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토)

韓·日 사회문제 돌파구, 임팩트 투자에서 찾는다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9>
[현장] 일본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

우리의 임팩트 투자는 지향점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아시아를 이끄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여 토론하고 성찰하게 한 핵심 질문입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16년부터 개최한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는 임팩트 투자 기관,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재단, 금융기관 등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가도 함께 모여 임팩트 투자의 글로벌 트렌드를 짚고, 향후 전망을 토론하는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포럼입니다. 미디어 파트너로 협력한 ‘더나은미래’는 이번 포럼에 참여한 주요 연사 인터뷰를 비롯해 현장의 핵심 장면을 기사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과 일본의 사회문제는 ‘닮은 꼴’이다. 지난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50.7%가 집중됐으며, 전국 228개 시군구 중 57%에 해당하는 130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일본은 10년 전부터 이 같은 ‘지방소멸’ 위기를 먼저 경험했다. 2014년 ‘지방소멸’의 저자인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은 일본 전체 지자체의 절반인 896곳이 소멸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도 양국이 직면한 주요 과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일본의 1.2명보다 낮았다. 양국 모두 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국가’에 속한다. 고령 인구 역시 증가 추세다. 한국의 고령 인구는 올해 1000만명을 넘었고, 내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2007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렇듯 유사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양국은 ‘임팩트 투자’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임팩트 투자자들이 모여 일본의 임팩트 투자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일본 임팩트 투자, 정책 뒷받침해 시장 빠르게 성장

지난달 18일 제주에서 열린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일본 사회혁신투자재단의 임팩트 카탈리스트 모토이 카와바타가 발언하고 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일본의 임팩트 투자는 일본재단(The Nippon Foundation)에서 시작됐다. 2014년 일본재단은 사회 투자 촉진 사무국을 설립하고, G8 사회적 임팩트 투자 태스크포스(이하 GSG 임팩트)에 참여했다. 이어 2015년에는 요코스카, 아마가사키, 후쿠오카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임팩트 채권’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정부 기관, 비영리 단체, 민간기업, 투자자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영향 관리 이니셔티브(SIMI·Social Impact Management Initiative)를 출범하고, 사회혁신투자재단(이하 SIIF)의 설립을 지원했다.

일본의 임팩트 투자 시장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GSG와 일본 SIIF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750억 달러(한화 약 105조원)로 전년 대비 1.9배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휴면예금 활용법’을 도입해 10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예금을 국가 소유로 귀속하고 이를 사회적 문제 해결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연간 700억 엔(약 6347억 원)의 휴면예금이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단체에 지원되고 있다.

SIIF의 임팩트 카탈리스트 모토이 카와바타(Motoi Kawabata)는 “2021년 이후 공공과 민간이 모두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참여하게 됐다”며 “특히 주요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시장 성장을 이끈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2021년 국회 연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를 제창하며 경제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지역은행, 벤처캐피탈, 자산운용사 등 21개 기관이 참여한 ‘일본 임팩트 중심 금융 이니셔티브(Japan Impact-driven Financing Initiative)’가 출범했다. 금융기관과 기업, 정부가 함께 임팩트 투자의 장을 연 것이다.

일본 IT기업을 지원하는 디지털 개러지(Digital Garage) 매니저 세라 츠츠미(Sera Tsutsumi)는 “과거에는 벤처캐피탈이나 스타트업이 기관 투자자에게 임팩트 투자를 제안했다면,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며 “각 기관 투자자가 임팩트 투자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 참여한 디지털 개러지 매니저 세라 츠츠미의 모습.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 임팩트 투자를 통해 지방소멸 문제에 맞서다

현장에서는 임팩트 투자를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도 발표됐다. 일본의 지방소멸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족으로 인한 폐업이다. 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7%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69%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의 추계에 따르면 후계자 문제로 인해 2025년까지 약 650만명의 고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트 라이트(Light-Right)’는 소규모 기업 소유주와 인수 희망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릴레이(Relay)’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임팩트 투자 비영리 단체 KIBOW가 운영하는 소셜 투자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로, 약 30만 달러(한화 약 4억 원)의 투자와 경영 지원을 받아왔다.

라이트 라이트는 최근 1년 반 동안 미야자키현에서 3건의 사업 승계를 도왔다. 대표 사례로는 한 제과점이 플랫폼을 통해 후계자를 찾아 새로운 상권에서 영업을 재개했고, 이를 통해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며 8개의 신규 사업장이 들어섰다. 일본 임팩트 투자사 KIBOW의 심사역 류타 폰타 시부사와(Ryuta Ponta Shibusawa)는 “임팩트 투자를 통해 중소기업 폐업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기여한 사례”라고 말했다.

일본 임팩트 투자사 KIBOW의 심사역 류타 폰타 시부사와가 ‘2024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에서 발언하고 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협업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정태 MYSC 대표는 “올해 일본 임팩트 생태계 관계자들과 다양한 논의를 나눴다”며 “향후 공통점이 많은 양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더 나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정원식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심사역은 “양국이 직면한 문제가 유사하기 때문에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제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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