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금)

공동 직장 어린이집·기업 연계형 ‘영어 교육’…사회서비스도 연합이 필요하다

제 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2>
중앙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 정책 포럼’ 현장

저출생, 교육 격차 등 사회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민간 조직 사례를 통해 사회서비스 공급 생태계 혁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앙사회서비스원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사회서비스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첫 번째 연사로 정정은 루트임팩트 DEI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리드가 마이크를 잡았다. 정 리드는 공동 직장 어린이집 ‘모두의숲’에 대해 소개했다. 모두의숲은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에 위치한 기업 21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정정은 루트임팩트 DEI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리드가 지난 12일 진행된 중앙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 정책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조유현 기자

“루트임팩트 구성원들 중 출산 후 돌봄 시스템이 부족해 복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이 다수 있어서 양육자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고민하게 됐어요.”

마침 성수동에는 루트임팩트와 같은 고민을 가진 기업들이 있었다. 그렇게 2020년 5월, 성수동 소셜벤처밸리 소재 11곳이 함께 추진한 공동 직장 어린이집 ‘모두의숲’이 문을 열었다.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비용은 월 15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5년 간의 지속적인 후원 덕분에 가능했다.

정 리드는 모두의숲의 차별점으로 ‘특별활동’을 꼽았다. 부모가 재직 중인 회사의 프로그램으로 특별활동을 운영하는데, 에이비씨랩(ABC LAB)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음악과 무용 활동, 스페이스워크(SPACEWALK)의 미술 교육 등이 그 예다.

교사와 아이의 비율도 1 대 5를 넘지 않는다. 이 덕분에 교사는 아이들 개개인의 성장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성장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정 리드는 “모두의숲을 통해 유능한 구성원들이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됐으며, 후원사 역시 소셜임팩트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 기업 협력 이끌어내 저소득층 아이 영어 무상교육 ‘지속성’ 높였다

이어서 잉쿱 사회적협동조합의 사례가 제시됐다. 잉쿱은 저소득층 아이들에 영어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협동조합이다. 안미하 잉쿱 이사장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기업 협업 사례’로 ‘컴브릿지(COM-BRIDGE)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안 이사장은 “잉쿱은 2011년에 해외 영어권에 거주하다가 귀국한 유학파 영어강사들이 재능기부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시작됐지만 한계가 있었다”면서 “아이들에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2020년부터 기업과의 협력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안미하 잉쿱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2일 진행된 중앙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 정책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조유현 기자

컴브릿지 프로젝트는 기업이 한 기관을 맡아 1~5년 가량 아이들 교육을 진행한다. 포스코홀딩스 1%나눔재단과 행복한바오밥, 구즈 등의 기업이 후원에 동참하고 있으며, 지원 대상은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이다.

최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동참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교포가 ‘고국에 있는 어려운 아이들을 우리도 돕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 지금은 작은 단체를 만들어 펀드레이징까지 진행 중이다. 또한 잉쿱이 한국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향후 어학연수를 갈 때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자리에서 잉쿱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대학에 진학하게 된 학생의 영상 편지도 재생됐다. 이 학생은 “영어를 포기했었는데, 잉쿱 덕분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영어를 배우면서 대학을 가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나중에 취업하게 되면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기부해서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돕고 싶다”고 전했다.

“잉쿱의 목표는 잉쿱이 사라져도 될 만큼, 교육 격차가 좁혀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잉쿱이 필요한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아이를 위해 함께하겠습니다.”

◇ “사회서비스 고도화 위해선 협력이 필요한 때”

한편, 이대영 중앙사회서비스원 혁신기획부 부장은 사회서비스 지원 조직의 연합을 강조하며 중앙사회서비스원과 민간 지원 조직들의 협력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대영 중앙사회서비스원 혁신기획부 부장이 지난 12일 진행된 중앙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 정책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조유현 기자

이 부장은 “지금까지 사회서비스 지원이 민간을 중심으로 지원되어 왔는데, 영세한 조직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며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기관을 규모화하고 다변화하는 것이 사회서비스 고도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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