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일)

스타트업의 새로운 기준, ‘임팩트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들은 누구인가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임팩트 스타트업 데이’ 현장

‘임팩트 이코노미(Impact Economy)’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IN)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1조 달러를 돌파하며 2019년 이후 연평균 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임팩트 이코노미는 경제 활동의 목적에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기존의 수익 중심 경제 모델에서 벗어나 환경 보전, 빈곤 완화, 평등한 교육 등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개최한 ‘임팩트 스타트업 데이’에서는 임팩트 이코노미로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인공인 스타트업과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신현상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장은 “임팩트 스타트업은 ‘임팩트’와 ‘스타트업’이 결합된 개념으로, 수혜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초기 단계의 위험을 감수하며 성장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임팩트 스타트업의 선두주자인 ‘에누마’는 2012년 엔씨소프트 출신 게임 디자이너인 이수인 대표와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부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공동 창업한 에듀테크 기업이다. 이들은 IT와 게임 기술을 활용하여 장애나 문화, 경제적 제약 없이 모든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2013년 출시한 ‘토도수학’은 누적 1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2019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인류의 문맹 퇴치’를 주제로 상금을 내건 스타트업 공모전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한국인 스타트업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는 창업 초기,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에누마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 왜 지원했는지”를 묻고, 에누마의 미션에 공감하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성과 미션을 함께 가진 인재를 채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임팩트 중심의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팩트 스타트업은 주변의 다양한 의견 속에서 흔들릴 수 있어 일반 스타트업보다 유지하기 어렵다”며, “스스로를 믿고 끊임없이 성장해야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임팩트 스타트업 데이’에서 (왼쪽부터) 신현상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장을 좌장으로 이수인 에누마 대표,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최재호 현대차 정몽구 재단 사무총장이 나와 ‘스타트업의 새로운 기준:임팩트 스타트업’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조유현 기자

인비저닝파트너스는 임팩트 투자에 중점을 둔 벤처캐피털로, 사회문제 해결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는 “스타트업이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며, 그 문제가 얼마나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결하려는 사회문제와 창업자 사이에 개연성이 있는지 주목한다”며 “이 개연성이 문제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고도화된 솔루션을 만들어낼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팩트와 수익성의 균형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접근”이며 “두 개념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에서 혼재되어 있으며, 이를 동적 균형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2년간 334팀의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왔다. 이들의 창업 5년 후 생존율은 84%에 달하며, 누적 매출 1조 2540억 원, 누적 투자 유치 3054억 원이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최재호 현대차 정몽구 재단 사무총장은 “좋은 임팩트 스타트업을 선발할 때의 기준은 단 하나,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두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의 우수성은 물론, 창업자가 가진 기업가 정신과 사업 철학을 면밀히 살핀다”며 “사업 철학과 목적이 명확하고,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줄 책임감을 가진 스타트업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팩트 생태계의 발전에 대해서는 “기업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은 “사회문제의 일부는 기업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기업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때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며 “성공한 기업가가 현대차 정몽구 재단처럼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조직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 임팩트를 창출하는 기업가들에게 더 많은 인정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12기의 시상식도 진행됐다. 인큐베이팅 트랙 대상은 ‘잼잼테라퓨틱스’(장애 어린이 재활 AR 게임 개발)가, 액셀러레이팅 트랙 대상은 ‘파이토리서치’(기후변화 대응 고기능성 종묘 생산)가 차지했다.

정무성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창업가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