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변화의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지식이 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사회변화가 불확실하고, 때로는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긴 호흡’의 조망이 필요합니다. 지식은 우리의 경험을 올바르게 회고하게 만들고,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식은 변화를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서현선 SSIR 한국어판 편집장)
사회혁신 현장에서 ‘지식’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지난 21일,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 Korea센터는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우리에게는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SSIR 시그니처데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SSIR 한국어판과 진저티프로젝트가 주관하고, 임팩트얼라이언스가 후원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서현선 SSIR 한국어판 편집장의 기조연설로 포문을 열었다. 서 편집장은 “사회혁신 생태계에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흔하지만, 인사이트가 담긴 지식을 만드는 일은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서 “더 많은 이들이 현장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변화를 이끄는 지식을 만들어내는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 편집장은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고위층의 지식이 사회를 만드는 방식을 경험하고, 밤에는 노숙인 시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회 양극화의 현장을 목격했다. 이는 그가 ‘소수를 위한 지식’이 아닌 ‘모두를 위한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혁신 생태계에 발을 디딘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아름다운재단에서 국제협력 사업을 맡으며 글로벌 사회혁신 지식을 통해 아젠다를 제시하고, 진저티프로젝트를 창업했다.
이어 김경하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이 <이슈로 본 공익 생태계 14년 히스토리> 기사(더나은미래, 2024년 5월 21일자)를 중심으로 임팩트 생태계의 역사를 공유했다. 김 편집국장은 “ESG가 표준화되고 있는데, ‘진짜’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기준은 무엇인지, ‘영웅 만들기’를 하지 않고 ‘사회적기업가정신’을 확산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다음 세션에서는 사회혁신 현장의 고민을 담은 질문에 대한 해법을 SSIR 아티클을 통해 고찰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논의된 4가지 질문은 ▲리더로서 나는 조직에 어떤 자산을 남기고 있을까?(리더십)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으로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임팩트) ▲조직은 어떻게 번아웃을 해결할 수 있을까?(번아웃) ▲갈림길의 순간, 네트워크 조직은 어떻게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네트워크 조직) 이었다. 각 파트는 두 명의 연사가 SSIR에서 발행한 아티클을 분석하고, 사례 등을 발표한 후, 준비된 질문을 가지고 지식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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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자유 누구나데이터 대표는 ‘리더십’를 주제로 한 파트에 참여했다며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은 재무적으로는 판단되지 않는 비재무적인 관계 자산, 신뢰 자산 등을 구축해나가는데, 이는 달성 후에도 표가 잘 나지 않아 스스로도 인정을 못해줬던 것 같다”며 “팀원들에게도 비재무적 자산 구축에 대해 인정해 주고 북돋아 주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번아웃’ 파트에서는 송미숙 나브랜드연구소 소장이 소감을 전했다. 송 소장은 “번아웃에도 다양한 범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룹 토의에서 조직의 구성원이 대표의 번아웃에 대해 진심으로 염려하고 살피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한편, SSIR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2003년 창간한 글로벌 사회혁신 분야 정론지다. 기업, 비영리, 정부 등 섹터를 넘나들며, 임팩트 생태계에 필요한 사회혁신 지식을 생산 및 확산함으로써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에서는 2018년 11월부터 한양대 글로벌사회혁신단 산하 SSIR Korea 센터가 SSIR 한국어판을 발간하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