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화)

WWF가 63년 만에 ‘야생동물’에서 ‘생물다양성’으로 전환한 까닭은

판다 로고로 잘 알려진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달, 6개 주요 보전 영역 중 ‘야생동물(Wildlife)’을 ‘생물다양성(Biodiversity)’으로 전환했다. 1961년 설립 당시 ‘세계 야생동물 기금(World Wildlife Fund)’이란 이름을 가지고 출범한 만큼, 야생동물이 가장 큰 보전 목표 영역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WWF의 ‘제2막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WF에 따르면, 약 1년 전부터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DB)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GBF)를 바탕으로 시작된 안건이다.

GBF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하고 지킨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WWF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팀 전수원 팀장은 “GBF 달성을 위해 서식지 보전 활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야생동물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인 생물다양성으로 보전 영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의 생물종(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Ecosystem)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Gene)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생물다양성은 깨끗한 물과 공기 같은 생태계 서비스의 기반이 되며 의약품과 화장품, 식료품 등의 산업과도 관계가 깊다.

WWF의 행보는 생물다양성 보전이 시급하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 WEF)은 지난 1월 발간한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4’에서 자연 리스크로 인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44조달러(약 6경67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320개 기관, ‘자연자본 공시’ 약속 

위기를 직감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2021년 6월에는 자연 관련 정보공개 체계 협의체인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세계자연기금(WWF) 등의 국제기구가 출범한 글로벌 협의체다. 협의체는 기업이 자연과 관련한 위험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권고한다. 

TNFD는 지난해 9월 ‘자연 관련 리스크 관리 및 공시’ 지침 최종안을 발표했다. TNFD 지침은 자연자본을 ‘생물, 물·토양·공기, 광물’ 등 3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이 자연자본 가운데 ▲기업이 자연에 의존하는 요소 ▲기업이 자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이로 인한 기업의 리스크와 기회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공시항목과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TNFD를 채택하며 생물다양성 보전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TNFD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기업, 금융기관을 포함한 46개국의 320개 기관이 TNFD를 통해 2023~2025년 재무보고서에 자연자본 공시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이케아(IKEA), 소니(Sony),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케아의 모기업 잉카그룹(Ingka Group) 대표인 제스퍼 브로딘은 회의 자리에서 “자연 손실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TNFD 권장 사항과 지침이 위험과 기회를 추가로 평가하고, 보다 긍정적인 조치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TNFD 채택’ 국내 기업, 1곳뿐

세계 곳곳에선 자연자본 공시를 선언하는 등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움직임은 더디다.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TNFD를 채택한 기업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 곳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국내 공급망에 속한 중소·중견기업 1278개사의 2022~2023년 ESG 실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ESG 경영 수준은 10점 만점 기준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은 0.33점에 그쳤다.

국내 기업들도 생명다양성 보전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우 한국생태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생물다양성 감소의 원인 중 하나인 온실가스 문제도 화석연료에 의한 것이고, 대부분의 무분별한 개발은 기업에 의해서 이뤄진다”며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환경에 끼친 악영향을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물 환원 프로젝트를 시행하거나 탄소흡수량을 높이고 연안의 생물다양성을 높여주는 블루카본 회복 프로젝트 등을 실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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