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화)

카카오톡으로 사람과 세상의 연결은 더 나아졌을까요?

오동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장면 하나. 오늘 만날 사람?

내일이 휴가라 일찍 자기 아쉬워 함께 시간을 보낼 친구를 찾는다. 누구와 보낼지 고민하고, 전화번호부를 펼쳐서 일일이 찾을 필요도 없다. 친한 친구들이 있는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단톡방)에 카톡을 보낸다. 딱 여섯 글자. ‘오늘 만날 사람?’

장면 둘. 홈택스도 카톡으로

세금을 내기 위해 홈택스에 접속한다. 맥북으로 공동인증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카카오톡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로그램을 깔 필요 없이 손쉽게 로그인했다.

장면 셋. 가족과의 소통 공간

2017년도에 중남미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걱정한 가족은 단톡방을 만들어 내 근황을 계속 물어봤다. 내가 잘 살아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전까지 가족은 단톡방이 없었고, 필요한 연락만 가끔 했다. 가족 단톡방이 생긴 이후에 가끔은 잡담을, 가끔은 근황 공유를, 가끔은 외식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눈다.

10년의 시간이 바꾼 순간들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출시됐다. 불과 10여 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카카오톡은 우리의 삶을 바꿨다. 친구들 사이의 소통부터 대학교, 군대에서의 공지와 회사 업무까지 사용하는 목적과 범위도 다양하고, 심지어 정부 사이트도 카카오톡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에 오류가 나타날 경우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멈추고, 뉴스는 카카오톡 오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런 삶이 단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카카오톡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우리는 지금, 카카오톡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에게 카톡이란 어떤 의미일까?

카카오톡 초기 모습. 지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다. /카카오

일상 대화뿐만 아니라 업무도 카톡으로 진행하면서 어느 순간 단톡방이 하나둘 늘어났다. 정보 공유와 홍보 오픈카톡방부터 현직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 프로젝트를 함께 이야기하는 방, 대학원 공지방 등 정말 많은 단톡방이 빠르게 생겨나고 없어진다. 처음에는 단톡방에서 기존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굉장히 신기했고 도움이 됐지만, 어느 순간 단톡방의 홍수에서 살아남기에 바빴다. 카톡을 제대로 읽지 않고, 읽지 않음 표시를 없애기 위해 들어갔다 나갔다만 하는 경우가 매일 반복됐다.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외부 프로젝트 및 협업을 할 때 매번 단톡방이 생겼다. 어떨 때는 카카오톡, 텔레그램, 이메일, 문자를 모두 활용해 소통한다. 복잡한 단톡방의 홍수 속에서 ‘놓치지 않으면 안 되는’ 단톡방이 생기면서 카카오톡에 더 빠져든다.

글을 작성하는 지금, 내가 속해 있는 단톡방을 나열해본다. 오픈카톡방을 기준으로 3줄 정도만 나열했는데도 이 정도이다.

– All that CSR
– [공적인사적모임]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모여라
– 오렌지레터 커뮤니티, 오오카(오렌지레터 오픈카톡방)
– 청년참여연대 오픈채팅방
– Fox Earth
– 팁스터 뉴스레터 – 구독자 모임
– 전국 사회적경제 오픈 채팅방
– 기후서명 액션 프로젝트
– 비영리 구글애널리틱스 사용자 오픈채팅방
– 청년들의 작당 1기
– 비경쟁토론 책함성 커뮤니티
– [데이터리안] 데이터 분석 정보 공유방
– 생태지평 청년NET.
– 참여연대 서울 강북권+경기북부
– 아웃스탠딩 구독자 그룹
– 디스콰이엇
– 청년들의 작당 2기
– 데이터 타운
– 2024 체인지 러너
필자의 오픈카톡방의 목록 중 일부. /오동운

일상과 업무, 가족과 친구, 휴식과 생활. 카톡은 일상이 됐다. 내 이야기와 일상이 공유되고, 나 역시 타인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본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모든 연결의 시작’은 연결의 과잉으로 이어졌다. 카톡이 없으면 대학교에서 공지를 받지 못하고, 심지어 카톡을 늦게 봤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연락이 어렵다고, 유난이라는 뒷이야기를 듣는다

언제, 어디서나 카톡이 따라다니고, 나를 지켜본다. 하나둘씩 늘어나는 연결의 실은 어느 순간 나를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꽁꽁 묶어놓는 쇠사슬이 됐다. 더 멀리 가고 싶어서 던졌던 실은 오히려 나를 사이버 세상 안으로 가두고,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최근 ‘도파민 중독’이 유행이다. 유튜브 쇼츠, SNS 콘텐츠를 계속 보면서 핸드폰을 계속 붙들고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에 대한 반대 현상으로 의도적으로 핸드폰을 나와 떨어져 지내는 삶을 시도하는 ‘도파민 디톡스’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과거부터 개그맨 유재석은 카톡 울림소리에 방해받기 싫어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었고, 작년에는 나혼자산다의 코드쿤스트가 10시간 동안 핸드폰 없는 일상을 살았다. 서로가 쉽게 연결되고, 모든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삶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글을 작성하며, ‘카톡을 없애는 실험’을 해볼지 생각했다. 과감하게 지금까지의 실을 한번 끊어내고, 몸을 일으켜보고 싶었지만 카톡을 없애지 못했다. 지금 당장 업무 소통을 위해 있는 카톡방과 대학원 졸업 공지 등이 눈앞에 밟혔다. 나의 도파민 디톡스 운동은 실패했다.

당신에게 카톡은 어떤 의미인가

10년 전 우리는 어떻게 소통했을까. 문자를 보내고 읽음 여부를 알지 못해 초조하게 기다렸던 그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집 문을 두드리고, 아파트 단지에서 같이 놀 사람을 찾아 놀이터에 가자고 소리를 지르던 청소년들은 지금 어떻게 이야기를 주고받을까.

카톡은 ‘사람과 세상을 향한 모든 연결’이 되었을 수도, 오히려 나를 묶는 쇠사슬이 되었을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카카오톡과 함께 한 우리들의 10년. 정말로 사람과 세상의 연결은 더 나아졌을까?

오동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필자 소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내 생각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의 연결과 협업을 위한 커뮤니티 ‘시티즌패스’를 만들고, 스페이스 작당에서는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는 질문을 직접 던지는 ‘청년들의 작당’을 기획한다. 때로는 뉴웨이즈의 이사로 더 많은 젊은 정치인이 등장하는 일에 기여한다. 사람들의 연결과 만남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 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작당의 ‘청년들의 작당’은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눈 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으로, 더나은미래는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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