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Cover Story]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 동네는 지금 36.5℃

Cover Story 공익의 메카로 떠오른 성수동
값싼 임대료·편리한 교통 등 입지 좋아
주택가에 둥지 튼 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
청년 창업·공정무역 가게 늘어나고
토크콘서트 등 주민과 소통의 장 열리기도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이 공익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여의도공원을 6개 합친 크기의 서울숲(35만평)이 개원한 지 10년째, 서울숲 5분 거리에 위치한 성수1가 일대가 사회혁신가들의 움직임으로 들썩이는 모양새다. 서울숲에 들어서면 분양 당시 평당 4000만원이 넘는 최고급 아파트로 주목받았던 갤러리아포레가 눈길을 끌지만, 뒷골목은 연식이 20~30년은 더 된 낡은 저층 주택들이 밀집해있다. 3년 전부터 이 주택가 곳곳에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올해는 사회혁신가 16명의 공동 주거 공간(셰어하우스·sharehouse)까지 만들어졌다. 지난 3년, 이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문상호기자김정원오민아청년기자_사진_공익단체_성수동공익단체들1_2014
(맨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젠니클로젯,더페어스토리, 그랜드 마고, 핀프레임,디웰(D-well), 오고가게 ,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문상호 기자, 김정원·오민아 청년기자

페인트칠이 벗겨진 단독주택, 어지럽게 가로지르는 전깃줄, 골목 바깥으로 삐죽 나와 있는 쓰레기봉투…. 3~4년 전 서울숲 뒷골목 풍경이다. 재개발에 묶인 동네는 활기가 부족했고, 정육점·식당·미용실 같은 동네 상가엔 손님이 드물었다.  2012년 6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지도2)가 성수1가에 사회적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이유도 값싼 임대료 때문이었다. 우준석 영업총괄팀장은 “임대료가 저렴하면서도, 서울숲 공원, 편리한 교통 등 여러모로 입지가 좋았다”고 했다. 이곳은 성수대교만 지나면 서울 압구정동과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다. 이 때문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의 비싼 임대료에 밀려온 예술가들의 공방이나 연예기획사 연습실 등도 둥지를 틀었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03년 서울숲공원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비영리단체인 서울그린트러스트(지도8)가 지난해 초 서울숲으로 이전하면서, 단독주택을 개조해 담장문을 활짝 열었다. 작년 가을에는 ‘성수동 동네꽃축제’를 기획하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장을 열었다. 오는 10월 초 열릴 두 번째 축제에는 작년의 두 배 가까운 50여개 단체와 상인들이 합류했다.

서울숲길에 청년들을 불러모으고, 네트워킹의 장을 여는 데 ‘더나은미래'(지도4) 또한 힘을 보탰다. 더나은미래는 2013년 6월부터 소셜 카페인 그랜드마고(지도11)에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청년들과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과의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던 디자인회사 디자인플러스(지도3) 김희정 대표는 강연을 들은 후 영감을 받아, 두 달 만에 지역 잡지 ‘매거진 오’를 발행했다. 이어 김 대표는 동네 카페, 디자인회사 10곳과 함께 ‘미리메리크리스마스마켓’을 열어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 아동들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동네는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년 장사꾼들이 작은 카페나 베이커리를 오픈했고, 공정무역 가게가 문을 열었다.

오는 10월에는 아예 사회적기업·사회혁신가 지원 단체 루트임팩트(지도12)가 사회혁신가 16명의 주거 공간인 ‘디웰'(D-well·지도9)을 오픈한다. 루트임팩트 정경선 대표는 “문래동, 신림동 고시촌 등 다양한 동네를 돌아봤지만, 사회적기업들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려면 먼저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면서 “입지 대비 임대료도 저렴하고, 서울숲이라는 천혜의 환경 또한 매력적인 요인이었다”고 했다. 지난 8월, 정 대표는 ‘교육 관련 단체들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는 사업을 벌여보자’며 공동 사무실(지도1)도 마련했다. 이곳엔 공신닷컴, 점프(JUMP), 자람가족학교, 인액터스 등 소셜 벤처들이 둥지를 틀었다. 연말까지 루트임팩트, 임팩트스퀘어(지도13), 소셜벤처 코워킹 스페이스인 ‘카우앤도그'(지도14) 등 젊은 사회혁신가들도 서울숲에 속속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지난 2010년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 창업자 토니셰이는 문 닫은 카지노촌이 즐비한 라스베이거스 구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해, 카지노·모텔 간판 등 외형은 그대로 둔 채 사람들을 중심으로 도시공동체를 만드는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도박 중독자로 넘쳐났던 거리가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학교·병원·카페·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이 생기며 지역에 생기가 돌았다. 서울숲에 모여드는 젊은 혁신가들이 한국판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상_그래픽_공익단체_서웊숲길공익단체현황_2014 제2회 성수동 동네꽃축제가 열립니다

오는 10월 3일부터 10월 5일까지 성수동 일대(지하철 2호선 뚝섬역,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뚝도시장 인근)에서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페어스토리(지도10),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그린플러스에서 ‘공정무역산책’을 진행하고, 오고가게(지도7)에서는 산촌식품을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을,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지도4)에서는 성수동 영화 ‘화목한 수레’와 소아암 환우를 위한 영화 ‘완전 소중한 사랑’을 상영하는 등 다채로운 체험 활동도 마련되어 있다. (문의 www.greentrust.or.kr·02-462-7432)

김경하 기자
김정원·오민아 청년기자(청세담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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