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소셜섹터 MZ의 특별한 퇴근 후 모임… “고민 나눌 동료를 찾습니다”

다음세대재단, MZ 모임 ‘D.MZ’ 운영
비영리·기업CSR·소셜벤처 한자리에

“사람들한테 제가 하는 일을 소개하려면 설명할 게 많아요. 소셜섹터는 뭐고, 사회적가치는 어떻게 만든다는 건지…. 고민을 나누고 싶어 말을 꺼냈다가 업무 설명에 지쳐버리죠.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우리의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싶어서 왔습니다. 또래 활동가들과 소통하면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어요.”

6일 서울 중구 동락가에서 열린 ‘D.MZ(뎀지)’에 참석한 A씨는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는 또래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퇴근 후 D.MZ를 찾았다”고 말했다. D.MZ는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MZ세대 공익활동가 모임이다. 20·30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업무 고민부터 취미생활, 결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한다.

7일 서울 중구 동락가에서 다음세대재단의 'D.MZ' 행사가 열렸다. D.MZ는 비영리 2030 활동가가 대화를 나누며 네트워킹하는 행사다. /다음세대재단
7일 서울 중구 동락가에서 다음세대재단의 ‘D.MZ’ 행사가 열렸다. D.MZ는 비영리 2030 활동가가 고민을 나누며 네트워킹하는 행사다. /다음세대재단

D.MZ는 비영리 생태계를 떠나는 20·30대 활동가들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 2021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프로그램을 구체화했다. 이수경 다음세대재단 매니저는 “소셜섹터에서 일하는 청년 활동가들의 정서 소진 문제의 기저에는 ‘소통 부재’가 있다”며 “또래 활동가들이 모여 업무, 취미 등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비영리 생태계에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 MZ 활동가들의 반응도 뜨겁다. 각자의 업무를 마치고 저녁에 모이는 행사임에도 올해 경쟁률이 3대 1에 달할 정도로 신청자가 폭주했다. 기업 CSR 부서, 비영리단체,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에 소속된 13명이 최종 선발됐다. 이들은 앞으로 3주에 걸쳐 소셜섹터에서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나 소셜섹터 활동가의 지속가능성 등 주제를 선정해 그룹 토크를 진행하고, 동료 활동가와 팀을 꾸려 과제를 수행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첫 모임 주제는 ‘무장해제되기’였다. 참가자들은 ‘일하면서 나를 잃어버린 경험’ ‘남아있는 업무를 두고 퇴근한 경험’ 등 일터에서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가까워졌다.

다음은 한 명씩 돌아가며 소셜섹터에 몸 담게 된 계기와 현재 업무의 장단점에 대해 말했다. 주니어 활동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은 ‘처음 맡는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는 B씨는 “대상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물품 지원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가 작년에 부서이동으로 모금홍보 업무를 하게 됐다”며 “처음 맡는 분야다 보니 막막한 부분이 있었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준혁 대명복지재단 매니저는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상사와 일하다 보면 고민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D.MZ행사 참여를 통해 소중한 동료들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재단
이날 행사에 참여한 소셜섹터 관계자들은 “D.MZ행사 참여를 통해 소중한 동료들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재단

활동가들은 전문성 확보의 어려움에도 공감했다. 작은 조직일수록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담당하느라 직접적으로 사회적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일에는 손을 대지 못한다는 고민이었다. 비영리단체 활동가 C씨는 “설립 초기 단체는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쌓일 틈 없이 소소한 일에 치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에서 일하는 D씨는 “임팩트 생태계를 변화시키겠다는 큰 꿈을 안고 입사했지만 쌓인 업무를 정신없이 처리하다보면 ‘전문성이 쌓이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선배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도 대화 주제로 나왔다. 공익법인에서 근무하는 E씨는 “같은 부서 사람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싶지만, 홀로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생각이 틀에 갇혀버린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나의 가치관과 기업의 사업 방향성이 다를 경우 혼란을 겪는데, 조언이나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적햡동조합 소속 F씨는 “홀로 일할 때의 장점도 즐겨야 한다”며 “혼자 여러 일을 해내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기획하고 수행해 볼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마무리될 때 쯤, 활동가들은 무척 가까워졌다. 비영리사단법인의 G씨는 “비영리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항상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했다”며 “D.MZ 첫 모임에서 또래 활동가들의 고충을 듣고, 나의 걱정도 털어놓으니 든든한 동료가 생긴 것 같아 앞으로가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수경 매니저는 “퇴근 후 모임이라 피곤했을 텐데, 열정적으로 소통하는 활동가들 모습에 놀랐다”며 “다음세대재단은 앞으로 3주간 D.MZ 모임을 통해 MZ 활동가들이 탄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D.MZ는 스티비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내년 2월까지 1회차 대화 모임과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후속 모임 등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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