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인생의 단 한 번, 홈리스월드컵 참여가 삶을 바꿉니다”

[인터뷰] 제임스 맥미킨 홈리스월드컵재단 최고운영책임자(COO)

올해 미국서 4년 만에 대회 열려
2024 홈리스월드컵 서울 개최 유력

지난 7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간 중단됐던 ‘홈리스월드컵(Homeless Worldcup)’이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열렸다. 올해 대회에는 35개국 대표 남녀 500명이 선수로 참가했다. 각국 대표팀은 8일 동안 새크라멘토에 머무르며 팀당 12경기를 소화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홈리스월드컵재단(Homeless Worldcup Foundation)은 2003년부터 매년 홈리스 자활을 돕고 대중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대회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홈리스월드컵이 열린 국가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멕시코 등 17개국이다. 아시아에서 열린 적은 아직 없다. 최근 아시아 개최지를 답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제임스 맥미킨 최고운영책임자(COO)을 지난 6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만났다. 그는 “20년 넘게 유럽과 아프리카, 북미와 남미에서 대회를 열었지만 아시아에서는 단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었다”라며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홈리스 문제를 아시아에도 널리 알리기 위해 아시아 개최지를 찾는 와중에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만난 제임스 맥미킨 홈리스월드컵재단 최고운영책임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췄던 홈리스월드컵을 올해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열었다. 그는 내년 대회 개최지를 답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만난 제임스 맥미킨 홈리스월드컵재단 최고운영책임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췄던 홈리스월드컵을 올해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열었다. 그는 내년 대회 개최지를 답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올해 4년 만에 다시 대회를 연 소감이 어떤가.

“홈리스는 주류 보건시스템을 이용하기엔 철저히 주변부(marginal)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팬데믹은 끝났지만 이번 새크라멘토 대회에서도 보건에 각별히 신경 썼다. 특히 대회 기간 중 특별한 캠페인도 진행했다. ‘도시 홈리스 종식(Cities Ending Homelessness)’ 캠페인은 지역사회,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글로벌 홈리스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캠페인이다. 내년에는 아시아에서 대회를 열고 보다 특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다.”

-개최지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홈리스월드컵재단과 함께하는 세계 각국의 글로벌 파트너 기관 70곳과 개최지 선정에 대해 논의한다. 개최지 선정에 필요한 요건을 먼저 따지고, 개최 시기 등을 조율해가면서 최적의 장소를 찾는다.”

-개최 요건이라고 하면 어떤 게 있나.

“먼저 홈리스의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여야 한다. 또 대회 기간 중 많은 수의 방문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하고, 홈리스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건 시스템과 머무를 수 있는 숙박 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어야 한다. 글로벌 파트너 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간단체들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홈리스월드컵에는 매년 500명 이상의 홈리스가 선수로 참여한다. 경기는 전후반 각 7분씩 총 14분간 진행되고, 팀당 8명의 선수 중 4명이 출전한다. 이들은 조별예선과 토너먼트로 약 400경기를 치른다. 현장을 찾는 관중은 10만명 수준이다.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2012년 대회에는 사상 최대 관중인 16만8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다 우승국은 멕시코 남자팀으로 총 4번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대회가 한 번도 개최되지 않은 게 의문이다.

“홈리스월드컵 개최지 선정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많은 수의 홈리스가 한곳에 모여 일주일 동안 수많은 경기를 치르다 보니 최적의 개최지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홈리스 문제를 외면하기도 하고, 대응을 소극적으로 하기도 한다. 많은 요소를 고려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아시아에서 개최하지 못했다.”

-다음 대회 개최지 후보에 서울이 포함된 건가.

“그렇다. 한국 파트너인 빅이슈코리아와 서울 마포구, 성동구 등 개최 가능 지역을 답사했다. 빅이슈코리아와 축구사랑나눔재단의 홈리스월드컵 서울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식 현장에도 참석했다. 또 성동구청, 임팩트스퀘어, 한양대 사회봉사단 관계자들과 대회 개최지 선정을 주제로 미팅을 진행했다. 파트너사인 빅이슈코리아의 노력과 서울이 가진 지리적 특성 등 요건들을 고려했을 때 다음 개최지로 서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2010년 한국 대표팀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홈리스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 전 훈련을 받고 있다. /빅이슈코리아
2010년 한국 대표팀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홈리스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 전 훈련을 받고 있다. /빅이슈코리아

-축구로 홈리스 문제를 알리기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2000년 홈리스월드컵재단을 설립한 멜 영(Mel Young)과 헤럴드 슈미에르(Herald Schmied)가 홈리스 관련 행사장에 간 후로 시작됐다. 당시 행사장엔 기자와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홈리스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홈리스의 자립에 대한 해법은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직접 해법을 찾겠다는 목표로 2003년 처음 시작한 것이 오스트리아 그라츠 홈리스월드컵이다. 축구는 대중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쉬운 도구가 될 수 있다. 또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전 세계가 소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창립자 두 명이 축구를 좋아한다(웃음).”

-축구가 홈리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축구 경기를 진행하면서 모든 과정이 홈리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대회에 참여할 기회는 평생에 단 한 번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홈리스들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그러면서 다시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법을 배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나간다. 또 한 명의 선수로 경기에 임하며 성취감을 얻고, 패배를 마주하는 법,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제임스 맥미킨 최고운영책임자는 "대회가 시작되고 유니폼을 입는 순간 홈리스가 아닌 한 명의 선수가 된다"며 "이런 변화들이 대중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제임스 맥미킨 최고운영책임자는 “대회가 시작되고 유니폼을 입는 순간 홈리스가 아닌 한 명의 선수가 된다”며 “이런 변화들이 대중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려면 날을 새야 할 수도 있다(웃음). 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이번 미국 새크라멘토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한 사진사는 예전에 대회에 선수로 참여했었다. 본인이 경험했던 성취감과 감동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다며 사진사의 길을 걷고 있다. 홈리스월드컵재단에서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장비와 기술 등을 지원했다. 이외에도 경기 진행을 원활히 돕는 자원봉사자 중에 홈리스월드컵에서 선수로 활동했던 분들이 많다.”

-대회 참여 선수들을 추적 관찰하기 쉽지 않을텐데.

“재단 차원에서 직접 추적하지는 않는다. 다만 글로벌 파트너 기관과 매주 화상 회의를 진행하면서 사례 등을 전달받는다. 그렇게 모인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2003년부터 현재까지 탈(脫)노숙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홈리스는 120만명에 달한다. 또 참가자의 83%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다시 찾아가는 등 사회적 관계가 개선되는 성과도 얻었다.”

-한국에서의 소감이 궁금하다.

“11월 1일 한국에 방문해 일주일간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큰 성과는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빅이슈코리아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홈리스 문제 종식을 위한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때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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