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토)

퇴직연금 수익률 2%, 초고령화 시대 대비 방안은

‘연금 백만장자’ 가능성 열까…퇴직연금 벤처투자 논의 활발
신뢰 구축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과제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퇴직연금을 벤처펀드에 출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2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해 급여 소득자들이 직접 투자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은 380조원을 넘어섰지만,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2%대에 불과하다”며 “반면 지난해 청산된 벤처펀드의 수익률은 9%, 최근 5년 평균은 9.6%로 퇴직연금의 약 4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6세 청년이 대기업에 입사해 30년간 퇴직연금을 적립한다고 가정하면, 2% 수익률에서는 약 4억4487만원이 되지만, 10% 수익률로 운영할 경우 13억1275만원으로 3배가 넘는다”며 “벤처투자가 허용되면 ‘연금 백만장자’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퇴직연금이 벤처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고, 급여 소득자들이 자기의 의사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기자

퇴직연금, 벤처투자로 안정성과 수익성 모두 잡을

현재 퇴직연금은 ‘퇴직연금감독규정 9조’에 따라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되어 있다. 이에 규제를 완화해 퇴직연금이 벤처펀드에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대안이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현 상명대학교 교수는 “영국과 미국은 연기금이 벤처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수익률을 높이고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퇴직연금 운용 규제를 완화해 연기금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왼쪽부터)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민주영 신영증권 이사,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이사, 김재현 상명대학교 교수,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 김부경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 이권재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 과장, 김성일 이음연구소 소장,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조유현 기자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는 “지난 40년간 벤처투자는 투자와 회수 경험을 축적하며 연평균 15%의 수익률을 기록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스톤브릿지벤처스만 해도 투자 원금 2537억 원을 5286억 원으로 돌려주며 약 2.6배의 성과를 냈다”며 “연기금과 공제회에서도 벤처캐피탈의 위험관리 능력과 수익성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출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대 형성과 안전 장치 마련 필요”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을 위해 공감대 형성과 신뢰성 확보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펀드 수익률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매년 수익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모펀드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중간회수와 유동화를 위한 BDC(기업성장투자기구) 도입 등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시와 자율규제 구축도 신뢰를 쌓는 데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펀드에 공모형 재간접벤처펀드를 도입해 유동성을 강화하고, 주식이나 채권처럼 단일 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TDF(Target Date Fund·투자자가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 등 분산 투자 상품을 활용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부경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이 노동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원리금 보장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벤처펀드 출자를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신뢰성 검증 시스템 마련 후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를 위한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조유현 기자

이권재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 과장은 “공무원 연금과 노란우산공제 같은 주요 연기금도 수익률 제고를 위해 벤처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DB형(확정급여형) 중심으로 자율권을 부여하고, 정부 모태펀드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내년부터 국민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실시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요즘, 퇴직연금이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책임지는 중요한 제도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안정성과 수익성이 균형 있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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