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니콜 던(Nicole Dunn) 패스트포워드(Fast Forward)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국내외에서 ‘비영리 스타트업(Nonprofit Startup)’이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영리 스타트업은 기존의 비영리 단체와 달리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사업을 전개하지만, 이윤 창출보다는 사회공헌을 목표로 한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의 비영리 액셀러레이터 ‘패스트포워드(Fast Forward)’의 니콜 던 부사장을 지난 4일,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콘퍼런스 2024’ 연사로 방한했다.
―패스트포워드는 어떤 조직인가.
“패스트포워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비영리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2014년부터 AI와 기술을 활용해 인류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기술은 시간을 절약하고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비영리 단체들이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취약계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은 비영리 단체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패스트포워드는 지난 11년간 100여 개의 비영리 스타트업에 총 4400만 달러(한화 약 613억)를 투자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약 1억 8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지원 분야는 보건 27%, 교육 20%, 펜테크가 10%를 차지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핵심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매년 약 10개의 비영리 단체를 선정해 3개월간 집중 지원한다. 지원 내용은 자본(Capital), 네트워크(Connection), 공동체(Community), 콘텐츠(Content)로 이루어진다. 선정된 단체는 2만 5000 달러(한화 약 3500만원)의 자금 지원과 함께, 소셜 및 테크 분야의 리더들과의 네트워크 확장 기회를 제공받는다.”
―공동체와 콘텐츠라니…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예를 들자면, ‘플레이북(Playbook)’ 제작은 패스트포워드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2020년에 처음 발간된 이 책은 비영리 단체가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침서다. 책에는 비영리 단체가 왜 기술 개발이 필요한지부터 시작해, 자금 조달 방법, 홍보 전략, 비영리 이사회 구성법 등 총 16개의 세부 내용이 담겨 있다. 오는 20일, 개정판이 출시될 예정이다. 단체의 기술력을 효율적으로 발표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강화 훈련’인 ‘피치캠프(Pitch Camp)’도 운영한다. 매달 약 25개 팀이 참여하며, 하루 동안 3시간의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된다. 패스트포워드와 선배 비영리 단체 관계자들이 스토리텔링 피드백을 제공하고, 참가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발표 내용을 보완해 나간다.”
실제로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프로그램은 미국 패스트포워드의 ‘플레이북’을 참고하여 설계됐다. 참가팀들은 6개월 동안 지원금 6000만 원을 비롯해 성과 측정 연구, 사무 공간(마루시드존), 전문가 멘토링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아산나눔재단의 박성종 사회혁신팀 팀장은 “패스트포워드의 ‘플레이북’은 국내 비영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에 ‘교본’과 같은 자료”라고 평가했다. 니콜 던 부사장도 “아산나눔재단과 같은 세계 곳곳의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조직들과 이러한 자료 및 자산을 공유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포워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터는 영리와 비영리를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 반면, 우리는 기술 기반 비영리 단체에만 집중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포트폴리오의 약 40%가 AI 기반 비영리 단체다. 또 하나는 창업자와의 ‘열린 소통’이다. 우리는 창업자들이 팀원들의 연락처를 모두 알고 있어 필요할 때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패스트포워드의 대표적인 지원 사례로는 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노출을 차단하는 ‘코코(Koko)’와 AI 기반 진로 상담을 제공하는 ‘커리어빌리지(CareerVillage)’가 있다. 코코는 API를 활용해 소셜미디어(SNS)에서 청소년이 ‘자해’와 같은 유해 콘텐츠를 검색할 때 이를 차단한다. SNS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청소년이 유해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코코봇’과의 온라인 상담으로 연결되는 메시지 창이 나타나는 방식이다.
‘커리어빌리지’는 패스트포워드의 액셀러레이팅을 받은 또 다른 성공 사례다. 이 단체는 소외된 청소년과 성인에게 AI 기반 진로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은 15만 명의 전문가 답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맞춤형 ‘로드맵’을 제시하거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첨삭, 업계별 면접 훈련까지 폭넓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가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금 조달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등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영리 단체들은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기술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자사 기술의 사회적 임팩트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비영리와 영리 간의 협업은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다.”
―AI 윤리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AI 윤리와 안전 문제는 기술 비영리 단체에도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는 최근 AI 정책을 발표하고, AI 사용 시 ‘인간 감독(Human Oversight)’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AI가 생성하는 결과물이 안전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필수적인 장치다. 법적 규제는 오히려 윤리적인 기술 사용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비영리 단체를 도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스트포워드만의 성장 전략을 알고 싶다.
“전 세계를 돌며 기술 기반 비영리 단체 지원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로 인해 비영리 단체를 위한 후속 자금 7억 5300만 달러(한화 약 1조 500억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네트워크 구축이 홍보와 연결되면서 더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지금까지 패스트포워드가 지원한 비영리 단체 중 68%는 미국 내 스타트업이며, 나머지 32%는 터키, 우간다 등 다양한 국가에 있다.”
패스트포워드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비영리 단체들은 오더셔스(Audacious), 블루 메리디언(Blue Meridian), 리드 호프만(Reid Hoffman),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등 주요 기관으로부터 7억 53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성과도 있다. 니콜 던 부사장은 “이 자금으로 교육 기술, 헬스케어, 기후 변화, 인종 평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는 비영리 단체들의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주요 계획을 공유해준다면.
“2025년 주력 프로그램은 ‘AI for Humanity(인류를 위한 인공지능)’ 캠페인이다. 캠페인 활동 중 하나인 뉴스레터는 올해 3월 첫 발간을 시작했으며, 패스트포워드의 공동 창립자 케빈 바렌블랫(Kevin Barenblat)이 매달 AI 관련 주제를 선정해 직접 작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선거와 AI’, ‘AI 해부학’, ‘시간 절약 AI 툴킷’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뉴스레터는 발간 8개월 만에 약 25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플레이북과 워크북이 결합된 형태의 ‘툴킷’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기술 비영리 단체가 인력 고용난에 직면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인터뷰 가이드라인이나, 펀드레이징 미팅에 유용한 자료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인터뷰=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정리=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