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테크 리더즈<4>
[인터뷰] 이상형 토트 대표
“과수 포장 자동화 로봇은 과일 세척, 검사, 분류, 포장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합니다. 이는 농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경기도 하남 사무실에서 만난 토트(Thoth)의 이상형 대표는 자사의 대표적인 맞춤형 공정 자동화 솔루션인 ‘프루트패커(fruitpacker)’를 이렇게 소개했다. 토트는 ‘폐배터리 해체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농산업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상형 대표는 창업 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중소·중견기업들이 공정 자동화 기술 부족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접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기술을 적정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었던 이 대표는 한양대 전자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 선후배 5명과 함께 2021년에 토트를 설립했다.
창업 당시 AI 기반 로봇 자동화 기술 중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주요 사업으로 선정했다. 동시에 지역 농협 거점센터의 자동화 검토 요청을 받아 ‘포장 자동화 솔루션’도 개발했다.
◇ 프루트패커로 효율 극대화…인건비 절감·오류 감소
토트의 주요 기술인 ‘랩스(RAAPS·Robot AI-based Autonomous Programming Solution)’는 작업자가 시연한 행동을 함수화해 로봇이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하게 한다. 물리 엔진 기반 시뮬레이터를 통해 다양한 상황을 학습해 실제 작업 환경에서도 높은 적응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사람이 컵에 물을 따르는 시연을 하면, 로봇을 물을 따를 때의 정확한 위치나 동작 등을 학습해 함수를 만든 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상황에 맞춰 데이터를 형성하는 것이다.
랩스가 탑재된 프루트패커는 세척, 품질 검사, 중량 조합, 포장 작업을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이 로봇은 분당 12개의 과일을 포장할 수 있으며, 중량 센서와 비전 카메라를 활용해 품질 검사와 균일한 포장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프루트패커를 통해 인건비를 71.67% 절감하고, 중량 조합 오류를 84.61%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 완성품 판매 및 거점센터 서비스로 사업 확장
토트의 사업 모델은 자동화 로봇 완성품 판매와 거점센터 서비스로 나뉜다. 거점센터 서비스는 공장을 매입해 토트의 제품을 설치한 뒤 직접 운영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이다. 현재 폐배터리 해체 자동화 분야에서 제주테크노파크와 전북테크노파크를 비롯해 대기업 3곳과 POC 및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농업 자동화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올해 소풍벤처스 엔하베스트엑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프로그램을 통해 농협중앙회 거점 물류센터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현장의 필요를 듣고 제품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적정 가격에 대한 요청이 많았어서 보급형으로 제작 중이다”라고 했다.
토트는 올해 누적 약 65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으며, 내년 시리즈B 투자를 통해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CES 2024와 2025 혁신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올해는 폐배터리 해체 자동화 로봇 및 과수 패키징 로봇 약 20개의 제품화를 완성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엔 완제품 판매를 비롯해 대여 프로그램의 확산도 기대하고 있다.
“토트의 비전은 ‘사람 직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쉽고, 편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