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토)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하는 기업의 필수 요소 ‘ESG’의 향방은?

‘2024 UNGC 코리아 리더스 서밋’ 현장
ESG 경영의 핵심 과제와 해법

기업 경영에 ‘ESG’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됐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인 ‘ESG’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 곳은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이하 UNGC)와 20여 개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 ‘Who Cares Wins(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다. 해당 보고서에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반드시 친환경 경영과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한 지배구조 확보에 신경써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ESG 용어 탄생 20주년을 맞은 올해. UNGC 한국협회는 지난 5일 ‘2024 UNGC 코리아 리더스 서밋’ 행사를 열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AI 비서 시대, ‘안정성 평가’ 중요

AI는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자템’으로 인지되고 있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 센터장은 이날 ‘AI 에이전트(Agent) 시대’가 도래했다며 “AI가 사람의 비서로서 업무를 도와주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2024 UNGC 코리아 리더스 서밋’에서 왼쪽부터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김금선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변호사,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송세련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실제로, 지난 10월 미국의 AI 스타트업 ‘엔트로픽’이 기존의 AI모델 ‘클로드 3.5 소네트(Sonnet)’에 추가한 ‘컴퓨터 사용’ 기능은 인공지능 모델이 컴퓨터를 스스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AI가 사람처럼 화면을 보고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버튼을 클릭하고 텍스트를 입력하는 등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는 것이다.

하 센터장은 AI 에이전트가 자동화 등 편의성을 주지만 도래할 문제점에 대해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비서 역할을 할 AI 에이전트는 결국 개인 맞춤형이어야 하는데, 그럼 개인의 데이터 이용을 어디까지 허가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며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 AI의 도움을 빈번하게 받으면서 발생할 과의존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센터장은 “AI 에이전트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 수도 있지만, 각 지역의 특수성도 고려해서 평가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재생에너지 투자에 ‘전력망 개통’이 걸림돌”

재생에너지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하는 국제적 흐름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활용이 투자 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은 흐름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 투자 생태계 확산을 위해 ‘민간자본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보조금 위주의 정책으로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투자 생태계 활성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자금 조달은 충분하나 사업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용승재 NH투자증권 인프라투자2부 이사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조성된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를 언급하며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금은 생각보다 많은데, 운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문제는 투자 받을 사업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전력망 개통”이라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장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로 옮길 전력망이 부족해서 투자자들에 기술력을 인정받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정책실장은 “전력망 개통은 과도한 이격 거리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국회 내 관련 법안이 논의되는 만큼 이러한 규제만 해결되면 보급 속도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기업, 그린워싱 대응하려면?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실제로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닌, 겉으로만 친환경 이미지를 갖기 위해 관련 활동을 하는 기업의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기업에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그린워싱’ 문제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4558건으로 2021년 272건의 무려 16.7배에 달했다.

지난 5일 열린 ‘2024 UNGC 코리아 리더스 서밋’에서 황근식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인증기준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황근식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사인증기준본부장은 ISSA 5000이 인증하는 ‘그린워싱’ 행위가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광고 ▲비교 대상 및 기준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타 제품과 비교해 유리하다고 광고 ▲모호한 정보를 제공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정보 누락 등이라고 설명했다.

비교 기준 없이 ‘본 제품은 환경 유해 물질을 10% 감축한 친환경 제품이다’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한 것이 하나의 예시다. 구체적 활동 언급 없이 ‘환경 친화 경영’과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 석유 다소비 기업이 홈페이지에 풍력발전기 사진을 게재하며 친환경을 강조하는 점도 그린워싱에 해당된다.

황 본부장은 “기업은 그린워싱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 전반에 걸쳐서 유의해야 한다”며 “지속가능성이 목적이 되지 않는 단순 홍보 목적의 정보는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그린워싱은 불리한 정보를 아예 통째로 빼버리는 경우”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기업의 중대성 평가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서 공개해야 할 정보를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속가능연계채권으로 ESG 달성 유도할 수 있어”

기업이 금융으로 지속 가능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ESG채권 발행이다. ESG채권이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ESG채권의 종류로는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등이 있다. 최근 ESG채권 발행 흐름은 어떨까.

지난 2월 한국신용평가의 ESG채권 발행동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금리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발행사나 투자자 모두 ESG채권에 대한 발행여력과 투자심리가 저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사회적 채권(31.3조 원)은 전년 대비 각각 2.9% 증가한 반면, 지속가능채권(3.3조 원)은 전년 대비 44.2% 감소했다.

‘사회적채권’이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이다. 한국거래소 ESG채권 정보플랫폼 자료를 보면, 2023년 사회적채권의 발행사를 업종별로 나눈 결과, 금융을 포함한 공기업의 발행 비중이 약 89%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조병준 한국신용평가 ESG실장은 “사회적채권의 자금 용도는 ‘적정가격의 주택’과 ‘고용창출’ 등에 편중되어 있다”며 “대안은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LB는 ESG 목표 달성에 따라 금리 등의 금융조건이 달라져 ESG 목표를 추구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며 “단기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나 장기적으로는 ESG 달성이 사회 공동의 목표라는 배경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현·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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