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금)

제3세계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 ‘영화’로 깬다

CGV 다문화 영화제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월드컵 응원구호가 현대적으로 편곡된 ‘아리랑’으로 이어졌다. 익숙한 음악이 새롭게 다가온 이유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열대지방 특유의 정열적인 리듬이 어깨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손끝으로 흘렀다.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민요와 열정적인 춤사위가 어우러지면서 곡이 끝나갈 때쯤에는 관객들도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난 11일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마련한 ‘아름다운 공존, 다문화 영화제’ 개막식 무대는 콩고·세네갈·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6개국 출신 이주민 7명이 모인 ‘스트롱 아프리카’팀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다문화 영화제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아프리카 이주민으로 구성된‘스트롱 아프리카’팀이 CGV 다문화 영화제 개막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이주민으로 구성된‘스트롱 아프리카’팀이 CGV 다문화 영화제 개막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방가?방가’, ‘맨발의 꿈’, ‘반두비’ 등 아시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과 한국 속에 살아가는 아시아인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들이 많이 상영됐다. 이런 영화를 함께 나누는 것이 다문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까. 영화제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방송(MWTV) 활동가 아웅틴 툰(35)씨는 “영상은 전달력이 뛰어나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 같은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주기에 적절한 매체”라며 “관람객들이 다문화 영화제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인권연대 이완(36) 사무국장도 ‘영화’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가진 매체라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아시아인들이 우리보다 문화적으로 열등하다’거나 ‘백인을 더 높게 평가하는’ 등의 선입견이 지속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 담긴 서구적 시각 탓이 크다”며 “편견을 만든 것이 영화인 만큼 영화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깰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다문화 영화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 영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13일에는 영화 ‘맨발의 꿈’의 실제 주인공인 동티모르 청소년(U-15) 축구대표팀 초청 행사가 열렸다. 동갑내기 친구 김정민(33)·조유진(33)씨는 “예전에 이 영화를 보고 ‘동티모르’라는 나라를 처음 알고 관심을 갖게 됐는데 마침 실제 영화의 주인공들이 온다기에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챙겨서 만나러 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관객 류수진(22)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은 농어촌의 병설유치원에서 선생님을 하고 싶은데, 이 영화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CGV 김영(43) 다양성영화팀장은 “다문화 인구가 늘어가면서 사회에 뭔가 기여하고 싶었는데 CGV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영화를 보여주는 일이 아니겠느냐”며 “3·4회 다문화영화제에는 다문화 인구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 한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실질적인 자리가 되도록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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