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 해외 전문가들이 꼽은 핵심 요소는?

2018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국제포럼

지난 17일 열린 ‘2018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국제포럼’에 연사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

고령화 문제, 저출산 문제, 보육 대란…. 서울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도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들이 경험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하는 디자인 정책들은 해외 도시들에도 영감을 줄 수 있고, 반대로 우리는 해외 도시의 혁신 사례들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국제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자신을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는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소개한 박 시장은 ▲범죄예방 디자인 ▲스트레스프리(stress-free)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등 사회문제를 해결을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디자인 정책들을 소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올해 포럼의 주제는 디자인,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길을 보여주다’. 모니카 마리아 모에스카 덴마크 디자인센터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 제니퍼 가드너 미국 겔 인스티튜트 프로그램 매니저, 레온 크뤽생크 영국 랭커스터 대학 교수가 각국의 사회문제 해결 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고, 승정아 삼성카드 디자인센터장, 허미오 사회적기업 위누 CEO가 기업이 디자인을 접목해 지역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방식을 공유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주목해야 할 디자인 분야의 핵심 키워드를 각 연사의 이야기를 통해 정리해봤다.

◇ “프로토타입(Prototype): 디자인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효과를 입증하라   – 모니카 마리아 모에스카, 덴마크 디자인센터

발표 중인 모니카 마리아 모에스카 덴마크 디자인 센터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 ⓒ서울시

코펜하겐은 학생 주거 시설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두 청년 기업가가 컨테이너를 업사이클링한 주거시설 ’CPH빌리지를 제안했다. 못 쓰게 된 선박용 컨테이너를 1인 주거공간으로 꾸미고, 이를 차곡차곡 쌓아 250명이 살 수 있는 단지 형태로 만드는 아이디어였다. 한편 컨테이너를 재사용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건축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코펜하겐 시는 이 계획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CPH빌리지 팀은 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프로토타입(정식으로 상품을 출시하기 전 성능을 검증하고 구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만드는 모델)’ 을 만들고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 컨테이너 주거공간을 직접 둘러본 시 관계자들은 프로젝트에 크게 감명받았고, ‘학생용 임시 주거시설 사용 연한 3이란 정부 방침을사용 연한 10으로 수정해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나서줬다. 그리하여 왕립 덴마크 예술학교, 덴마크 영화 학교, 덴마크 국립 연극 학교까지 자전거로 3분 거리인 명당에 첫 번째 CPH빌리지가 완성돼 올여름 문을 열었다.”

코펜하겐의 학생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CPH빌리지 모습. ⓒCPH Village Facebook

 

◇ “데이터 분석”: 겹겹이 뭉쳐 있는 데이터를 쪼개면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 제니퍼 가드너, 겔 인스티튜트

제니퍼 가드너 미국 겔 인스티튜트 프로그램 매니저. ⓒ서울시

“2007년 뉴욕시와 함께 겔 인스티튜트가 타임스퀘어를 사람 중심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할 때 우리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데이터 분석 작업이었다. 예컨대 타임스퀘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걸어가는 사람머무는 사람으로 크게 분류하고, 각 분류에 따라 그들이 타임스퀘어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주로 어느 지점에서 걷거나 머무는지 등 데이터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인간 행동은 여러 겹의 층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한 겹 한 겹 벗겨 내 들여다봐야 숨어 있던 디테일이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데이터 분석으로 당시 타임스퀘어 공간의 90%가 자동차에 점령돼 있고 남은 10% 공간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에는 타임스퀘어 일부 구간 교통을 통제하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5, 이 공간은 영구적으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겔 인스티튜트의 디자인 프로젝트 이후 자동차 중심(위)에서 사람 중심(아래_ 공간으로 변모한 뉴욕 타임스퀘어. ⓒGehl Institute

 

◇ “공동 디자인(Co-design): 사용자를 디자인 작업에 참여시켜라   – 레온 크뤽생크, 랭커스터 대학교

레온 크뤽생크 영국 랭카스터대 교수. ⓒ서울시

랭커스터 대학 부설 연구소인이매지네이션 랭커스터(Imagination Lancaster)’2012년 랭커스터의 중세 유적인 랭커스터 성() 주변 녹지의 접근성을 높여 시민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비욘드 더 캐슬(Beyond the Castl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디자이너, 조경 건축가, 정책 관계자 등 전문가뿐 아니라 랭커스터 시민을 디자인 주체로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시민 대상 공동 디자인(co-design)’ 워크숍을 여러 차례 열었다. 워크숍에선 해당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고, 이 역사성을 고려해 지역의 정체성을 수립하고,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들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 세 살배기 아이부터 92세 노인까지 다양한 랭커스터 시민 2000여명이 참여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유됐다. 프로젝트는 4년 전에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랭커스터의 시민 커뮤니티가 크게 활성화됐다. 또 시 정부도 시민을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쪽으로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게 됐다.”

‘비욘드 더 캐슬’ 워크숍에 참여해 토론 중인 랭카스터 시민들. ⓒImagination Lancaster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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