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금)

[특집] 100일 맞은 22대 국회, ‘기후국회’ 성적은

유난히 길었던 2024년 여름이었습니다. 제주 바다가 ‘펄펄 끓어’ 한치와 갈치가 전멸하고, 높은 습도와 잦은 국지성 호우로 ‘아열대 코리아’가 되었습니다. 일상 속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온 기후위기,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6월부터 22대 국회 ‘기후 당선자’들을 조명하며, 기후 법안 및 정책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는 정말 ‘기후국회’가 될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22대 ‘기후 당선자’는 기후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9월 6일, 22대 국회 개원 100일을 맞아 ①기후 관련 용어를 알고 있으며 ②기후위기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느끼며 ③기후의제 관련 법안 및 정책 발의를 고려하는 ‘기후 당선자’ 중 9인의 국회의원에게 다시금 ‘기후국회’를 물었다. 

지난 6월 기사(더나은미래 6월 28일자)에 이어 이번 더나은미래 인터뷰에 응한 국회의원은 김소희·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김종민 의원(무소속), 이소영·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등 총 9명이다.

제22대 ‘기후 당선자’ 9인의 모습.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김소희·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김종민 의원(무소속), 이소영·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더나은미래

먼저 9인의 의원이 공통으로 꼽은 100일간의 성과는 ‘초당적 협력’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일 개원식에서 국회를 ‘기후국회’로 만들자며 “기후특위에 법안심사권과 예결산심의권을 부여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 위원회로 만드는 것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일에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 ‘기후에는 여야 없다’… 초당적 기후 발의 이어져

의원들은 기후 문제에 한해서는 ‘여야 합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7월 9일 우 의장이 기후특위 상설화 촉구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연 것을 언급하며 “각 당의 의원과 기후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시작됐다는 의미의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6월 11일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구성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왕진 의원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6월 11일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구성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왕진 의원실

이러한 협력은 ‘기후특위’로 모여 발의로 이어졌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6월 11일 ‘기후위기 비상 대응을 위한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구성 촉구 결의안’을,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19일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7월 30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8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로 발의했다. 모두 기후 관련 법률에 대한 심의권과 예·결산 심사권을 부여하자는 내용의 의안이었다.

서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후위기 대응 관련 개정안과 결의안이 발의됐다”며 “내용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기후특위 구성 자체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원내대표 및 참석자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기후위기시계’ 이전 제막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기후위기 시계’를 의사당 앞뜰로 이전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박 의원은 “국회를 상징하는 의사당 앞뜰에 기후위기 시계가 놓인 것은 국회 내 기후 정치 의제 강화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막식에 참여한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또한 “기후정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21대 국회보다 약 4배 빠른 속도로 기후 법안 발의

‘기후 당선자’ 의원들은 100일 동안 ▲의안 발의 ▲의원연구모임 참여 ▲토론회 ▲기자회견 등으로 기후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먼저 여야 구분 없이 기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20일 재생에너지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지난 3개월 동안 국회에서 ‘기후’ 관련 법안 발의가 이전보다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소영 의원실에 따르면 22대 국회 발의 의안 중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 ‘기후’가 포함된 것은 총 126건이다. 이는 지난 21대에서 4년간 516건 발의된 것과 비교했을 때, 약 4배 빠른 속도로 기후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14일 ‘기후물가, 제대로 대응하겠습니다’ 당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소희 의원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14일 ‘기후물가, 제대로 대응하겠습니다’ 당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소희 의원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100일간 대표로 발의한 법안 총 6개 전체가 모두 기후 법안이었다. 6월 20일 발의한 1호 법안은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을 안정적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이 밖에도 김 의원이 발의한 의안으로는 금융지원을 통해 철강·조선·석유화학·자동차·반도체 등 국가의 5대 핵심 산업을 저탄소 산업 전환을 돕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 등에 관한 특별법안’,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설치 공간 확보를 돕고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의무로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25일 1호 법안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산업단지 태양광 설치 확대를 위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탄소중립 실천 국회를 위한 ‘국회법·국회의원의 하절기 옷차림에 관한 규칙안’ 등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법안을 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일 발의한 수소 중심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총 6개 기후 관련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6월 13일 열린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 포럼’ 출범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조기용 기자

다음으로 의원들은 기후 관련 국회의원 연구단체에서 소속정당을 초월해 활동했다. 국회에 따르면 6일 기준 66개의 연구단체 중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 ▲수소경제포럼 ▲기후변화포럼 ▲대한민국 전환과 미래포럼 등 5곳이 기후 관련 연구단체였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13일 출범한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의 대표 의원이다. 이 모임의 연구책임의원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며, 구성의원으로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한다. 같은 날 만들어진 ‘수소경제포럼’에는 김소희·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의원(무소속)이 소속됐다.

2007년 17대 국회에서 창립된 후 17년째 이어진 ‘기후변화포럼’에는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다. 이들은 단체를 필두로 함께 모여 기후 관련 정책을 알리고 입법과 제도개선 과제를 연구한다.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의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해 나가기도 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ACE 청년 포럼’ 발대식을 개최했다. 연 2회 열릴 ‘ACE 청년 포럼’에서 40여 명의 청년이 모여 AI·기후·경제를 공부하고 법안 제언 등의 활동을 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나눈다. 김 의원은 “청년들이 관련 주제에 대해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간담회’를 열어 직접 목소리를 들었다. 이어 3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 수백 명의 실업이 예상된다”며 “공정한 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도 8월 27일 ‘태양광 출력제어 조치 피해 현장간담회’를 주최해 재생에너지업계 현장의 문제를 들여다봤다.

지난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영국을 방문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 및 국제 NGO 관계자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실

해외를 방문해 기후 관련 논의를 이어간 의원도 있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영국을 방문해 영국 기후환경 단체인 CEN(Conservative Environmental Network), 런던 탈석탄동맹(PPCA), RE100 캠페인을 만든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 등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과 국제 NGO를 만났다. 김 의원은 “해외 기후 정책과 기후 컨트롤타워인 ‘기후 에너지부’ 등을 보며 기후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클라이밋 그룹을 만나 양수력 발전도 RE100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 ‘기후 국회’ 달성도 평가는 시기상조…기후 의제 더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개원 100일 시점에서 의원들이 평가한 ‘기후국회’ 달성도는 12.4%였다. 달성도가 낮은 이유로는 ‘아직 시작 단계라서’, ‘가속되는 기후위기에 비해 대응 속도가 느려서’ 등이 있었다. 30%라는 가장 높은 점수를 준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과락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공부를 더 하지 않겠냐”며 “가시적 성과는 없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의지를 모아가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고 전했다.

9명 중 절반에 가까운 4명의 의원(김성환·박지혜·서왕진·이소영)은 “달성에 대한 수치화는 어렵다”고 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갈등으로 기후특위 설치 등 실질적인 기후 입법 성과를 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몇 퍼센트 달성됐다고 평가하기도 힘든 수준”이라며 “기후문제 역시 명백한 민생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에서 번번이 밀려 아직 점수나 달성도를 평가할 만큼 진전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4 ·10 총선을 40여 일 남겨둔 가운데, ‘기후 유권자’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어도비 AI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기후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기후 당선인’의 정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어도비 AI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향후 이들은 기후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기후 행사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기후국회’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석탄발전의 종결시점을 정하는 ‘탈석탄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이를 국민에게 배당으로 분배하는 내용의 ‘탄소세법’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라며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위한 법안 발의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7일 열리는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행진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기후대책과 에너지혁명 통합 부서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과잉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소속된 위원회에서 ‘기후 당선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포부를 보이는 의원도 있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기후가 2050년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치를 결정한다”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기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토대를 위한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활동과 해상풍력법 등 입법을 통해 기후 의제를 본격적으로 다뤄나갈 예정”이라며 “기후특위 구성 촉구 결의안 발의에 그치지 않고 관련 내용을 반영한 국회법 개정안 추가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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