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금)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은?…‘전략적 CSR’과 ‘어댑티브 파트너십’에 주목하라

제 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4>
한국경영학회 ‘전략적 CSR과 어댑티브 파트너십 포럼’ 현장

기업 사회공헌 전략의 방향성을 재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경영학회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전략적 CSR과 어댑티브 파트너십 포럼’을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로,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전략적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설명했다. 신 교수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것이 전략적 CSR이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기업 상당수가 CSR을 홍보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일회성 사업을 통해 단기적 성과를 도출했던 것과 달리,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CSR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임팩트 크기 측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임팩트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신 교수는 전략적 CSR의 핵심으로 ‘진정성을 놓치지 않는 것’을 꼽았다. 그는 “기업이 단기적 재무 이익을 목표로 하거나 혹은 사고 발생 후 이를 덮으려고 CSR을 추진했을 때,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CSR 전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팩트 창출’을 목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팩트 측정은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누가 그 변화를 경험했는가 ▲변화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등을 기준으로 한다.

그는 “담배 회사가 담배를 판 수익으로 폐 기형의 아이들을 1년에 100명씩 수술해 준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처음엔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라며 “하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 수술 받은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면서 온라인에 ‘내 삶이 바뀌었다’라는 글을 올릴 경우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략적 CSR을 위한 ‘어댑티브 파트너십’도 강조됐다. 어댑티브 파트너십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발전해나가는 파트너십이다. 신 교수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관점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이익을 모색하기 위한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특정 목표 아닌 방향성을 기준으로 상호작용해야”

다음 발표에 나선 김정태 MYSC 대표도 ‘어댑티브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방향성만 동의한 채, 나머지는 협력 기관들과 소통하며 의사결정하는 것이 어댑티브 파트너십”이라고 했다.

김정태 MYSC 대표는 "이해관계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특정 목표 설정 대신 '이펙추에이션'을 설명했다. /조기용 기자
김정태 MYSC 대표는 “이해관계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이펙추에이션’ 개념을 설명했다. /조기용 기자

카카오의 ‘무장애 해수욕장’이 그 사례다. 무장애 해수욕장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별도 시설과 교통 약자들을 위한 화장실 및 샤워실을 갖춘 해수욕장이다. 김 대표는 “제주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던 중 사업이 발전된 것이지 처음부터 ‘해수욕장의 변화’를 목표로 사업이 추진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미지의 땅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는 동료가 누군지 알고 관계를 구축해야 하며,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더 큰 공동의 목표, 더 큰 사회적 성과

기업관계자들이 직접 전략적 CSR 활동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도 이어졌다. 나영훈 포스코 지속가능경영실 사회공헌그룹장은 포스코의 ‘도시혁신 스쿨’을 소개하며, 지자체, 대학, NGO 등과 협력하며 실제 주민이 필요로 하는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의정부 신흥마을, 전주 도토리골, 부산진구 밭개마을, 창원 신월지구 등 다양한 지역의 도시재생 아이디어가 도출됐으며, 신월지구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포스코건설의 모듈러하우스 공법을 적용해 주민공용공간이 만들어졌다.

나 그룹장은 “협력에 있어 백본(backbone)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서로 기여하고 헌신하며 더 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영훈 포스코 지속가능경영실 사회공헌그룹장이 포스코의 도시혁신 스쿨을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나영훈 포스코 지속가능경영실 사회공헌그룹장이 포스코의 도시혁신 스쿨을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전양숙 유한킴벌리 ESG&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40년 동안 진행하는 ‘우리강산 푸르게푸르게’ 캠페인을 소개하며 숲을 매개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사례를 소개했다. 전 본부장은 “유한킴벌리가 ‘퍼스트무버’로서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정부,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구축했다”며 “지금은 ‘그린 임팩트 펀드’를 조성해 소셜벤처에 지분 투자를 하고 이익을 재투자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기업 사례로는 스마일게이트희망스튜디오의 ‘스마일 하우스 플랫폼’이 소개됐다. 스마일 하우스 플랫폼은 안산의 미등록 이주 아동, 성남의 경계선지능인 등 지역별 복지 사각지대를 조명하며 자원의 연결을 돕는 플랫폼이다. 권연주 스마일게이트희망스튜디오 이사는 “NGO,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이 형태에 제한 없이 참여하며 더 큰 임팩트의 크기와 깊이를 만들 수 있다”며 “게임 생태계 외에 다른 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을 주최한 한국경영학회의 김연성 회장은 “전략적 CSR의 개념과 어댑티브 파트너십 기업의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성의 인사이트를 얻은 자리였다”며 “한국경영학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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