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금)

벼랑 끝에 몰린 CSV… 그 향방은?

CJ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사회공헌추진단을 신설했습니다. 사회공헌추진단장으로 임명된 변동식 CJ㈜ 총괄부사장이 CSV(Creating SharedValue·공유가치창출, 이하 CSV)와 그룹 사회공헌을 총괄하고, CSV 경영실은 사회공헌추진단 산하로 내려앉았습니다.

불과 3년 전, 창립 60주년을 맞아 CSV 경영을 공식 선포하고, 그룹 차원의 CSV 경영실을 신설해 계열사별로 CSV 전담 조직까지 운영해온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2014년 CSR팀을 CSV팀으로 변경했던 아모레퍼시픽도 올해부터 CSV 명칭을 버렸습니다. 예전처럼 CSR팀과 지속가능경영팀이 CSR 전반을 이끌게 됐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CSV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KT는 4월 말을 기점으로 기존 CSV센터를 지속가능경영센터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인력도 보강했습니다. 환경 경영을 담당했던 직원을 지속가능경영센터로 배치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센터 산하엔 지속가능경영기획팀, 지속가능경영운영팀, CSV기획팀을 두고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KT는 유니레버 등 책임 경영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들처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합의한 17가지 핵심목표)와 비즈니스 전략을 연결하는 중입니다.

정부 기조와 맞물려 모습을 바꾼 곳도 있습니다. 2014년 “공유가치창출을 높이겠다”며 CSR팀을 CSV실로 전환했던 SK텔레콤은 올해 창조경제 업무와 CSV 업무를 통합한 창조경제혁신추진단(CEI추진단)을 신설했습니다.

지난 5년간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공유가치창출’이 갈림길에 섰습니다. CSV는 2011년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의 논문에 등장한 개념으로, 기업이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조직 내 사회공헌팀·CSR팀 명칭을 CSV팀으로 바꿀 정도로 공유가치창출에 열광했고, 일부 기관은 마이클 포터 교수를 초청해 기업들에 ‘포터(CSV)상’까지 수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CSV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기업들의 변화에 국내 담당자들은 술렁이고 있습니다. “CSV가 책임 경영이나 비즈니스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부터 “CSV 거품이 빠졌다는 증거”란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옵니다.

반면 공유가치창출로 성과를 내는 기업도 있습니다. 2012년 CSV 경영을 도입한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사업 분야를 육성하는 전략으로 선방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대상 서비스 및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소기업 및 사회적기업을 육성해 시니어 일자리를 확장하고, 요실금이 있어도 활동 가능한 ‘디펜드 스타일 언더웨어’를 출시하는 등 능동적인(Active) 시니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일군 비결로 CSV 경영이 탄력을 받고 있단 후문입니다.

2014년 10월 CSV팀을 신설한 현대차는 봅슬레이 썰매·자율주행자동차 등 제품의 안전과 기술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고, LG유플러스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사물통신 서비스(스마트크린)를 개발해 누적 매출 230억원, 제주도 버스정보 시스템으로 매출 5억2000만원의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공유가치창출을 둘러싼 기업의 변화가 거센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CSV가 이대로 추락할지 다시금 회생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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