보디아 최초의 싱크탱크인 ‘캄보디아개발연구원(CDI)’을 만들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기반을 만들었다. 1960년대 미국이 대외원조 자금으로 우리나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설치를 지원했듯이, 캄보디아가 스스로 적절한 경제사회 발전 모델을 찾도록 한 것. 환경공학과는 캄보디아 최초의 대기오염 모니터링 장비 2기 등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고, 교수진을 초청해 국내의 연구 시스템과 워크숍 등을 경험하도록 했다.

최용상 교수는 “공장과 아파트 난개발, 교통량 증가 등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캄보디아가 스스로 재난·환경 정책을 세워갈 기반을 제공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를 통해 이화여대 학생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해 캄보디아에 재난·재해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 ‘레인버드지오’를 만든 것도 큰 임팩트”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왕립프놈펜대에서 열린 ‘RUPP-이화 공동 환경 워크샵 및 최초 대기오염 측정장치 현판식’ 현장. 이날 캄보디아 환경부 장관도 배석했다. ⓒ이화여대

 

◇4개과 ODA 융합은 최초… “하다 보니 SDGs더라”

교수진은 ODA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김은미 대학원장은 “2005년 파리 선언 이후 ODA 5대 원칙이 나왔는데, 그중 1번이 ‘주인의식(ownership)’”이라며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을 존중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6년간 캄보디아의 주인의식을 존중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첫번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진환 교수는 “CDI의 경우, 사업이 끝나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홈페이지 10년 운영권을 제공했고, 그동안 진행한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며 “(연구원이) 이제는 스스로 연구비도 조달할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미혜 교수는 “3기수까지 배출하고 나니, 수료생들끼리 현지에 사회복지협회를 만들고, 실제로 사회복지학 교수가 된 학생도 나왔다”며 “단순 돈을 주는 원조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을 전문가로 키워 자립할 수 있도록 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질적인 4개 학과가 성공적으로 융합해 ODA를 진행한 것도 큰 성과다. 김미혜 교수는 “4년짜리 교육부 사업이 끝나고서는 타 기관 후속 과제(재난관리)를 받아 2년 더 진행했을 정도로 협력이 잘됐다”며 “환경공학과를 ‘빼고 가자’는 기관을 끝까지 설득해 내고, 한쪽 학과가 예산이 모자라면 다른 과들이 갹출해서 도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환경 측면을 함께 다룬 것이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은미 대학원장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 안전망과 경제 성장이 필요하고, 이후 발전도 환경을 보전하며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 아래 사업을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4개 학과가 함께 해야 하는 이유를 바깥에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는데, SDGs가 나오고 나니 우리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5명 교수진. ⓒ백이현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교수진은 지난 6년간의 ODA 성과와 노하우를 확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책을 발간했다. ODA 전문가와 청년들, 은퇴 이후 개도국에서 제2의 인생을 모색하는 이들 등 교육 ODA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알아야할 필수 정보를 담았다. 조상미 교수는 “다른 대학에서 문의가 많이 와서 그때마다 자료나 보고서를 보내주고 면담도 직접 한다”며 “우리 안에 축적된 노하우를 잘 기록하고, 또 대중적으로 확산해 사회적 임팩트를 내자는 마음으로 교수진 모두가 1년여간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김은미 대학원장은 “1945년 UN 창설 이후 70년 동안, 최빈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온 국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며 “앞으로 영어 버전으로도 책을 출간해 세계 각국에 대한민국의 교육 노하우를 전달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의 성장 비결 중 하나로 ‘교육’을 꼽아요.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앞으로도 책은 물론 수업이나 학회, 포럼 등을 통해서 우리의 경험을 확산하고 싶습니다.”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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