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모두를 위한 운동 공간, 무장애 헬스케어 센터의 실험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헬스장에서도 재활운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정부 지원 바우처로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센터도 있는데, ‘어댑핏 스튜디오’와 같은 무장애 헬스케어 센터가 왜 필요한가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센터에서 얘기하는 재활이나 교정은 비장애인이 수술 이후에 재활 차원에서 받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더라고요. 휠체어를 타거나 뇌병변 장애와 같이 신체 안정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유승제 행복나눔재단 전략기획팀 연구개발(R&D) 연구소(Lab) 매니저는 지난 7일 서울 용산 행복나눔재단 사옥에서 열린 런치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행복나눔재단의 런치세미나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 재단 구성원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과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내부 프로그램이다. 이번 3월의 런치세미나는 특히 외부에게 공개해, 장애인 PT 스튜디오 개발 프로젝트인 ‘어댑핏’의 과정과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3월 런치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유승제 행복나눔재단 매니저. /김강석 기자

재단은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이하 연구소)와 함께 지난 2022년 12월 서울 마곡에 어댑핏 스튜디오 서울점을 오픈했다. 연구소는 2020년 설립된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헬스케어센터로, 부산에서 어댑핏 스튜디오를 운영해왔다. 어댑핏 스튜디오는 장애인과 기저질환자를 포함해 비장애인까지도 자신의 신체 상황에 맞는 운동을 같은 공간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운동기구가 빽빽하게 들어선 헬스장이 아닌 개인 운동공간이 확보된 전문 스튜디오다.

어댑핏 스튜디오서 운동 중인 한 수강생.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제공

어댑핏 스튜디오의 공간은 여러 개의 모듈로 나눠져 있으며, 이동형 장비와 소도구를 비치해 누구나 맞춤 운동을 할 수 있다. 장애인 수강생이 사소한 데서 이질감을 느끼거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스튜디오 입구부터 안내 데스크, 라커 등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 수강생의 체형과 자세, 신체 기능을 평가한 후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운동을 제안하는 어댑피팅 리포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어댑핏 스튜디오 서울점 운영의 성과와 이용자 반응은 어땠을까. 어댑핏 스튜디오 서울점 오픈 6개월 동안 총 113명이 방문했다. 이 중 75%가 어댑피팅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체형과 자세, 신체 기능을 평가받은 후 스튜디오에 정식 등록했다. 유 매니저는 “서울점에는 서울 강동구나 경기 하남시 등 먼 곳에서 발걸음하신 장애인 분들도 계셨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점의 장애인 고객 비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댑피팅 리포트 예시.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제공

‘장애인이 운동을 하고 싶어도, 운동할 곳이 없다.’ 연구소와 재단이 공감한 핵심 문제다. 유 매니저는 “복지관 센터 몇 곳을 방문해 봤는데, 딱 든 생각은 ‘이용하기 싫다’였다”면서 “시설이 너무 노후 됐고, 몇몇 곳은 일과 시간에만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퇴근 이후에 개인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면서 “공간관리인만 있을 뿐, 개인적으로 운동을 지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부재했다”라고 평가했다.

한 휠체어 사용자는 과거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 서울에서 어댑핏 스튜디오가 있는 부산으로 이사까지 했다. 많은 운동센터는 휠체어를 위한 진입로나 여유 공간, 운동기구, 장애 전문 트레이너를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위험하다고 등록을 거부하거나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회비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정부의 지원도 아직 실효성이 부족하다. 현재 정부는 만 5~69세 장애인을 대상으로 월 11만원 범위 내 체육활동 등 수강료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장애인은 제휴 카드사를 통해 전용카드를 발급받아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을 가맹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다. 유 매니저는 “정부의 문화생활 지원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센터 6곳에 연락해 장애인 친구가 이용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선뜻 오라고 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 매니저는 “정부의 정책이나 솔루션이 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에게 활용되기까지엔 작은 간극(Last Mile)이 남아있다”면서 “재단의 ‘어댑핏’ 프로젝트는 장애인을 위한 최적의 PT 스튜디오 모델을 만들어 보여줘 이러한 간극을 메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일반 운동센터도 관심을 가지고, 환경이 잘 조성되어 전국 곳곳의 장애인이 집 근처에서도 쉽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강석 더나은미래 기자 kim_ks0227@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