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수)

기업 ESG, “ODA와 연계해 실질적인 성과 낼 수 있어”

지평-코이카, ‘ESG 패러다임과 ODA 임팩트 전망’ 경영포럼 개최
ESG 시대, 기업·ODA 협력으로 SDG 달성 ‘강조’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민간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 ‘개발협력’과 ‘혼합금융 활성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법무법인 지평 경영컨설팅센터는 이러한 화두를 던지며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촉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평 경영컨설팅센터는 지난 13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Blended Impact Forum:ESG 패러다임과 ODA 임팩트 전망’을 주제로 경영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지평 본사에서 진행됐다.

임성택 지평 대표변호사는 포럼 개회사를 통해 “임팩트를 얘기할 때 사회공헌 수준을 넘어서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흐름이 ESG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며 “ESG 시대에 국제개발협력이 한 걸음 나아가는데 있어서 특히 민간 기업이 어떻게 기여하고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구상해보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SG·ODA, SDGs 달성 이루는 형태로”

첫 번째 세션 발제는 이준희 센터장이 ‘기업의 ESG 경영과 개발협력 연계 전략’을 주제로 맡았다. 이 센터장은 ESG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과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개발협력), 그리고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의 관계성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ESG 시대가 도래하고 자본시장 규제가 생성되면서 환경과 사회문제가 기업의 중장기적인 재무 상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소비자 압력이나 정부 규제 영향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SDGs와 연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도 과거엔 단기적으로 가난을 퇴치하기 위해 도와주는 관점이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하고, 임팩트 있게 문제를 해결해 SDGs의 달성을 이루는 형태로 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준희 지평 경영컨설팅센터장./지평

이 센터장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정부와 기업의 ‘민관협력’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민관협력 방식으로는 ‘혼합금융’이 제안됐다. 혼합금융은 여러 종류의 금융 수단이나 자금 조달 방법이 결합된 형태로, 정부의 공공자금과 기업의 자금이 결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혼합금융은 4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정부가 공공자금을 투입하면 기업은 자본을 제공해 프로젝트를 실행하거나, 정부의 예산과 함께 기업의 투자, 대출 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 센터장은 ODA와 민간의 연계로 성과를 이뤄낸 사례를 소개했다. 초음파 무선진단기 업체인 ‘힐셀리온’은 2015년에 베트남 광찌성 보건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초음파 무선진단기기 소논(Sonon)에 대해 합작투자를 했다. 힐셀리온은 이를 통해 베트남 낙후지역의 산모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업적 성과도 냈다. 투자 2년 뒤인 2017년에는 UN 국제조달참여 자격을 획득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노동기구(ILO) 등 26개의 국제기구에 입찰자격을 확보했으며 같은 해 남아프리카 가나 지역에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상당의 초음파를 공급하기도 했다.

첨단온실설비 기업 ‘신한에이텍’이 한국국제협력단의 기업 참여형 IBS(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 사업을 통해 구축한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도 또 다른 사례다. 이 모델은 온실, 기자재, 데이터 인력이 결합된 것으로 2017년에 필리핀에 최초로 구축됐다.

신한에이텍은 해당 모델로 현지 생산성 증대에 기여했다. 당시 평당 4.4㎏에 불과하던 방울토마토 생산량이 평당 40㎏까지 늘어났다. 이와 함께 현지 농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 유통센터를 연계해 판로도 확대했다. 이 센터장은 “민간이 ODA와 연계하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동시에 기업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기업-ODA 연계로 개발협력·수익창출 기대”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지평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ESG 시대 ODA에서 임팩트 금융’을 발표했다. 도 대표는 기업이 생산 시설과 원자재 등 공급망 측면에서 ESG를 강화하기 위해선 개발도상국에서의 활동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봤다. 개발도상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와 경제 성장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으로서의 잠재성이 있다는 것이다.

도 대표는 개발도상국에서 ODA를 활용해 성과를 냈던 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으론, ‘네슬레 코코아플랜(Nestlé Cocoa Plan)’이다. 네슬레는 지난 2009년에 국제 금융기구 월드뱅크(World Bank)와 협력해 코코아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소득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을 해결하고자 서부아프리카와 중미에서 코코아플랜을 출범했다. 월드뱅크의 공적자금과 네슬레 자금이 공동 투자됐다. 도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그 지역 약 200만명의 농민들이 30% 이상의 소득 증대를 경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CJ그룹에서 지난 2014년에 코이카와 협력해 시행한 베트남 닌투언성 최빈곤 지역에서의 ‘고추농사’다. 현지 주민의 자립역량 강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고추 원료 확보를 위해서 진행된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서도 해당 지역 농민들 대부분이 2-3배 이상의 소득이 증가했고, 우리나라에도 적합한 고추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도 대표는 설명했다.

도 대표는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실질적인 ESG 성과를 내는 데 ODA와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이 초기에 시장 진입의 위험성이 크거나 단기간에 수익 확보가 어려울 때 ODA가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개발협력 혼합금융 동향과 이슈는?

오수현 임팩트와이즈컨설팅 대표./지평

두 번째 세션에서는 오수현 임팩트와이즈컨설팅 대표가 나서 ‘개발협력 혼합금융 동향과 이슈’를 제목으로 혼합금융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역설했다. 오 대표는 혼합금융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SDGs 달성을 위해 매년 3조90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는 혼합금융의 필요성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혼합금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오 대표는 ▲레버리지(개발 재원 및 자선 기금을 촉매 자본으로 활용해 민간 자본을 유치) ▲수익(실질적인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민간 투자자의 재무적 수익) ▲임팩트(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사회, 환경 및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투자) 세 가지를 꼽았다.

혼합금융 구조에서는 공공의 재원이 ‘촉매 자본’이자 ‘최초 손실 자본’의 역할을 한다.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 손실을 공공에서 먼저 부담하면서 민간 자본의 유치를 촉진할 수 있다. 이밖에 보증, 기술지원 자금, 각종 지원금도 촉매자본이 된다.

이 대표는 “개발금융기관도 임팩트 측정과 관리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 민간재원을 사용하는 비율이 적다”고 지적하며 “민간부문과 협력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임팩트와 수익이 상충관계라는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팩트와 수익의 관계를 하나를 얻으려고 하나를 놓는 ‘시소’로 볼 게 아니라, 함께 임팩트를 크게 만들면서 재무적 수익을 만들어내는 ‘그네’ 관계라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준기 코이카 사업전략기획실 과장./지평

이날 포럼에서는 민준기 코이카 사업전략기획실 과장이 코이카의 혼합금융사업 사례도 소개했다. 코이카 최초 혼합금융 사업으로는 2015년 조성된 ‘망고펀드’가 잘 알려져 있다. 망고펀드는 사회적인 가치 창출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 및 기관들에 대해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 대출을 실행하는 등 금융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망고펀드 사업을 통해 신발, 타이어 등을 생산하는 우간다 업체 Alfred Muwonge는 몰딩 기계를 구매하고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었다. 또한 유기농 와인과 음료를 생산하는 우간다 기업 K-Roma는 트럭을 구매해 기존에 교통이 불편해 진출 못했던 시장까지 판매를 확대하며 우간다 내 와인시장 점유율 18%를 달성했다.

민 과장은 “코이카 예산은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파트너 운용 펀드로 개도국 대상 금융투자를 집행하는 사업모델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개도국 대상 투자재원 확대 및 SDGs 8번(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달성에 기여하는 현지 소셜벤처 발굴 지원 등으로 개도국의 경제 성장 및 복지증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평이 개최한 경영포럼은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평은 앞으로도 ESG·데이터·기술 등 각 분야별 경영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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