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금)

후원금 자동이체 발목잡는 출금동의증빙자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후원금 자동이체’
기부자가 직접 서명한 서류나 이체 동의 육성 자료 제출해야
비용·인력 2~3배 늘어나 비영리단체 ‘기부자 모집’ 비상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이전에는 이름·생년월일·계좌정보·출금액만 내면 자동이체(CMS) 기부를 신청할 수 있었다. 후원금 자동이체에 동의했다는 기록은 내부적으로 보관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기부자가 직접 사인한 서류나 이체에 동의한다는 육성을 받아서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에 제출해야 한다. 서류는 일일이 스캐닝해서 파일로 만들고, 녹음본은 길이 편집까지 해야 한다. 그 비용과 인력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기만 하다.”(A단체 회원관리팀 과장)

비영리단체 기부자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금결원이 지난 1월 29일부터 자동이체 통합관리서비스를 위한 출금 동의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동이체 통합관리서비스는 ‘자동이체 정보 사이트(www.payinfo.or.kr) ‘에서 자동이체 정보를 조회·해지·변경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지난해 처음 실시됐다.

문제는 고객이 자동이체에 동의했음을 증명하는 ‘출금 동의 증빙 자료’를 반드시 금결원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서면·녹취·음성응답시스템(이하 ARS)·전자문서(공인인증서 또는 일반전자서명) 중 하나를 활용해야 한다. 인건비나 운영비를 쓰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한국적 기부 상황에서, 이 같은 증빙 자료 제출에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들다 보니 비영리단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A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금결원의 공문을 받고 부랴부랴 대책을 찾다가 ARS 시스템 구축에만 500만원 이상을 투자했다”면서 “그나마도 증빙 자료 첨부용량에 제한(300Kbyte)이 있어 수작업으로 편집까지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B단체 역시 최근 2000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홈페이지 내에 공인인증서 인증 시스템을 구비했다.

특히 소규모 비영리단체의 경우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기부자 100인 이하의 C단체 대표는 “영세 단체들의 소액 정기 후원자 모집에 큰 문턱이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도 5년간 후원신청서를 자체 보관한다. 서면 사인이든, 온라인에서 본인이 정보 이용 동의에 체크하든 마찬가지다. 전화 후원 신청의 경우 직원이 대신 받아 적어서 보관했다. 후원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보내서 자동이체를 각인시켰다. 만약 ‘후원 신청한 적 없다’는 전화가 오면 근거 자료로 확인해드리고, 그래도 아니라고 하면 환급해드린다. 하지만 이제 금결원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이 자료를 디지털화해서 제출하려면 2~3배의 인력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 비용은 누가 대주는가.”

까다롭고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기부자들이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증빙 자료 중 공인인증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자동이체 업무를 대행해주는 일부 CMS 협력사에서 연 4400원의 이용료를 납부해야 하는 ‘범용 공인인증서’만 받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무료인 ‘용도제한용 공인인증서’의 경우 은행·보험·신용카드 업무로 활용 범위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CMS 협력사의 얘기다.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후원자들한테 기부를 자동이체 신청하려면 이용료 4400원을 내고 공인인증서 받으라고 해야 하는데, 그게 쉽겠느냐”고 밝혔다.

더나은미래의 문의에 대해, 금결원은 “2월 16일 현재 ‘금결원에서 발급하는 용도제한용 공인인증서(yessign)의 경우, 본인 명의 은행 계좌에 대한 출금 동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다”면서 “타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공인인증서의 용도까지 금결원이 정할 수는 없지만, yessign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CMS 이용 기관에 배포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출금 동의 증빙 자료를 금결원에 제출하는 대상에서 공공기관·학교법인 등은 제외된다는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한 CMS 협력사 관계자는 “공문 형태는 아니었지만, 일부 기관에 대해 출금 동의 증빙자료 제출이 유예·면제된다는 가이드를 메일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비영리단체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나지 않고 자동이체 관련 민원도 별로 없는 공익 비영리단체에는 부담을 지우면서, 일부 큰 기관은 예외를 둔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예외 대상을 정하는 기준을 밝히고, 비영리단체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한 지원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결원은 “아직 (예외 기관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은행, 금융 당국과 함께 논의해 늦어도 1분기 안에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보람 더나은미래 기자

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