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3일(토)

정부·스타트업·투자사 ‘삼각협력’… 개발협력의 콜렉티브 임팩트

[특별 좌담회] 글로벌 복합 위기, 혁신기술로 대응한다 <2>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총지출 규모는 656조6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4조5000억원인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6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통과됐다. ODA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발전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는 올해로 8년째 CTS(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들의 개도국 진출을 지원하면서 개발협력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15일 국제개발협력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의 결합을 통해 임팩트를 창출하는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좌담회를 진행했다. ODA 혁신의 지속가능성과 민간 참여 확대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자리다. 경기 성남 코이카 본부에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전경무 코이카 기업협력실장,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 오환종 티에이비 대표, 김민환 캐스트 대표 등 4명이 참석했다.
전경무(맨 왼쪽) 코이카 기업협력실장은 "정부가 개발협력사업을 주도하는 것보다 기업·투자사·국제기구·NGO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정부와 함께 사업을 기획, 수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지금은 플레이어별로 하는 일들이 나뉘는데, 이 칸막이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전경무(맨 왼쪽) 코이카 기업협력실장은 “정부가 개발협력사업을 주도하는 것보다 기업·투자사·국제기구·NGO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정부와 함께 사업을 기획, 수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지금은 플레이어별로 하는 일들이 나뉘는데, 이 칸막이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투자 관점에서 개도국 ODA 사업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나.

김정태=투자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설을 놓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창업자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살피고 재무적, 사회적으로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을 따진다. 특히 개념증명(POC) 단계가 중요한데, 마켓이 형성되는지, 실제 반응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ODA와 결합된 비즈니스를 통해 이 단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설령 부정적 결과가 나와도 괜찮다. 중요한 건 피드백이다. CTS의 경우 시드0부터 시드1, 2까지 단계별로 지원하기 때문에 충분히 실패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걸 기반으로 피봇(사업모델 전환)할 수도 있다.

전경무=아프리카 케냐에서 송아지의 질병 증상을 조기 발견으로 정밀사육이 가능하게 도와주는 스타트업 ‘바딧’의 사례로 설명할 수 있다. 1차 산업이 지배적인 케냐에 송아지 사육 솔루션을 보급해 폐사율을 낮추는 기업이다. 전염병을 조기 발견하고 격리,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폐사율을 기존 32.6%에서 0%대로 만든 거다. CTS 사업으로 기술이 검증되면서 이제 낙농강국인 캐나다, 미국, 호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도국에 진출하는 것에 어떤 어려움이 있나.

오환종=처음에는 사업 대상지를 베트남으로 설정했다. 베트남 취약계층은 열악한 하수도 인프라로 깨끗한 식수를 마시지 못한다. 사업지에서 직접 취약계층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수요조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정부의 허가가 없으니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 힘들었다. 기아대책 베트남지부와 함께 임의로 설문조사를 돌리면서 3~4개월을 기다렸는데도 정부 승인을 못받았다. 결국 사업 지역을 탄자니아로 변경했다. 해외 사업에는 늘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

김민환 캐스트 대표는 “어디에나 경쟁사는 존재하지만, 핵심은 개도국에 필요한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느냐”라며 “보유 기술이 현장에서 사회·경제적 임팩트를 낼 수 있다면 비슷한 기술을 가진 기업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성남=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김민환 캐스트 대표는 “어디에나 경쟁사는 존재하지만, 핵심은 개도국에 필요한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느냐”라며 “보유 기술이 현장에서 사회·경제적 임팩트를 낼 수 있다면 비슷한 기술을 가진 기업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성남=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이미 자리를 잡은 경쟁사는 없나?

김민환=어디에나 경쟁사는 존재한다. 비슷한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있다는 거다. 캐스트가 플라즈마를 활용한 정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도정수 기술 시장은 해외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서울 수돗물 ‘아리수’도 외국 기업의 정수 기술을 쓴다. 정수 처리 기계 한대당 가격은 15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 살균·정수 특허를 가진 기업들은 많이 나와있지만, 150억원짜리 기계를 어떻게 개도국에서 마련할 수 있겠는가. 캐스트는 살균 기술을 스케일다운해서 개도국이 부담없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개도국에 필요한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느냐다. 보유 기술이 현장에서 사회적, 경제적 임팩트를 낼 수 있다면 비슷한 기술을 가진 기업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전경무=코이카·SK증권·KDB산업은행 등은 녹색기후기금(GCF)과 함께 5000만달러(약 65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GCF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세부 운영기관을 선정할 때 기업을 포함할 것을 권장한다. 기업의 혁신기술이 워낙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는 권위적인 국제기구들도 기업의 혁신성에 가점을 준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코이카와 협업하는 스타트업들은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김정태 MYSC 대표가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조언을 얘기하고 있다. /성남=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김정태 MYSC 대표가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조언을 얘기하고 있다. /성남=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조언한다면.

김정태=CTS 선배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만나보는 걸 추천한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같은 길을 걷는 창업가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도 분명히 있다. CTS는 ‘오픈이노베이션’이다. 혁신 기술로 자존심을 높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지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열린 마음으로 여러 조직과 소통해 나가면서 준비하면 된다.

오환종=개도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적정기술이 아니라 ‘유니버셜 디자인’에 가까운 솔루션이여야 한다. 그게 더 지속가능하다.

김민환=기술로 개도국에 어떤 효과를 일으키고 어떤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 명확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비슷한 회사와 경쟁하려면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비즈니스의 다음 단계를 고민해보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지 명확해진다.

-개발협력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나?

전경무=ODA에 혁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민간 주도의 ODA 시대를 만들 거라고 본다. 정부 중심으로 개발협력을 주도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라고 생각한다. 민간 주도로 가기 위해선 기업과 파트너십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기업뿐 아니라 투자사, 국제기구, NGO 등 많은 플레이어들이 들어와야 한다. 지금은 플레이어별로 하는 일들이 나뉘는데, 이 칸막이를 파괴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 분야에도 혁신 사업을 적용해서 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김정태=요즘 민간기업도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비재무적 요소를 챙긴다. 개발협력을 하나의 법인이라고 보면, 지금까지 비재무적 요소를 신경써왔지만 이제는 재무적 요소도 신경써야 하는 단계라고 본다. 영리와 비영리 구분이 점차 없어지는 것처럼 지금과 다른 방식의 개발협력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협력에서도 이노베이션은 하나의 주류 언어가 될 것이다.

정리=문일요·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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