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토)

“글로벌 식량 위기 대응, 어른만 고민할 문제 아냐”… 아동이 말하는 대응 방법은

[현장] ‘글로벌 식량위기 해소 기여를 위한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
오한별 백마중학교 학생 발언하며 눈길

“기아와 식량 위기의 문제는 더 이상 어른들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문제인 만큼, 아동이 직접 참여할 기회를 마련해 주시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요청합니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식량위기 해소 기여를 위한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에서 백마중학교 오한별 학생이 말했다. 오 학생은 월드비전이 주관한 식량위기 캠페인 ‘이너프(ENOUGH)’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의 관점에서 글로벌 식량 위기 대응 방안을 제언했다.

이너프 캠페인은 학생들이 메시지가 적힌 판을 들고 전 세계 식량 위기 상황과 주요 원인을 알리는 캠페인으로, 전국 200개 중∙고등학교 3만6436명이 동참했다.

월드비전 식량위기 캠페인 ‘이너프(ENOUGH)’에 참여한 오한별 백마중학교 학생이 ‘글로벌 식량위기 해소 기여를 위한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월드비전

오 학생은 “나에게 당연했던 한 끼 식사가 지구 어딘가에서는 간절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식량 위기가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닌 아동의 교육과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 급식과 같은 기본적인 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아동이 교육 대신 조혼이나 노동으로 내몰릴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시 준비에 매몰된 학생들이 주변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며 “세계 시민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을 더 많은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과 정책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글로벌 식량 위기와 기아 상황은 미래 세대인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가 아동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동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마중학교 학생자치회와 학생들이 월드비전 ‘이너프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월드비전

이번 토론회는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 월드비전,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공동 주최했으며, G20 브라질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글로벌 식량위기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및 인도적 지원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현장에는 안철수, 이재정 국회의원을 비롯해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권기환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 한석진 유엔세계식량계획 조정관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안철수 대표의원은 “대한민국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전 세계 기아와 빈곤 극복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정 대표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아 및 식량위기 해소에 큰 역할을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148개 정부, 국제기구, 재단, 시민사회와 함께 월드비전도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 창립 멤버로 동참하게 됐다”며, “글로벌 이너프 캠페인을 통해 향후 3년간 식량위기에 취약한 67개국 아동 1억250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약 34억 달러(한화 약 4조7427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식량위기 해소 기여를 위한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월드비전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G20 정상회의 계기 ‘글로벌 기아 및 식량위기 해소 기여를 위한 대한민국의 국제개발협력 및 인도적 지원 전략 모색’을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이성훈 아시아지속가능발전시민사회파트너십(APSD) 대표가 좌장을 맡은 토론에는 ▲최기천 외교부 국제개발의제과장 ▲정용호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총괄과장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오준석 유엔세계식량계획 전략협력팀장 ▲이나라 유엔식량농업기구 부소장 ▲남상은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옹호실 실장이 함께했다.

남상은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옹호실 실장은 “아동기아와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지역에 학교 급식을 확대하고, 식량 불안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양질의 지원과 정책 확대를 촉구했다.

이나라 유엔식량농업기구 부소장은 “국회 등 입법기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입법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글로벌 식량위기 해결을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의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고 글로벌 과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최기천 외교부 국제개발의제과장은 “분쟁 취약 지역에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긴급 식량 원조뿐 아니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인도적 지원, 개발, 평화를 연계한 접근법(HDPN)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학교 급식과 여성·아동 영양 개선을 향후 정책적으로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호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총괄과장은 “정부는 ‘학교 급식 연맹(School Meals Coalition)’에 가입해 현재 기니와 소말리아에서 학교 급식 사업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이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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