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화)

‘케어앤엑스(CareNX)… 사람을 위한 기술, 의료전달망 혁신하다

“친구의 누나가 둘째를 임신하던 중에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고 위험 임신’에 속하는 경우였는데, 몸바이에서도 300마일(약 480㎞)는 떨어진 곳이거든요.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그 뒤로도 궁금한 점이 있거나 검진을 받고 싶으면 몸바이까지 먼 거리를 오가야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시골에 있는 여성들 중에 비슷한 문제를 겪는 이들이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산타누 파탁(Shatanu Pathak∙사진) CareNX 이노베이션 공동 창업자의 말이다. 실제 인도에서 임신으로 사망하는 여성은 상당하다. 지난 9월에 출판된 한 영국 의학 저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인도 내에서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해 죽은 여성은 4만5000명 이상이다. 전 세계, 임신·출산 과정에서 사망하는 인구의 15%에 달하는 수치다. 대부분의 경우 조금만 일찍 손을 썼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이다.

ⓒ주선영
ⓒ주선영

그는 두 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2013년 ‘케어앤엑스 이노베이션(CareNX Innovation)을 설립했다. 기존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되, 기술을 통해 의료 전달망을 혁신하겠다는 것. 

“임산부를 위해 더 나은 의료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은 병원같이 기존에 존재하는 의료 시스템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결국 진단을 하는건 의사니까요. 그 과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건강관리사(health worker)’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봤어요. 이들이 지역의 여성들과 의사를 연결해주는 다리 할을 하는 것이죠.”

CareNX에서는 지역 건강관리사가 쓸 진단 의료도구 ‘케어마더(CareMother)‘를 개발했다. 혈당 측정계, 당뇨 분석계, 디지털 청진기 등 총 7개의 진단 도구가 담기는 ‘이동용 건강관리 키드’다. 건강관리사는 이 키트를 들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면서 상태를 확인하고 신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는 모바일 앱을 통해 바로 확인이 가능하며, 이때 고위험 임신군에 속하는 여성일 경우 그 즉시 알린다. 담당 의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린다. 의사가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할 경우 병원으로 부른다.

CareMother 키트. 출처: https://www.caremother.in/Product.aspx#
CareMother 키트. 건강관리사들이 키트를 메고 집집마다 방문하며 임산부의 상태를 체크한다. 검사 결과는 앱에 기록돼 의사에게 전달되며,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병원으로 호송되는 등의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진다. 출처: https://www.caremother.in/Product.aspx#

“케어마더 키트는 기존 테스트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에요. 병원에서 테스트를 받으려면 교통비 빼고 검사비로만 최소 400루피(약7000원)은 들어요. 게다가 일이 있는 여성이라면 그날 하루 일도 나갈 수가 없고 오가는 시간도 있죠. 건강관리사는 집으로 찾아가고 그 즉시 진단을 해주니 여러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게다가 지역 내에 이미 건강관리사를 잘 활용하고 있는 NGO, 병원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그는 “함께 할 파트너 기관을 어떻게 설득할 때에는 실제 임상으로 나온 결과를 보여준다”고 했다. “케어마더 시스템이 기존 방식에 비해 33% 더 높은 수준으로 고위험군 임산부를 판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의사 한 명에 환자 비율이 2000명쯤 돼요. 한 명씩 깊은 진료를 하기도 쉽지 않고, 환자들의 대부분이 시골지역에 삽니다. 의료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죠. 그런데 모바일과 과학기술, 지역 건강관리사가 함께 되면서 그 자리에서 건강상태를 바로 확인하고, 의사에서 정보를 보내고, 필요할 경우 바로 병원으로 부르는 일도 생깁니다. 훨씬 더 효율적이 된 것이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인터넷이 터지지 않을 때는 괜찮을까. 그는 “인터넷 연결이 없을 때에는 오프라인 모드로 열어 정보를 입력할 수 있고, 나중에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언제든지 의사에게 자동으로 전달된다”고 했다.

올해로 2년, CareNX의 임팩트와 성과는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따. CareNX는 올해 마하라스트라(Maharashtra) 지역에서 3번의 시험 프로젝트를 돌렸다. 고위험 임신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55%를 발견했다. 기존 정부에서 진행하는 테스트가 21%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치다. 지역 내 5곳의 큰 지역 NGO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몸바이 지역에서는 비영리단체 ‘닥터스포유(Doctors for You)’와 협력해 촘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한 해에 만난 임산부 여성만도 800명에 달합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2년간 120명이 다녀갔다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고 집중된 서비스인 셈이죠.”

CareNX 공동 창업자 산타누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집으로 찾아가는 의료 진단 방식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아프면 환자가 병원에 찾아가야 하는 게 당연했지만, 기술과 모바일 플랫폼이 있는 이상 이제는 의료 방식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임신 환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다른 영역으로 확장 가능성도 크고요. 이번에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기업 3곳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락이 와서 미팅을 했어요. 미국 펜실베니아에 있는 병원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가면서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귀포=주선영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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