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2일(목)

“ODA 혁신,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는다”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

GKF2023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 <1>

“단발적인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적개발원조(ODA)의 ‘혁신’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민관 협력입니다. 정부 주도의 ODA 공백은 결국 민간 영역이 메웁니다.”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KOICA INNOVATION DAY)에서 오성수 코이카 사업전략처장은 “13년 동안 꾸준히 발전해 온 코이카의 개발협력사업은 국제적으로도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코이카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개발원조위원회(DAC)에서 6년 만에 인증을 받으며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개발도상국 개발협력사업이 기업 ESG 전략에 부합할 수 있도록 돕는 ‘코이카 플랫폼 ESG 이니셔티브 플랫폼’을 신설했다”며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22일 개최된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오성수 코이카 기업협력처장은 "코이카의 ODA 자금과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나 개발협력 분야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MYSC
22일 개최된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오성수 코이카 사업전략처장은 “코이카의 ODA 자금과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나 개발협력 분야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MYSC

이번 행사는 국무조정실이 개최하는 2023년 개발협력주간의 일환으로 코이카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기념하고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이 협력을 통한 공적개발원조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는 올해로 3회를 맞았다. 행사에는 민간 기업, 임팩트 투자사, 코이카 등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첫 세션에서는 코이카의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이하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Program)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CTS는 예비 창업가, 스타트업 등 혁신가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ODA에 적용해 기존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네팔, 인도네시아, 말라위 등 22개 국가에서 108개의 사업을 지원했다. 이날 무대에는 ▲태그하이브(인도 기초교육 이수율 향상을 위한 수업지원도구) ▲티에이비(베트남 식수 확보를 위한 마개형 세라믹 필터 정수기) ▲바딧(케냐 축산물 생산량 증가를 위한 가축 모니터링 시스템) 등 스타트업 세 곳이 올랐다.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는 "디지털 교육 기기 클리커(Clicker)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인도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아동의 교육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MYSC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는 “디지털 교육 기기 클리커(Clicker)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인도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아동의 교육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MYSC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는 “인도의 학생 수는 2억6000만명 정도로 대한민국 인구의 5배에 달하는데 교육 격차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라며 “CTS 사업 SEED 2에 선정돼 인도 3500개 교실에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했더니 학업성취도는 약 16% 높아졌고, 수업 참여율도 50% 미만에서 100%까지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민용 바딧 대표는 “1차 산업 의존도가 높은 케냐의 축산 환경 개선 프로젝트로 송아지의 평균 폐사율을 13.2%에서 1% 미만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CTS 참여 스타트업의 사례 발표가 끝난 뒤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Inclusive Business Solution Program) 참여 기관의 발표가 이어졌다. IBS는 개발도상국의 사회 개발 문제 해결과 기업의 비즈니스 충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사업이다. IBS는 사회적취약계층(BOP·Bottom of Pyramid)을 주요 타겟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포용적 비즈니스’와 기업 ESG 전략에 부합하면서 SDGs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코이카 플랫폼 ESG 이니셔티브’, 개발도상국 소셜벤처와 인프라를 대상으로 금융투자를 지원하는 ‘혼합금융’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IBS를 통해 네팔, 가나, 말라위, 아이티 등 31개 국가에서 170개의 사업을 발굴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유치한 파트너 재원은 2010년부터 1280억원에 달하고, 2019년부터 현재까지 2579개에 달하는 현지 일자리를 창출했다.

코이카의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 소개를 위해 연단에 오른 양경모 삼성전자 자원순환연구소 랩장이 코이카와 함께 구축한 모바일 기기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MYSCE
코이카의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 소개를 위해 연단에 오른 양경모 삼성전자 자원순환연구소 랩장이 코이카와 함께 구축한 모바일 기기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MYSC

삼성전자 순환경제연구소는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진행한 코이카 플랫폼 ESG 이니셔티브 사업을 소개했다. 양경모 삼성전자 순환경제연구소 랩장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新(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 경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해 글로벌 환경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자원순환이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고, 전자폐기물(E-Waste)를 수거하고 재활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부터 IBS에 참여 중인 브로드씨엔에스는 베트남 현지의 낙후된 병원 예약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콜센터를 도입하고 스마트콜센터의 운영인력을 고용·양성해 해당 모델의 현지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훈 브로드씨엔에스 법인장은 “브로드씨엔에스의 스마트콜센터 모델은 기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에 시스템이 공급돼 있다”며 “이를 현지에 적합하게 이관할 수 있도록 한국 본사에서는 시스템 개발과 기술지원을 진행하고, 베트남 현지 법인에서는 현지조사와 운영 관리를, 전반적인 지원은 코이카와 대한보건협회에서 지원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 첫 번째 세션의 패널토크 토론자로 나선 김 광 이오엠 고문은 "민간 기업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공 부문보다 더 독창적인 사업 등을 수행할 수 있어 새로운 가치 창출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YSC
코이카 이노베이션 데이 첫 번째 세션의 패널토크 토론자로 나선 김 광 이오엠 고문은 “민간 기업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공 부문보다 더 독창적인 사업 등을 수행할 수 있어 새로운 가치 창출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MYSC

사례 발표가 모두 끝난 뒤 ‘개발협력 비즈니스의 미래’를 주제로 패널토크가 진행됐다. 패널토크에는 박정호 MYSC 부대표가 모더레이터로, 전경무 코이카 실장, 광 킴(Kwang Kim) 이오엠(EoM) 고문,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빠냐 욱싸운(Pagna Ukthaun) 시드스타스(Seedstars) 매니저가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토크에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속에서 개발도상국 개발협력 비즈니스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광 킴 이오엠 고문은 “개발도상국 개발협력과 관련된 목표를 가진 비즈니스에서 민간부문의 핵심은 결국 ‘자본’”이라며 “공적 부문에서 조달하는 자금의 공백을 민간부문에서 충당해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는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은 ‘보유 기술로 타겟 국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와 같은 도전을 매 순간 받는다”며 “코이카의 CTS는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좋은 롤모델이자 교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션 발표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계속해서 이런 동기부여의 장이 마련되고, 민간투자나 정부기관의 지원이 시작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개발협력사업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빠냐 욱싸운 시드스타스 매니저는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업들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자국 내에서 해당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타겟 국가로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타겟 국가에 가져왔을 때 목적성이 바뀌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며 “기존 목표했던 바가 바뀌어 선의가 리스크로 바뀌지 않도록 현지의 문화와 체계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광 킴 이오엠 수석고문은 “큰 규모로 해당 사업을 운용하는 월드뱅크(WB)의 경우에도 운영 중인 국제개발협력 분야 프로젝트 간에 단절이 있어 조정 등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국제개발협력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통합적인(Integrated)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개발협력을 주도하는 기관은 ‘타겟 국가의 교육 시스템 전체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파생되는 복합적인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스스로 던져보면서 통합적인 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전경무 코이카 기업협력실장은 “개발협력사업의 코이카 직접 예산은 약 250억원 정도지만, 외부 기업들의 유치액은 750억원에 달할 만큼 기업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며 “결국 자본력이 있는 민간 기업과 투자사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코이카가 하나로 뭉칠 때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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