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의 정치재단인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가 6일 서울시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독일과 동아시아의 녹색정치 현황’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녹색정치의 정체성과 기후의제가 사회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향성을 논하기 위해 열렸다. 임메 숄츠 하인리히 뵐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김수진 단국대학교 탄소중립학과 교수,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 소장 등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4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는 임메 숄츠 하인리히 뵐 재단 이사장의 발표로 시작됐다. 그는 독일 녹색당을 소개하며 녹색정치의 역사를 말했다. 1970년대 창당한 독일의 녹색당이 최초로 사용한 ‘녹색정치’란 생태주의를 바탕으로 비폭력주의, 사회 정의, 풀뿌리 민주주의 등을 지지하는 이념을 말한다.
숄츠 이사장은 “독일 녹색당은 탈원전을 계기로 시작됐다”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코로나, 전쟁 등의 이유로 녹색정치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과거 사회민주당과 연합 등 의회 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녹색정치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전망을 말했다.
다음 발표에 나선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동아시아의 에너지원 현황을 소개했다. 이 소장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탄소중립은 가장 중요하다”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와의 전력믹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에너지전환 중심의 기후위기 대응을 역설했다. 이 소장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동아시아 국가의 2023 재생에너지 비율은 평균 9.72%였다.
이 소장은 한국의 기후정치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 소장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자 중 25%가 기후공약을 내세웠다”며 국회 내 기후위기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후의제를 중심으로 투표선택을 고려하는 ‘기후유권자’ 개념을 소개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한국 정치의 핵심 의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기후정책이 10대 의제로도 언급됐지만 정당별 정책 차이나 기후와 관련한 정책 토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고민해 볼 점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전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수진 단국대학교 탄소중립학과 교수는 한국 녹색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당은 가장 큰 규모의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 정치조직”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정당정치 중심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 주류 정당의 기후정책 ‘보수화’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장기적 비전 등 구체적 정책 경쟁이 소멸했다”라며 한국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끝으로 참가자들의 질문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독일에서 녹색당 성공의 원인’, ‘소수당이 국회에 진입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시민들의 기후 활동에 대한 실질적 관심 확대 전략’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 소장은 “독일은 정당을 만드는데 당원 정원 등의 제재가 없는 대신 한국은 당원의 5000명이 필요해 지역정당이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의제에 목소리를 내는 정당이 국회에 진입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