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트릭 브리오(Patrick Briaud)
록펠러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저 수석 및 임팩트 투자 책임
임팩트 투자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성과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긍정적 영향을 함께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7년 록펠러 재단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이제는 전 세계 임팩트 투자 규모가 1조5710억 달러(약 2100조 원)에 이를 정도로 확장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임팩트 투자는 300% 넘게 성장했으며, 일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투자 자금의 25%를 임팩트 투자가 차지하기도 한다.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록펠러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저(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s·이하 RPA)는 전략적 자선 활동과 임팩트 투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사업 운영처럼 자선 활동 또한 전문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던 존 D. 록펠러의 뜻을 이어 현재 개인과 가족, 재단, 기업의 연간 기부금 5억 달러(한화 약 6975억) 이상을 조언하고 관리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오는 22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개최하는 ‘2024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RPA의 패트릭 브리오(Patrick Briaud) 수석을 사전 인터뷰했다. 패트릭 브리오 수석은 현재 RPA에서 임팩트 투자 책임을 맡고 있다.
―RPA는 왜 임팩트 투자에 주목했나.
“RPA의 미션은 ‘공정한 세상을 위한 자선 활동 가속화(Accelerate Philanthropy in Pursuit of a Just World)’이다. RPA는 임팩트 투자 지원팀을 따로 운영하며 임팩트 투자를 보조금과 함께 사회 복지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로 보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초기 단계의 유망한 사회적 기업들이 위험을 줄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보조금과 함께 활용하면 조직의 내부 역량 강화까지 가능해 더 효과적이다.”
―RPA가 지원하는 임팩트 투자의 특징은 무엇인가.
“민간 투자 회사와 비교했을 때 비영리단체의 임팩트 투자는 자선적 성격을 띠며 재무 성과보다 임팩트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 종류의 투자로 구분된다. 바로 시장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를 반영하는 ESG 투자, 시장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조직의 미션과 연관된 MRI(Mission Related Investment), 전통적 자본에 접근하기 어려운 유망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PRI(Program Related Investing)다. RPA는 세 투자 포트폴리오를 모두 조언할 수 있지만, 전문 분야는 MRI와 PRI다. 두 투자 분야가 비교적 ESG보다 자선의 목적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 사례를 소개한다면.
“Fifth Third Bank의 주거 지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160만 달러(약 22억 원)의 브릿지론을 제공해 2021년부터 낙후된 지역의 주택을 매입한 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거나 사회적 기업을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는 7개 주 9개 지역에서 흑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급하게 부동산을 매입해야 했을 때 125만 달러(한화 약 17억5000만 원)를 1년간 이자 없이 대출해줬다. 대출금은 지역 정부가 상환했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수혜자로부터 빠르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임팩트 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물어보고 싶다. 임팩트 투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이고, 트렌드를 짚어본다면.
“지난 10년간 임팩트 투자의 성장은 여성의 투자 의사결정 역할 증가, 다음 세대의 대규모 부의 이전, 그리고 기업 고객 및 직원들의 사회적 인식 증가에서 비롯됐다. ESG와 인종 형평성 투자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커지면서 지난 한 해 동안 다소 둔화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후 투자다. 기후 솔루션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에서 활발히 등장하고 있으며, 저렴한 주택 제공 및 인종 형평성 투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임팩트 투자가 더 성장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은 저소득층 주택 건설 투자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영리단체의 역할이다. NGO가 성공 사례를 증명하고 공공 부문에 적합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 재단 또한 자본을 활용해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다.”
―임팩트 워싱(허위 및 과장된 임팩트 주장)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
“임팩트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를 방지하려면 자문사와 자산 운용사의 주장을 깊이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임팩트 측정을 위해 어떤 팀이나 자원을 할당했는가?’, ‘샘플 임팩트 보고서를 보여줄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임팩트 워싱을 걸러낼 수 있다(RPA는 임팩트 투자의 핵심을 ‘의도성’과 ‘측정’이라고 말한다. 선한 의도에 기반한 투자라는 정체성을 넘어,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영향을 동시에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팩트 측정은 임팩트 투자의 핵심이자, 임팩트 워싱을 방지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RPA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자산 보유자들이 더 많은 자원을 선한 목적을 위해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뿐 아니라 보조금 지원, 비재정적 자원의 제공까지 포함된다. 특히 이번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 자산가들과 함께 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고, 구체적 계획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현재 RPA는 SK 사회적가치연구원 및 세계경제포럼(WEF)과 손잡고 사회적 기업을 주제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한국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패트릭 브리오 수석은 오는 11월 22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열리는 ‘2024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 참석해 자원 보유자들과의 협력을 통한 콜렉티브 임팩트 창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