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토)

세계 억만장자 상위 50명, 90분 만에 일반인 평생 배출량보다 더 많은 탄소 배출

옥스팜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
호화 전용기·요트 이용, 오염산업 투자로 인한 탄소 배출 심각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이 1시간 30분 동안 일반인이 평생 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염 산업 투자와 개인 전용기 및 슈퍼요트가 주범으로 꼽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8일 다음 달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맞춰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억만장자들의 사치스러운 교통수단과 오염 투자를 모두 살펴본 최초의 연구다.

옥스팜이 다음달에 열리는 COP29를 앞두고 발간한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Carbon inequality kills)’ 보고서 표지.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 50명은 1년 동안 평균 184회 비행기를 타고 425시간을 공중에서 보내면서 일반인이 300년 동안 배출하는 양의 탄소를 만들어냈다. 같은 기간 동안 그들의 요트는 일반인의 860년 어치 탄소를 배출했다.

일례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용기 두 대는 1년 중 약 25일 동안 비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아마존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207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맞먹는 탄소를 배출했다.

전 세계 배출량이 지금의 추세로 계속된다면 탄소예산(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은 약 4년 안에 고갈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옥스팜 보고서는 모든 사람이 억만장자 50인이 개인 전용기와 요트를 사용하는 것처럼 탄소를 배출하면 탄소예산은 이틀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투자로 인한 탄소 배출은 사치적인 교통수단 이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의 투자로 인한 탄소 배출량 평균은 개인 전용기와 요트로 인한 배출량의 약 340배에 달한다. 억만장자의 투자 40%가량을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 오염 산업 투자가 차지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억만장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S&P 500에 투자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오염을 유발한다. 만일 이들이 오염 산업이 아닌 저탄소 펀드에 투자했다면 탄소 배출량은 13배나 낮아졌을 것이라고 옥스팜은 분석한다.

아미타브 베하르(Amitabh Behar)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슈퍼리치들은 우리 지구를 마치 자신의 놀이터처럼 여기고, 쾌락과 이익을 위해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며 “그들의 오염 산업에 대한 투자와 개인 제트기 및 요트 등의 사치품은 과잉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사람과 지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2022년 기후변화로 인한 대홍수로 국토의 1/3이 침수되면서, 약 1700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수백만 명이 발생했다. /옥스팜

옥스팜 보고서는 1990년 이후 세계 상위 1% 부자들의 탄소 배출로 인해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를 초래하며 이는 불공평한 피해라고 지적했다. 부유층의 탄소 배출로 인한 1990년 이후 세계 경제 피해는 2조9000억 달러(한화 약 4000조원)에 달한다. 농작물 손실은 1990년부터 2023년 사이 연간 1450만명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더불어 2120년까지 더위로 사망자의 78%가 저소득 및 중하위소득 국가에서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옥스팜은 COP29를 앞두고 각국 정부에 ▲오염 산업 투자에 부유세 부과 ▲재산세, 징벌적 세금 등을 통한 부유층의 탄소 배출 절감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40%의 소득보다 높지 않도록 경제 재구성을 촉구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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