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토)

‘아동 체감’ 권리 수준 상승했는데…성학대·체벌 경험은 증가

굿네이버스,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4차 연구 결과’ 발표
한국-대만의 아동권리지수 비교 분석

우리나라 아동이 체감하는 ‘아동권리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교 폭력 및 신체 학대 경험 등은 증가해 유일하게 ‘보호권 지수’는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4차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 경제적·문화적으로 유사성을 지닌 대만의 아동권리 실태도 함께 공개해 비교 분석했다.

굿네이버스는 11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과 대만 아동의 삶과 권리, 아동권리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2024 아동권리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동권리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해관계자 약 2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김웅철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이 ‘2024 아동권리 국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굿네이버스

포럼은 김웅철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의 개회사로 문을 열었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포럼에서 한국과 대만의 아동 권리 실태와 수준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보편적인 아동권리와 국가별 아동권리 중점 이슈를 확인하고,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개선방안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의 책임연구원인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4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굿네이버스는 한국의 아동권리 전반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아동권리 보장 수준을 종합적이고 직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격년 주기로 한국의 아동권리지수를 연구해 발표해왔다. 아동권리지수는 아동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4대 권리 영역인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의 각 지수를 종합한 평균 점수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5~6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 학생과 그 보호자 914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4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굿네이버스

주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아동권리지수는 72.1점으로, 2021년 조사(69.5점)와 비교했을 때보다 증가했다. 권리 영역별로는 참여권 지수(62.7점)가 전차(55.7점) 대비 7.0점 증가해, 4대 권리 영역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반면, 보호권 지수(83.3점)는 전차(84.6점) 대비 1.3점 감소해 유일하게 감소했다. 이는 아동의 신체학대 경험, 성학대 및 방임 경험, 학교 내 체벌경험 등의 세부지표가 부정적인 변화를 보이면서 전체적인 보호권 지수가 감소한 결과다.

이 교수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아동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아동 보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역 간 격차는 전차보다 두드러졌다. 상대지수를 적용한 전국 17개 시도별 아동권리지수는 평균 100점을 기준으로 측정됐다. 최고 점수를 기록한 지역은 세종으로 107.5점이다. 이어 평균점수 이상인 지역은 대구, 부산, 울산, 서울, 인천, 대전, 강원, 경기 순으로 확인됐다. 최하점을 기록한 곳은 광주로, 90.3점이다. 최고 수준과 최저 수준의 격차는 17.2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지역별 비교를 통해 권리보장 격차를 확인했다”며 “아동권리 보장이 지자체 재정 상황에 좌우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만의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굿네이버스 Kuo Jeng Yang 대만 대표가 나서 국립대만대학교 및 가족센터와의 공동연구로 진행된 ‘2022 대만의 아동권리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를 바탕으로 2022년 한국의 실태와 비교 분석했다.

굿네이버스 Kuo Jeng Yang 대만 대표가 ‘2022 대만 아동권리지수’를 발표하고 있다./굿네이버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만의 아동권리지수는 77점이다. 이 중 보호권이 91.2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생존권과 발달권이 69.9점으로 뒤를 이었고, 참여권이 59.7점으로 가장 낮았다. 대만과 한국을 비교한 결과, 대만이 한국보다 아동권리지수는 높게 나타났지만, 아동의 건강·사회정서 등을 드러내는 발달결과 지표가 한국보다 부정적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Kuo 대표는 “대만이 아동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며 “아동의 운동 및 놀이 경험을 늘려야 하고, 양육 및 아동권리교육을 강화하고 체벌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발제 이후 민소영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자로 안재진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Shih Jiunn SHI 국립대만대학교 국가개발대학원 교수, 박채린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사무관, 조하율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14세인 조하율 학생은 아동 대표로서 “아동이 스스로 권리를 인식하고 권리의 주체로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