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화)

[스코프3가 온다] 애플의 공급망 탄소 추적 5년, 온실가스 15% 줄였다

애플 스코프3 배출량, 스코프1 대비 420배
국내 기업은 4배차… “제대로 측정 못한 탓”

애플은 스코프3 공시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이다. 2016년부터 스코프3 측정을 시작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다. 공시 첫해만 하더라도 관계사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제품 배송·판매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항목이 빠져있었다. 애플은 이듬해부터 밸류체인 내 관계사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탄소측정기와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덕분에 2017년부터 현재까지 관계사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모두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해 측정·관리하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지난해 애플이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애플이 사업장 내에서 직접 배출한 ‘스코프1’ 규모는 5만5200tCO2e, 에너지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은 ‘스코프2’ 규모는 2780tCO2e로 측정됐다. 애플은 2018년에 자사 건물과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면서 스코프2 발생량을 대폭 줄였다. 이에 비해 기업의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인 ‘스코프3’의 경우 2313만tCO2e에 달했다. 스코프1 대비 약 420배 규모다.

측정을 하니 줄일 수 있는 항목이 보였다. 애플은 매년 제품의 전과정평가(LCA)를 위한 수명 주기 평가와 자사 제품의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추적해 감축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2017년 2733만tCO2e이던 스코프3 배출량은 2021년 2313만tCO2e으로 5년 새 15%나 감소했다. 이옥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파트너는 “애플의 경우 협력사에 사물인터넷 측정기를 보급한 후 직접 스코프3 배출량을 산정하는 바텀업(Bottom-Up)방식을 통해 측정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 가장 완결성있는 스코프3 공시가 이뤄지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업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우려로 스코프3 공시를 꺼리지만, 탄소배출을 추적하고 공개해온 애플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애플의 연매출은 2017년 2293억달러(약 300조원)에서 2021년 3658억달러(약 479조원)로 5년간 약 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13억달러(약 80조원)에서 1089억달러(약 142조원)로 약 77% 급증했다. 현동훈 한국공학대 탄소중립혁신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경우 기업의 원자재 가격 등 비용 공개나 기업의 유통, 판매 경로 등이 노출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로 스코프3 공시에 배타적인 입장이 강하다”라며 “현재 스코프3 공시하는 기업도 해외 관계사의 요구에 맞춰 일부 항목만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스코프3 공시를 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코프1·2와 스코프3의 배출량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SKT의 2021년 스코프3 배출량은 438만4495tCO2e로 스코프1·2 배출량 105만1390tCO2e보다 약 4배 많았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스코프3은 31만1729tCO2e, 스코프1·2는 22만8000tCO2로 약 1.4배 차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스코프3 감축 노력을 위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관계사까지 포함한 탄소배출량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자체 사업장 내에서 측정이 이뤄지는 스코프1·2와 달리 스코프3는 1차 협력사를 포함해 2·3차 벤더사까지 측정이 이뤄져야 완결성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동훈 센터장은 “글로벌 스코프3 표준 기관들이 올해 안으로 공시를 의무화하게 되면 해외 국가를 중심으로 수입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고, 글로벌 기업은 자사 공급망에 위치한 협력기업에 탄소 공개를 요구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은 수출 비율이 높아 LCA 데이터 확보 등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기업 매출에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ESG 데이터의 필요성이나 친환경 경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 등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스코프1·2·3와 관련한 정확한 공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스코프3 등에서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유통망, 운송망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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