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토)

기후테크 산업, 트럼프 2기에도 지속가능할까

[대담] 기후테크 산업의 리스크와 기회
2024년 전북 기후테크 데모데이 ‘SWITCH’ 현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글로벌 기후정책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에서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을 내세워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복귀로 미국의 기후정책이 다시 후퇴할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2024년 전북 기후테크 신규트랙 데모데이 ‘SWITCH’에서는 세계 정세 변화가 기후정책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는 세션이 마련됐다. 대담에는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와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참여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김승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임기 중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으며, 2기에서도 탈퇴 가능성이 높다. 그는 왜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것일까. 한편, 글로벌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에서는 트럼프가 기후변화 자체보다는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재정적 부담과 국제적 책임 분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창완= 트럼프는 기후변화가 인류에 의해 발생했다는 과학적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국제사회는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미래의 막대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미국이 국제협약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 크다고 본다. 특히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책임을 덜 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와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소풍벤처스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좌)와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우)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소풍벤처스

김승완= 트럼프 2기의 정책 방향을 보기 위해서는 1기 정책이 주요 참고 자료가 될 것 같다. 1기의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면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할까.

한창완= 트럼프는 1기 때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환경 규제를 완화했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도 추진했다. 하지만 IRA 법안은 연방법으로 폐지가 쉽지 않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더라도 클로처(자동 종결) 제도가 이뤄지려면 상원의 60표 이상이 필요하고,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원이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김승완= 중국은 트럼프 1기 때 높은 관세를 어떻게 대응했는가. 2기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나.

한창완= 트럼프는 1기 때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를 채택해 300억 달러 가량의 제품을 구매했다. 2기에도 중국은 비슷한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원자재, 재생에너지,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관계를 강화하며 미국 외 시장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완=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에는 어떤 기회가 있을까.

한창완= 한국은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미국과의 무역 분쟁 외에도 EU의 엄격한 ESG 기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산 제품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자재 사용 문제가 불거질 경우 EU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만약 한국 기업이 이러한 자재를 제품에 활용했다면 판매가 불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해야 하며, 다행히 현재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잘 진행하고 있다.

김승완=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과 외교정책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외교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돼 유가가 안정화되면 트럼프가 지지하는 화석연료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 아닌가. 또, 재생에너지 산업의 후방에 있는 기후테크 산업도 석유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한창완= 모든 기업이 같은 입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에 맞춰 투자를 진행한 기업은 법안 유지를 지지하는 반면, 유가 하락 우려에도 석유 시추를 반기는 기업도 있다. 다만, 유럽에서는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전쟁이 종식돼 유가가 안정화되더라도, 미국의 대(對)유럽 에너지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다가올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소풍벤처스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오른쪽)가 다가올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소풍벤처스

김승완= IRA 폐지로 전기차 세액공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외에도 태양광, 청정수소 등 다양한 공제 대상이 포함돼 있다. 업계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나.

한창완= 미국에 투자한 배터리 제조사나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은 세액공제가 사라지는 것이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미국 투자는 결코 잘못된 판단이 아니며,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많은 주에 기업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권 교체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국제투자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전기차 전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성장 관점에서 트럼프 정부 2기의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창완= 기후테크 산업은 걱정과 달리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진전을 이룰 것이다. 미래 전망 자체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기후협약 탈퇴를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산업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을 높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기후테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

2024년 전북 기후테크 데모데이 ‘SWITCH’의 신규트랙 데모데이 수상자. /소풍벤처스
2024년 전북 기후테크 신규트랙 데모데이 ‘SWITCH’ 수상자. /소풍벤처스

한편, 이날 열린 전북 기후테크 데모데이 ‘SWITCH’는 임팩트 분야 전문 벤처투자사 소풍벤처스와 전북특별자치도, 전북테크노파크가 공동 주최한 행사다. 기후위기 해결을 목표로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대상은 차세대 건물일체형 태양전지(BIPV)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이스인벤터가 수상했다. 정영수 에이스인벤터 대표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세계 최초로 하이드로겔을 활용해 환경친화적이면서 경제성, 고효율, 유연성 등 차별화된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최우수상은 산업용 비파괴 성분 분석 솔루션을 개발한 ‘쓰리아이솔루션’이, 우수상은 IoT 기반 전기차 통합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론’과 폐태양광 패널에서 고순도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선보인 ‘다이나믹인더스트리’가 각각 차지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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